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을 찾은 관광객은 1999년 45만 명에서 2000년 210만 명으로 늘었다. 태조왕건 드라마 세트장의 힘이다.
2006년 한국영화의 자국시장점유율은 55.8%였다. 전세계에서 자국영화점유율이 50%를 넘는 국가는 미국 외엔 인도와 한국 뿐이다. 이렇게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된 것은 제작비가 크게 증가하며 스케일이 커졌을 뿐만 아니라 장르와 주제가 다양화 되었기 때문이다. 동성애(왕의 남자), 북파공작원(실미도), 5∙18(화려한 휴가) 등 그동안 금기시되었던 소재들까지 영화화되며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영화 뿐만 아니다. TV드라마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본방보다 더 화려한 2차 창작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얼마전 종영한 ‘거침없이 하이킥’의 인기도 처음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이렇게 영화와 드라마가 크게 활성화되자 세트장과 촬영장을 상품화하는 ‘영화관광’이 지자체의 매력적인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2만평의 부지를 제공해 태조왕건 세트장을 유치하였던 문경시는 지역을 이끌어갈 대체 산업으로 영상산업을 주목하고 SM컨소시엄과 협력하여 종합영상테마파크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반지의 제왕
영화관광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뉴질랜드를 들 수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이 촬영지였던 뉴질랜드에 미친 파급효과는 ‘프로도 경제’라는 신조어로 지칭된다. 정부가 홍보비로 1,870만달러를 지출했던 뉴질랜드는 2001년 영화 개봉 이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연평균 5.6% 늘어났다. 단역배우 출연, 세트장 건설, 숙박 및 요식업 운영으로 2만개 가량의 고용 창출효과도 얻었으며, 자연스럽게 새로운 영화제작지로 떠오르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1995년 방영된 모래시계의 촬영지 정동진이 해돋이와 연계되면서 아직까지 인기를 얻고 있고, 한류열풍을 몰고 온 겨울연가의 촬영지 남이섬도 아시아권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관광, 뛰어들면 다 성공?
그러나 ‘영화관광’이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트장 유치 후 뚜렷한 계획이 없다면 즉흥적인 투자가 예산낭비와 환경훼손을 불러올 수 있다. 문경시는 연개소문 세트장을 유치하여 방영 중에는 어느 정도 관광객을 모았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드라마가 끝난 지금은 세트장을 어떻게 활용할지 알 수 없다.
골칫거리가 된 연개소문 세트장
그런데 문경시가 이번에는 내년부터 방영될 KBS의 '대왕세종' 세트장 유치를 추진하려 한다. 기존 왕건 세트장을 철거하는데 10억원, '대왕세종' 세트장을 건립하는 데에 65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세트장 건립 예산을 모두 문경시가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문경시는 재정자립도가 18%에 불과하다. 드라마가 실패하거나 끝난 후 관광객이 줄어들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도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영화관광산업이 성공하려면 우선 영화와 드라마의 흥행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공한 영화의 촬영장소만이 관광지로 매력을 끌 수 있다. 또한 관광지를 알리기 위해 지자체가 중심이 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영화와 관련된 문화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관광지 방문이 상품의 구매로 이어져야 애초에 목적인 지역경제 살리기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세트장이나 촬영지는 드라마가 끝난 후 그대로 잊혀지기 쉽다. 촬영에 관련되어 구경만 할 수 있는 곳을 넘어서 관광객들이 새로운 테마를 만들어 체험하는 공간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2가 157 사조빌딩 223호
경북신문사 대표전화 :02-365-0743-5 | FAX 02-363-9990 | E-mail : eds@kbnews.net
Copyright ⓒ 2006 경북신문 Corp. All rights reserved. 등록 서울 다 06253 (2004.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