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운동과 새마을운동은 양 바퀴였다
새마을운동은 1972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선포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새로운 부서를 만들지 않았다. 기존의 부서를 중심으로 새마을업무와 관련된 기능과 역할을 확대했을 뿐이다. 이것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 추진에 있어 우리의 흥미를 끄는 사실 중의 하나이다.
새마을운동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 정부조직 뿐만 아니라 각급 공공기관단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지만 특히 농업협동조합의 협력과 제반 사업은 새마을운동을 촉진하고 성공적으로 완성하는데 매우 긴밀하고 직접적인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새마을운동과 농협운동은 본질적으로 그 이념상 동질성을 갖고 있다. 농협은 농촌새마을운동의 이상과 같이 복지농촌 건설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농협의 기본정신은 새마을운동이 초
기에 주창했던 자조․자립․협동이다.
사업의 추진주체나 추진방법에 있어서도 불가분의 관계이다. 농촌새마을운동과 농협운동의 사업추진 주체와 수혜대상은 다 같이 농촌 농민이다. 따라서 추진하는 사업도 동일한 것이 많다. 새마을운동의 중점과제인 환경개선, 정신계발, 소득증대는 농협의 농업생산력 증진과 생활합리화사업과 맥을 같이한다.
농촌 새마을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농협은 꼭 필요한 기구이다. 특히 소득증대사업을 추진하는데 농협의 역할은 매우 긴요하다. 농협은 전국 일선까지 계통조직이 완비 되어 있고 안정적인 농산물의 판로와 시장장악, 가격지지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 농업기계화와 새로운 농용자재 공급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농업의 기술혁신과 농산물 품질향상을 위한 기술을 갖고 있으며 신용사업으로 생산자금의 조달과 공급을 위한 조직과 수단도 갖추고 있다. 아울러 농민의 생활안정과 위험보장 장치인 공제사업을 하고 있다. 새마을사업을 통한 실질적인 소득을 증대시키는 수단과 방법이 농협사업이라 할 수 있다.
1972년 새마을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농협은 다음과 같은 농협새마을운동 추진방침을 정하고 단위조합을 중심으로 농협사업을 새마을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갔다.
첫째, 새마을운동을 농민조합원 스스로가 농촌미래상을 지향하는 자발적인 운동으로 전개하고 농협사업을 새마을운동에 승화시킨다.
둘째, 새마을운동 실천체는 단위조합의 내부조직이며 실천과제는 조합원의 영농개선과 생활개선이다. 새마을운동을 소득증대를 통한 영속적 사업으로 추진한다.
셋째, 새마을운동의 성과가 우수한 자조부락을 우선 지원하며 마을마다 뚜렷한 미래상을 부각시켜 연차계획으로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었다.
농협은 단위 추진체계별로 역할을 정립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도•지원 조직으로 새마을사업계획의 수립과 주요 방침을 결정하고 새마을사업부를 설치하여 농협사업과 새마을운동을 연계 추진했다. 새마을지도자연수원과 농협임직원 연수원, 각도에 6곳의 연수원을 두고 농촌지도자를 양성하고 조합원과 임직원 교육을 실시했다.
단위농업협동조합은 사업추진 주체로, 마을단위 내부조직을 새마을운동 실천 주체로 육성하고 필요한 지도 지원을 했다. 지역의 특수자원과 여건, 지대별 적정사업을 개발하여 마을단위 생산 소득사업을 추진하고 생산, 가공, 유통시설을 설치 운영했다.
마을단위 내부조직은 새마을운동 실천 조직으로 영농회, 작목반, 부녀회, 1조 금고, 새마을 청소년회(4H) 등이 있었다. 영농회는 마을단위 정점조직으로서 마을단위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1마을 1작목반을 설립하고 소규모의 개별영농을 협동영농으로 유도했다. 자연부락 또는 경지집단별로 작목반을 구성(20∼59호)하여 영농계획 공동수립, 기술의 공동학습, 품종 재배방법 통일, 공동육묘, 공동방제 실시로 생산성을 높이고 농사자금 대출도 농가별 융자에서 작목반 단위로 바꾸었다. 기술협동, 공동작업, 공동이용, 공동판매를 통한 영농의 과학화, 경영비절감, 유통구조를 개선했다.
부녀회는 부녀교실, 새마을구판장, 공동취사장을 운영 했다. 부녀교실은 어린이 공부방, 농번기 탁아소 운영과 부녀자들의 공동학습과 함께 공동작업과 공동사업을 통한 기금조성, 소비절약, 저축 장려, 재활용사업을 펼쳤다.
농협 1조 금고는 마을단위 새마을금고로 저축운동, 일시예탁금의 수불, 단위농협 상호금융 분점 창구 역할을 했다. 영농후계자 육성을 목적으로 4H (새마을 청소년회)에는 공동사업과제 실습을 위한 4H과제 자금을 지원 했다.
또한 단위조합 주도로 매월 새마을지도자 간담회를 운영하여 새마을운동 지원에 관한 사항과 농협업무에 대한 자문과 건의를 받아 여론과 정책자료 수렴기구로 활용했다. 단위농협의 임원은 대부분 지역 새마을지도자들이었다.
이처럼 새마을운동과 농협은 수레의 양 바퀴처럼 한국 농촌근대화를 이끌었다고 할 수 있다.
정 갑 진
새마을운동역사연구원 원장
68호
20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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