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양동마을이 안동의 하회마을과 함께 7월31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경주시와 이 마을 주민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뜻하는 바의 성과를 이루었지만 '당장 개선할 문제도 많다'는 충고도 만만치 않다. 이는 빛나는 문화유산을 창조하고 물려준 선대 조상(월성 손씨와 양동이씨)들의 위대한 업적이 이제 우리만의 문화유산이 아닌 세계인들의 문화유산으로 확대 공인되면서 새삼 우리선조들이 남긴 유산의 가치가 더욱 존경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장 마을 입구에 버젓이 자리하고 있는 움막 같은 상점은 꼴 볼견이 아닐 수 없다. 또 철대문과 너덜너덜한 농기구 창고, 여기에다 어울리지 않은 마당 안의 영업행위, 또한 남아 있는 현대식 초등학교 교사(校舍) 등 해결할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되고 있는 것은 최근 건설되고 있는 고속철도(경주-포항 구간)의 높은 교량이 마을 앞을 가리고 있어 흉물이 될 것이라고 관광객들은 지적하고 있듯이, 문화유산 면전의 외형적(하드웨어)인 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내면적(소프트웨어)인 문제도 있다. 양동마을에서 조상 대대로 살고 있는 이지휴씨(62·문화유산 해설사)는 막상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니 걱정이 앞선다고 말하고 개선할 점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마을의 전통을 계승할 정신적 지주인 웃어른을 중심으로 이어져온 옛 풍습을 다시 찾는 것, 둘째는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영업행위를 함에 있어서 음식을 ‘판다는 생각이 아닌 대접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셋째는 주민들의 오래 동안 잠재해온 ‘배타적인 사고를 배척하고 친절한 마음으로 관광객을 맞이하는 준비자세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분은 이 마을주민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해당 자치단체인 경주시도 깊이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렇듯 양동마을이 ‘유네스코 등재’란 성과를 가져온 데는 오랜 기간 동안 '유네스코 등재'를 위해 줄기차게 노력해온 경주시와 경북도의 공적도 기릴만 하지만, 무엇보다도 생활의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선조들의 숭고한 유교사상과 기풍 있는 생활문화, 그리고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지켜온 후손들의 공적 또한 각별히 기려야 한다고 마을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특히 양동마을은 인위적으로 조성해 상업성이 강한 ‘용인민속촌’과는 달리, 조선시대부터 대대로 후손들이 가가호호에서 실제 살아오면서 선조들의 유구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기려온 점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마을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첫날인 1일 아침,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하나같이 “선조들의 유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고마운 일이다”고 말하고, “다만 우리의 생활은 더 불편해지면서 돌아올 혜택마저 별로 없을지도 모른다”며 앞으로의 생활에 걱정을 더 앞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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