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자고 일어나면 가게 앞을 청소하는 게 일입니다. 밤새 가게 앞에 까만 벌레가 발디딜 틈 없이 떨어져 죽어 있거든요."
구미시 봉곡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정수(46)씨는 8일 요즘 정체모를 까만 벌레가 기승을 부린다고 하소연했다.
김씨의 식당뿐만 아니라 최근 구미시 봉곡동과 도량동, 고아읍 원호리 일대 식당이나 주택가 등에서 이 까만 벌레가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2㎝가 채 안되는 길이의 흑갈색 곤충인 이 벌레는 장수땅노린재다.
식당 업주나 주민은 약 10일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 벌레가 지금은 봉곡동과 도량동 일대를 온통 뒤덮었을 정도로 절정에 달했다고 입을 모았다.
언뜻 보면 물방개나 바퀴벌레와도 비슷하게 생긴 장수땅노린재는 땅이나 낙엽 속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주변에 논ㆍ밭이 있는 도심지에 자주 출몰한다.
다른 노린재류와 달리 빛을 좋아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낮에는 눈에 띄지 않고 밤에 불빛이 환한 곳에 집중적으로 모여든다.
그러다 보니 이 벌레는 조명 열에 데거나 힘이 빠져 죽는 경우도 있고, 아침이 되면 활동력이 떨어져 죽은 것처럼 땅에 널려 있어 쉽게 눈에 띈다.
야간에 조명을 켜놓은 식당이나 옷가게 주인은 다음날 나와 주변에 수십마리에서 수백마리씩 떨어져 있는 장수땅노린재를 쓰레기통에 쓸어담는 것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다.
보기에도 혐오감을 줄 뿐만 아니라 노린재류이다 보니 만졌을 때 특유의 악취가 나는 것도 장수땅노린재의 특성이다.
장수땅노린재는 최근 구미뿐만 아니라 칠곡, 포항 등 도내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어 각 시ㆍ군이 퇴치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을 정도다.
고아읍 주민 이승일(46)씨는 "밤에 산책하다 보면 가로등 주변에 새카만 벌레가 모여들어 있어 보기에도 좋지 않고 아침에 보면 행인에게 밟혀 죽은 사체도 많아 여러모로 미관상 좋지 않다"고 말했다.
곤충전문가인 경북환경연수원 심재헌 박사는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면 올해 장수땅노린재의 개체수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대발생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며 "노린재는 농업해충이지만 장수땅노린재는 농업해충이나 산림해충으로 분류되지 않아 마땅히 방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쓸어서 버리는 게 가장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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