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 사태가 도미노처럼 확산되면서 전국 시ㆍ도 가운데 수위를 다투는 경북의 축산업 기반이 붕괴할 위험에 처했다.
12월 9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은 사육 한우 마릿수가 49만1천마리에 달해 전국 점유율 1위(24.2%), 돼지 141만7천마리(점유율 14.8%)로 3위, 젖소 4만4천마리(9.8%)로 3위를 차지해 전국 최대의 축산단지로 널리 알려졌다.
이 가운데 안동과 영주를 포함한 경북 북부권은 사육 가축 마릿수가 60만마리에 달하는 전국 최대의 축산 산지다.
그러나 구제역이 안동에 이어 예천, 영양, 영주, 봉화, 영덕 등 모두 6개 시ㆍ군에서 잇달아 발생하면서 축산 강세지역의 위치를 위협받고 있다.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당국이 우제류(소, 돼지 따위 발굽이 두개인 동물) 가축을 대량 살처분하고 있어 사육 두수가 크게 줄고 있다.
지금까지 도내에는 한우 1만4천여마리, 돼지 9만4천여마리 등 10만9천여마리의 가축이 살처분 대상으로 지정돼 이 중 8만8천여마리가 매몰됐다.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이는 소와 돼지도 예방적 차원에서 살처분되며 발생지역이 계속 늘어 살처분 가축도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 축산농민들은 "당국이 가축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을 시가로 지급한다지만 다시 송아지나 새끼 돼지를 입식해 생산하려면 수년이 걸려 그동안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고 호소했다.
일부 농민은 당국에 보상금을 올려 달라며 방역요원의 살처분 작업을 막고 나서기도 했다.
축산농가는 이런 직접적인 타격 외에 구제역 사태 이후 가축시장 폐쇄와 가축의 이동제한을 받으며 심리적 타격에도 시달린다.
지역 축산물에 대한 도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하지 않을까 하는 점도 걱정거리다.
실제로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의 한 고깃집 주인은 "구제역이 확산되면서 '쇠고기를 먹어도 괜찮으냐'는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며 "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데 지장이 있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지난 2002년 구제역 발생 이후 올해 9월 세계동물보건기구(OIE)로부터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획득했지만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또다시 청정국 지위를 잃은 점도 큰 악재이다.
그동안 중단됐던 국내산 축산물 해외수출이 재개되려는 상황에서 다시 구제역이 발생해 수출길이 막히는데다 내수부진까지 겹치면 국내 축산농가들은 이중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경북도 구제역방역대책본부는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농민 손실이 발생하고 축산업 관련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살처분이 끝나고 석달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으면 다시 청정국 지위를 획득하고 축산업 운용도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