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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한 달 맞은 안동지역 '상처투성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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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요원 사망, 유산, 정신적 충격 이어져
축산업 기반 흔들, 민심은 흉흉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는 이번 구제역이 12월 29일로 발생 1개월을 넘겼다.
안동지역은 물론 인근 경북 북부지역까지 번져가던 구제역은 한 달이 못 돼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도의 발병으로 이어져 사상 최대 규모의 가축 매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첫 발생지인 경북 안동지역은 사태 발생 꼭 한 달 만인 28일 밤에야 매몰작업을 끝내고 살아남는 가축에 백신을 접종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이번 구제역 사태로 지역은 일찍이 겪지 못한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 사망에 유산까지.. 목숨 건 방역작업 = 안동시청 공무원들이 중심이 된 방역작업은 첫날부터 악전고투였다.
처음 겪는 일이다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겨울에 접어든 날씨는 살을 에는 듯 매서웠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구제역이 새롭게 발생하면서 매몰작업과 통제초소 설치 등 방역작업은 시청 공무원들에게만 맡길 수 없을 정도로 늘어갔다.
400여명의 남자직원을 중심으로 밤낮없이 3교대 근무를 강행했으나 늘어나는 작업량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방역작업 사흘째인 지난 1일 0시께 안동시 녹전면에서 밤샘 근무를 하던 50대 직원이 쓰러져 의식을 찾지 못하다가 6일 만에 숨졌고 30대 여직원은 1주일 가량 통제초소 근무를 하다가 결국 뱃속의 아기를 잃고야 말았다.
이 뿐 아니라 중장비에 뼈를 다치는가 하면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에 받혀 심한 타박상을 입는 등 20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크고 작은 사고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러나 육체적인 상처 못지 않게 살아 있는 생명이 꺼져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게 씻을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온다.
한 달 동안 매몰작업에 동원된 시청 직원 A(45)씨는 "소 주인이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소의 머리를 쓰다듬고 눈물짓는 모습을 보고 같이 울고 말았다"면서 "지나간 한 달은 눈물과 아픔으로 지샌 날들이었다"고 말했다.
◇ 안동한우 명성 언제 되찾나 = 이번 구제역으로 안동지역의 한우 3만4천418마리, 돼지 10만2천738마리가 매몰돼 한우는 지역 전체의 65% 가량, 돼지는 거의 90%가 사라졌다.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인 안동한우는 물론 마 먹인 돼지 등 고급 축산물 생산지로 각광을 받아오던 안동지역 축산업의 기둥뿌리가 뽑힐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살아남은 한우 1만7천여 마리도 백신접종으로 인해 청정 한우의 명성이 퇴색될지 모르는 데다 다시 구제역 이전 상태로 돌아가려면 몇 년의 세월이 더 필요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안동지역은 물론이고 외지에서도 안동한우를 취급하는 음식점을 찾는 손님이 줄어드는 등 구제역이 몰고 온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 흉흉해진 민심 = 사상 유례없는 가축 질병 사태는 평화로운 지방 중소도시의 민심마저 흉흉하게 만들었다.
연말연시를 맞아 지역 경제가 다소 숨통이 트일 만한 시기에 터진 구제역 사태는 이 지역 분위기를 순식간에 급랭시켰다.
구제역이 옮길까 싶어 농촌지역에서는 이웃끼리 왕래하는 것도 눈치를 보게 되면서 예년의 훈훈했던 인심도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이런 가운데 발병원인이 베트남에 다녀온 돼지농장 주인 때문이라느니, 그보다 일찍 병든 돼지를 몰래 파묻은 사람 때문이라느니 하는 생산적이지 못한 말싸움만 오가고 있다.
안동시민 김모(47.회사원)씨는 "선거철에도 이번 만큼 민심이 흉흉하진 않았던 것 같다"면서 "정부나 정치권,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은 뒤로 빠지고 시골 사람들끼리 서로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 '그래도 살아야 한다'.. 재건 몸부림 = 전에 없는 위기에 처한 안동지역은 그러나 국난 극복에 앞장섰던 지역 고유의 근성을 최대한 발휘해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오면서 재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붕괴 직전에 놓인 축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안동시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 축산 담당 부서를 새로 만들어 새해부터 본격적인 축산업 재건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구제역 발생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돕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우와 돼지 소비 촉진 운동을 벌이고 흩어진 민심을 추스르기 위한 주민 화합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하는 등 침체된 지역 분위기를 살리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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