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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연륜의 애수: 綾戶智繪(Ayado Chie)

일본 최고의 재즈 가수로 평가되는 아야도 치에(綾戶智繪, 1957년생)의 삶은 음악과 함께 시작된다. 벽 하나를 메운 재즈 음반과 같이 어린 시절을 보낸 아야도 치에에게 음악은 즐기는 것이고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었다. 그녀의 첫 무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 친구의 클럽 피아노 반주 일이었다. 피아노 연습은 싫지만 연주는 좋았던 그녀가 반주 일을 한 것은 즐기면서 용돈을 번다는 생각에서였다.

재즈의 본고장 미국에 대한 동경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무작정 LA로 간 그녀는 낮에는 접시닦이, 마사지, 급사 등 온갖 잡일을 하면서 밤에는 차를 얻어 타고 재즈클럽을 드나들다 클럽 무대에서 활동하게 된다. 1984년 뉴욕으로 건너가 가스펠 가수로 활동 중 합창단의 동료 흑인과 결혼하지만 가정폭력을 이유로 이혼한다. 아들과 함께 1991년 귀국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보낸 17년은 그녀 음악의 기초가 된다.

귀국 후 관광 가이드, 백화점 점원, 보컬 교사 등의 일로 생활비를 벌며 밤에는 재즈클럽 일을 하던 그녀가 1998년 40이란 늦은 나이에 프로로 데뷔했을 때 엘라 피츠제랄드(Ella Fitzgerald)를 연상시키는 그녀의 노래는 재즈 팬과 평론가를 사로잡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미국에서 다져진 테크닉과 정확한 영어발음, 풍부한 정서표현, 가녀린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풍성한 음량과 울림이 좋은, 가스펠 풍의 목소리는 세계적 수준의 재즈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데뷔 직후 항암제의 부작용으로 성대를 다쳐 음정과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게 된다. 그러나 신은 견딜 수 있는 시련만 준다고 믿는 그녀는 리듬이나 음정은 악기가 맡으면 되고 가사를 전하는 것이 보컬의 역할이라며 가사의 정감을 전하는데 집중한다.

마음 저편에서부터 전신으로 울리는 것 같은 아야도 치에의 노래는 사실을 말하는 언어보다는 자신을 표출하는 감탄사에 가깝다. 음악은 귀가 아니라 모공으로 듣는 것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가사가 아니라 정감을 전하는 그녀의 노래는 그녀의 레퍼토리인 재즈 스탠다드, 고전 팝의 영어가사를 넘어 쉽게 이해되는 대중성을 갖는다.

어릴 때 꿈이 신부(新婦)였고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주식이며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長壽이고 필수품이 자기 집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은 메모, 자신의 매력은 시원 시원한 수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유머에 순탄하지 않은 그녀 삶의 무게가 실려 있듯이, 그녀가 음악으로 전하는 정감 역시 질척이는 애수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녀의 애수는 그녀를 지탱하는 낙천적 성격처럼 연륜이 응축되어 절제된 정서이다.

60년대 팝 스타,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의 생애를 그린 ‘The Rose’의 엔딩 타이틀 ‘The Rose’는 누구보다도 멋있게 세상을 살아보려 했지만 자신의 미숙함으로 상처만 입고 삶에 지쳐 파멸한 주인공이 내세에는 장미로 피어나길 기원하는 애도가이다. 베트 미들러(Bette Midler)가 부른 원곡의 정서는 마약으로 상처를 달랠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약물과용으로 공연 중 사망한 재니스 조플린의 일생을 더 이상의 미래를 꿈꾸지 않는 절망으로 요약한다.

그러나 아야도 치에의 곡은 상처와 거리를 두고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 하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있고 살아갈 수 있어’라고 말한다. 정서적 거리와 여유를 만들기 위해 멜로디 사이 사이가 끊기는 아야도 치에의 ‘The Rose’보다는 베트 미들러의 버전이 더 아름답다. 그러나 다른 정서를 담은 아야도 치에의 커버는 그녀의 오리지널이며 두 곡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다. 아야도 치에의 곡 대부분은 애조를 띈다. 그러나 그녀의 애조는 여유가 있는 낙천적인 애수이다.

기술적 문제가 있는 보컬, 가수 자신이 연주하기 때문에 호흡은 잘 맞지만 반주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즈로는 문제가 있는 피아노 등 그녀의 음악은 문제가 있다. 그러나 매년 100여 차례에 이르는 공연 회수와 통상입장료의 두 배인 가격에도 발매당일 공연티켓이 매진되는 것은 그녀 음악에 담긴 삶의 연륜 때문이다. 그녀의 음악은 기술을 넘어 음악이 표현할 바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추천앨범: LOVE (2000)

30호 (2006.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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