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3대도시 대구의 이미지가 망가지고 있다. 대구연고의 프로스포츠구단 성적이 바닥을 면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인구는 서울, 부산에 뒤진 3위지만(실제 인구규모는 인천에 벌써 추월돼 4위) 역사와 전통, 실력만은 서울에 맞먹는다는 대구시민들의 자부심에 멍이 들고 있다.
현재 전국 광역지자체는 충북을 제외하고 대부분 1곳 이상의 프로구단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특별시와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 6대 광역시도 1~2곳 이상의 구단을 가지고 있다.
서울이 프로야구에 두산과 LG가 축구에 FC서울이, 농구가 삼성썬더스와 SK나이츠가, 배구에 남자부 우리캐피탈과 여자부 GS칼텍스가 있다.
부산은 야구에 롯데가 축구에 부산아이파크가, 농구는 부산KT가 있다.
인천은 야구에 SK가 축구에 인천유나이티드, 농구에 전자랜드가, 배구남자부에 대한항공이 여자부에 흥국생명이 있다.
광주는 야구에 최고우승 명문구단인 기아가 있고 축구는 상무가 연고지를 두고 있었지만 상주로 연고를 옮기고 최근 시민구단이 창단이 진행되고 있다.
대전은 야구에 한화가 축구는 대전시티즌이 배구는 삼성화재와 한국인삼공사가 남녀부 모두 존재한다. 울산은 야구팀은 없지만 축구에 현대가 농구에 모비스가 각각 있다.
대구에는 프로야구에 삼성라이온즈가 프로축구에 대구FC가, 프로농구에 대구오리온스가 각각 연고를 두고 있다.
최근 한참 시즌이 진행되는 프로농구 경기에서 대구오리온스는 졸전을 거듭하며 김병철, 전희철, 김승현, 긱스 등이 맹활약하며 전국 최고 인기구단 중 하나라던 전국구 명성에 먹칠하고 있다.
현재 2010-2011시즌 전체 KBL 10개팀 가운데 꼴찌를 수주째 계속하고 있다. 지난시즌을 포함하면 꼴찌가 일상화됐다는 혹평이 전혀 부끄럽지 않을 수준이다.
부산KT가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인천전자랜드와 원주동부, 서울삼성, 전주KCC가 엎치락 뒤치락하며 그 뒤를 잇고 있다.
창원LG와 서울SK, 울산모비스가 중하위권에서 경쟁하고 대구오리온스는 지난해 SBS에서 한국인삼공사로 재창단한 안양과 부끄러운 꼴찌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구오리온스는 2001-2002시즌과 2002-2003시즌을 2연패 한 이후 만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5년간은 꼴찌인 10위를 2번이나 하고 1번은 9위를 했다.
최근에는 성적보다 이른바 '김승현 먹튀파동'으로 달갑지 않게 전국 이슈가 되기도 했다. 전 시즌 꼴찌에서 2001-2002시즌 1위라는 신화창조는 호랑이담배피던 시절 얘기다.
최초의 시민구단 대구FC의 성적도 지난 2003년 K리그에 들어온 뒤 만년 하위권을 맴돌며 최고성적도 중하위권인 7위에 불과하다.
창단이후 10위권 안에 2차례를 빼고는 든 적이 없으며 최근들어서는 지난해와 올해 2년연속으로 15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 성적을 기록했다.
국내외 최고 그룹중 하나인 삼성이 운영하는 명문 라이온스구단은 그나마 낫다. 우승도 4차례 하고 거의 매년 중상위권으로 분류되는 데다 지난해는 예상을 깨고 준우승도 했다.
대구연고 프로구단의 성적은 특별시인 서울을 제외하고 인구규모가 대구보다 작은 광주, 대전, 울산은 차치하고라도 부산, 인천과 비교하면 비참할 정도다.
반면 부산과 인천을 연고로 둔 구단의 성적은 최근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특히 인천은 인구규모 및 발전도면에서 대구와 경쟁을 완전히 벗어나며 프로구단 성적도 단연 돋보인다.
SK가 지난해 삼성을 4연승으로 완파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농구에서는 전자랜드가 배구에서는 대한항공이 1-2위를 하며 우승을 향한 질주를 벌이고 있다.
특히 만년 중하위권으로 분류되던 농구와 배구의 이번 시즌 질주는 예상밖의 결과라는 평이다. 적극적인 투자가 결실을 맺었다는 분석이다.
축구도 지난시즌 빅스타 출신의 허정무 감독을 영입했고 유병수가 지난해 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는 등 인기가 여전하다.
최근에는 인천시장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여러차례 천명하는 등 구단 및 지자체의 지속적인 투자 및 지원약속으로 현재보다 나은 미래 도약이 점쳐지고 있다.
부산은 야구 최고인기구단인 롯데의 인기가 성적 상승과 비례해 여전하고 농구에서 KT는 현재 1위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지역 스포츠팬들은 해당구단에 "지역을 떠나라. 팀을 해체하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흥분을 감추지 않는다. 대구명예를 살리기는커녕 '3류팀만 바글대는 대구'라는 망신을 안기며 대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진다는 것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근성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을 더욱 비판하고 있다. 각 구단 지역밀착 부족과 대구시의 '있는 것도 간수못하는' 전략부재도 지적하고 있다.
한 팬은 "농구단을 보면 오직 TV중계 등을 통한 광고효과로만 팀을 운영하는 것 같다. 지역팀과 인재를 키우며 투자하는 밀착된 파이키우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몇 년간 최하위권을 맴도는 데도 주먹구구와 뗌질로 일관하는 것을 보면 알지 않는가"라고 꼬집었다.
다른 팬은 "최근 프로축구 승강제 도입이 확정됐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대구FC의 2부리그 강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시민구단 주인인 대구시민을 부끄럽게 만드는데 대구시장과 공무원이 뒷짐지며 방조하고 있다. 차라리 없애라"고 질타했다.
한 스포츠전문가는 "지역 연고 스포츠팀 성적을 통해 지역민들은 울고웃는다. 승부에서 치열한 다툼 끝에 얻는 승리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며 지역정서도 함께 동반 상승시키지 않는가"라며 "계속된 꼴찌로 대구사회에 패배의식이 만연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세계를 향한 일류그룹 삼성의 비상은 라이온즈의 화끈하고 재미있는 야구가 일정부분 역할을 했다고 본다"면서 "최근 SK비룡야구단의 상승이미지가 SK그룹이 최근 잘 나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라 밝혔다.
한 언론인은 "프로구단 성적과 경기력은 구단 재정력과 바로 비례한다. 투자를 하지 않는데 성적이 제대로 나올 리 없다"면서 "성적이 급상승한 다른 팀에서 보듯 스포츠는 짧은 시간 집중투자로 최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특성을 이용해야 할 것"이라 조언했다.
하지만 "재정이 부족한 시민구단 대구FC는 제외하더라도 국내 최대 그룹이 포함된 기업구단의 성적이 나쁜 것은 투자대비 효율이 낮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결과가 나쁘더라도 과정이 좋으면 미래가 기대라도 되지만 이도저도 아닌 어쩡쩡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기업구단은 각 구단이 투자에 전적으로 책임질 문제"라고 전제하고 "특히 시민구단도 직접 지원의 법적 근거가 없어져 후원업체 등을 통해 간접 지원할 수 밖에 없다"고 애로를 표시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요구하는 지는 충분히 알고 있어 우선 대구FC가 경기력을 중하위권까지 올릴 수 있도록 최소의 간섭으로 최대효과를 내는 방안을 강구중"이라 밝혔다.
지역 스포츠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라이온즈와 대구FC가 대표이사를 지역출신으로 교체하고 오리온스도 팀명을 동양에서 대구로 바꾸고 선수단 훈련장 등 구단 살림을 대구로 옮기는 등 지역밀착을 강화했다"면서 "이 같은 변화 조짐이 성적향상과 팬 증가라는 결과로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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