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상품 외지에서 조달해 피해 막대
전국을 돌며 노인들을 유혹해 물건을 사실상 강매하는 상술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가운데 해당 지역 소매상들도 뜻하지 않게 피해를 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7월22일 안동지역 소매상들에 따르면 최근 들어 수 백명의 노인을 모아 놓고 중소기업 신제품이나 건강식품, 의료기기 등을 판매하는 곳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주로 60~70대 여성 노인만을 상대로 하는 이곳에서는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동안 거의 매일 각종 이벤트를 열어 놀이문화에 목마른 시골 노인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물건을 팔기 위한 상술이지만 이렇다 할 말동무나 즐길거리가 없는 시골지역 노인들은 뻔히 알면서도 고가의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무엇보다 노인들이 물건을 사지 않을 수 없는 배경에는 행사장을 찾을 때마다 손에 쥐여주는 미끼 상품의 영향이 크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비롯해 계란, 닭고기, 쇠고기, 세제 등 생활용품과 식자재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 선물 공세를 받은 노인들은 미안한 마음에 쌈지 주머니를 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미끼 상품은 행사 주최 측이 외부에서 대량으로 구매한 것이어서 지역 소매상들이 뜻밖의 피해를 보고 있다.
안동시내 모 행사장 인근의 한 소매상인은 "한 달여 전부터 거의 매일 노인 수 백명이 행사가 끝난 뒤 손에 손에 계란이며 닭고기며 온갖 물건을 들고 나오더라"면서 "가뜩이나 장사가 안 되는데 요즘엔 말도 못할 지경"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같은 상황은 행사장 인근뿐 아니라 규모가 큰 시내 재래시장도 마찬가지여서 때아닌 매출 감소에 울상을 짓는 소매상인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소매상인들의 하소연에도 행정 당국이나 사법당국으로서는 달리 손 쓸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노인 상대 판촉행사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안이 아닌 데다가 허위, 과장 광고나 물품 강매, 폭리 취득 등의 정황이 드러나야 하지만 해당 업자들이 교묘하게 이를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노인들 스스로도 여흥을 즐긴 대가로 물건을 사 준다는 생각이 강해 이 같은 상술을 뿌리 뽑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안동시의 한 공무원은 "노인들을 상대로 캠페인을 벌이는 등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노인 스스로 현명하게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 한계가 있다"라며 "그러나 소매상인들마저 피해를 호소하는 지경에 이른 만큼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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