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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상주본'은 올해 한글날도 소송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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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1심서 골동품상 승소..원소유주 항소
법원 조정도 허사, 해결에 수 년 걸릴 듯
상주에서 발견된 뒤 소유권 소송에 휘말린 훈민정음 해례본이 올해 한글날을 앞두고도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아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10월8일 대구고등법원에 따르면 훈민정음 상주본을 둘러싼 소유권 다툼과 관련해 4일 직권조정이 시도됐으나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국 다음 달부터 항소심을 위한 변론이 시작될 예정이다.
훈민정음 상주본을 소유하고 있는 배모씨와 골품상 조모씨측은 조정위원이 훈민정음의 공동 소유 등 조정안을 제시했으나 종전대로 자신들의 소유권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결국 조정이 실패로 마무리됐다.
훈민정음을 둘러싼 지루한 싸움은 지난 2008년 7월 경북 상주에 사는 배모씨가 집을 수리하던 중 국보 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고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상주에서 발견된 해례본은 예의(例義) 부분의 세 장과 정인지 서문의 한 장이 떨어져 나갔지만 보존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국학진흥원측의 감정 결과 지난 1940년 안동에서 발견돼 현재 간송미술관에 보관된 국보 70호 훈민정음 해례본과 같은 판본이란 평가가 나오면서 국보급 문화재가 발견된 사실에 문화재 당국이 흥분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상주에서 골동품가게를 운영하는 조모씨가 배씨를 상대로 절도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고 배씨가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는 등 뜻하지 않은 소유권 공방이 시작됐다.
골동품상인 조씨는 "내가 구입해 보관하던 것인데 배씨가 가게에 들러 훔쳐갔다"고 주장했지만 경찰과 검찰이 양측 모두 혐의가 없다고 일단락지었고 결국 조씨는 물품인도 청구소송을 내면서 민사소송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 6월 대구지법 상주지원이 조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골동품상인 조씨가 책 상태를 자세히 알고 있고 조씨의 가게에서 책을 봤다는 증인이 있지만 배씨는 책의 출처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배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훈민정음 해례본의 소유권 마찰이 장기화될 우려를 낳았다.
이에 따라 대구고등법원측이 올해 한글날을 앞두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조정에 나섰으나 결국 양측의 입장 차이를 확인한 채 항소심에 돌입하게 되는 처지에 놓였다.
무엇보다 소송 장기화로 우려되는 것은 훈민정음 상주본의 훼손 가능성이다.
현재 배모씨가 책자를 낱장으로 나누어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외부 공개를 꺼리고 있어서 정확한 보존 상태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한글문화연대 정인환 사무부장은 "한글날을 앞두고 가뜩이나 한글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한 현실에서 이번 소송으로 훈민정음 책자는 물론 그 가치마저 훼손되지 않을지 무척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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