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아르빌지역에 파병된 쟈이툰부대가 새마을운동방식에 의한 평화･재건임무를 수행하여 큰 성과를 나타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필자는 현지 주민대표와 새마을업무담당 관료들에 대한 새마을정신교육을 실시하기 위하여 이라크를 방문했다. 우리연수원에서는 2004. 5월부터 이라크에 파견되는 민사관련 주요지휘관들에 대해 수차례에 걸쳐 새마을교육을 실시한바가 있다. 또한 작년8월에는 현지 공무원과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이 직접 내한하여 교육과 함께 한국의 발전상을 시찰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바 있다.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는 찬반여론으로 시끄러웠지만, 쟈이툰부대의 비전투적인 민사작전은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며 주둔지인 아르빌지역에 친한 무드를 조성하여 한국기업의 대이라크진출에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마을운동의 경험과 교훈을 되살려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하려는 ‘쟈이툰새마을운동’은 단기간에 큰 성과를 나타낸 것으로 평가된다. 쟈이툰부대원이나 차량행렬이 지나가면 어린이들조차 고사리 손을 흔들면서 “꾸리, 꾸리!(코리아, 코리아!)”하고 반기는 모습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일행 중 누군가 말했다. 인사가 만사란 말이 있지만 평화재건부대는 민사가 만사이다. 민사작전은 민사심리작전으로서 현지인의 마음을 얻는 것이 목표인데, 쟈이툰부대는 이미 이라크의 신뢰와 존경을 획득 했노라고. 쟈이툰부대는 2개여단에 4개 재건대대가 있다. 각 대대에서는 5개 마을씩 총20개 새마을시범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새마을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각 마을에는 무크타르(이장)외에 별도로 새마을지도자를 선발하였다. 이들에게는 새마을이론과 정신교육을 실시하고 현지 쿠르드어로 제작된 교재를 배부하여 새마을운동의 참뜻을 알렸다. 부대원들은 현지마을 주민들과의 면담을 통해 주민들의 욕구를 조사하고 주민숙원사업을 파악했다. 주민들은 주로 물과 전기의 원활한 공급을 호소했고 행정당국은 학교시설의 개보수를 요청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새마을운동의 추진원리를 고려하여 주민들의 자조의식을 북돋우고 협동심을 유발하는 사업들이 우선적으로 검토되었다. 각종쓰레기와 오물을 제거하는 환경미화사업, 주택 및 담장개보수, 마을진입로와 안길정비, 심정개발 및 공동우물설치, 하수도신설, 학교와 보건진료소의 개보수 등이 마을별로 실시되었다. 학교에는 교실과 화장실을 보수하고 심지어 에어컨과 컴퓨터까지 설치하는 곳도 있었다. 농촌 주택은 대부분이 흙벽돌로 쌓은 토담집으로 지붕도 매우 엉성하며 방과 부엌을 함께 쓰는 집이 대부분이다. 토질이 미세한 분진으로 이루어져 배수가 잘되지 않아 생활오수는 낮은 곳으로만 흘러들어 마을 한가운데에 오물구덩이가 산재해 있다. 모든 마을에 하수도 150m를 개설할 수 있는 자재를 지원하는 주민자조사업을 일제히 시행하였다. 어떤 마을에는 토사를 600트럭대분을 실어날러 오물늪을 메우고 축구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자조사업에 대해서 자체평가를 실시하고 평가결과 대대별로 우수마을, 2, 3위 마을 등 총12개 마을이 선정되었다. 이 마을에 대해서는 마을숙원사업 위주의 추가 지원이 이루어졌다. 배선 공사나 발전기 설치 등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업에는 용역업체를 선정하여 지원하였다. 이슬람사원인 동네모스크의 시설개보수나 도색을 원하는 곳도 있었다. 공동묘지 담장설치나 상수관교체, 또는 주택이나 담장보수를 위한 자재지원을 원하는 마을도 있었으며 마을에 소재하는 학교에 컴퓨터 등 사무기기를 요청한 곳도 있었다. 이러한 후속사업은 금년상반기중에 1차 마무리 될 계획이다. 평가에서 탈락한 8개 저조마을에도 사기를 잃지 않도록 주민공동용 필요물자를 구입토록 약간의 예산을 배정했다. 쓰레기더미와 오물구덩이가 어엿한 마을쉼터로 조성되어 ‘한국정’이란 현판이 걸려있는 정자를 발견했을 때나 마을운동장에 쿠르드자치정부 국기와 새마을기가 함께 높이 펄럭이는 모습을 볼 때 가슴 찡한 감격을 맛보았다. 전쟁, 가난, 질병, 무기력･･･이러한 단어를 곱씹으며 70년대 우리나라가 새마을운동을 외칠 때 보다 더 열악한 듯한 이곳 사정을 보노라면 착잡한 심경을 가눌 수 없었다. 쟈이툰부대가 이곳에 온 것은 그것도 ‘새마을운동’이란 알라딘램프를 갖고온 것은, <신의은총이자 아르빌의 축복>이라는 현지인들의 표현은 과장된 것이 아닐 듯싶었다.
정갑진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부원장>
24호 (2006.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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