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ubject	드라마속의 사랑

　사랑이란 형체가 없는 형이상학적인 것으로 사람에 따라서 사랑에 대한 생각이나 상상은 천차만별이다. 사랑은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마음이 동하여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속력으로 질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연속극의 거의가 사랑을 소재로 한 것이다. 그 사랑이야기가 진부한 것일 때도 있고 시청자의 공감을 사는 경우도 있다. 시청률이 치솟을 때 인기작가가 탄생하고 배역을 맡은 탤런트는 일약 스타가 되기도 한다.
　오래전의 '여로'가 그랬고， '겨울연가'는 일본열도를 한류열풍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대장금'도 중국， 아시아권에서 또 다른 한류열풍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식상하기 짝이 없는 그 사랑의 내용이， 언어와 풍습이 다른 나라의 안방에서 국가의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한국 관광붐을 일으키게 하는 힘， 그것이 무엇일까? 진솔한， 어쩌면 바보스럽게 밑지는， 그 계산을 배제한 순수한 사랑이 드라마 속에 깔려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순수한 사랑의 힘이 거대한 태풍으로 휘몰아쳐 언어장벽을 뛰어넘고， 사고와 윤리까지 뛰어넘어 세계의 가정과 세계의 시청자 가슴을 강타하고 있는 것이다.
　소설이 허구이듯이 TV드라마 역시 실제 있지 않은 상황을 쓰고 구성하여 연출하는 것이다. 배역을 맡은 탤런트는 작품이 설정한 역할을 충실히 해낼 때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배우는 작가의 의도가 아닌 자기의 생각대로 연기를 할 수 없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 연기자는 자격미달이고， 감독의 노여움을 사 브라운관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맞을지 모른다.
　연출자， 연기자는 원래의 작품에 충실하여야 시청자의 박수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연출되는 사랑이야기를 멜로물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하지만， 사극， 첩보영화， 코믹영화 그 어떤 것도 '사랑의 틀'을 벗어나서는 공감 받기 어렵다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사랑 그 자체가 인생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내용이 얼마나 시청자들을 감동시키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연속극이 상영되어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TV채널을 돌렸다 하면 전부가 사랑이야기다. 삼각관계가 아니면 비윤리적인 사랑장면들이 너무나 천편일률적이다. 사랑이란 원래 비윤리적인 속성이 있어서인가?
　한때 TV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방영되어 온 나라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작가의 의중이 브라운관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때는 책임도 따른다. 전통적인 관습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라면 그에 상응한 문제점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작가는 작가로서의 생각을 끌고 가지만 시청자는 브라운관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현실의 잣대와 현실의 윤리관으로 소화하려는 속성이 있다. 당연히 작가는 시청자들의 입방아와 관심에 상응한 작가정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어느 날 생각 없이 돌린 TV드라마에 이런 요지의 이야기가 있었다.
　한 여성 직장인이 그 회사의 사주와 깊은 사랑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그 회사 운영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본가인 배후인물이 그 여사원에게 애정관계를 청산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내일까지 말을 듣지 않으면 회사에 부도를 낼 것이라는 최후통첩도 해왔다.
　여사원은 고민 끝에 사장과의 사랑을 끝내기로 하고 집안에 드러누워 중병을 앓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여직원의 어머니는 딸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아기를 사이에 두고 서로 자기의 아이라고 주장하던 두 여인이 재판을 받게 되었다. 재판장은 두 여인에게 가혹한 판결을 하였다.
　"아이를 둘로 토막 내어 절반씩 가져라."
　결과는 어떻게 되었겠니? 진짜 어머니는 뼈를 깎는 고통을 참으며 아이를 포기하고 가짜 어머니에게 아기를 내어주었단다.
　정말 사랑은 아픔을 참으면서도 사랑하는 아기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 그런 것이란다.
　사랑은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불행의 시작일 수도 있다.
　사랑을 할 때는 목숨을 버리듯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시작해야 한다.
　물에 빠진 사람이 모든 소유물을 내어던지고 생명만이라도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헤엄쳐 나오듯이，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기의 주장이나 이익 등 모든 것을 버리 고서야 그 사랑의 늪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사진·글 이종기(시조시인)
13호 (200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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