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초기 새마을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사회적인 배경과 기반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새마을운동이 농촌에서 불을 붙일 수 있었던 것은 농촌의 내적요인들이 그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으며, 해외에서도 새마을운동을 적용하려면 다음과 같은 5가지의 여건이 충분히 검토 되어야 한다고 박진환 교수는 강조했다.
1)농민들이 농촌근대화에 대한 절박한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도농 간의 격차에 대한 위기의식이 필요하다.
2)마을주민들 상호간의 동질성이 높아야 한다. 특히 마을주민들 사이에 전근대적인 신분이나 농지소유의 차별화는 자조사업을 일으키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
3)상부상조하는 농촌마을의 전통적인 관행이 있어야 한다.
4)말단행정이 읍면단위로 발달되어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5)농민들이 농지를 소유하고 농가이득이 있을 때 자력갱생운동이 일어난다.
이처럼 농민들의 절박성, 동질성, 상부상조전통, 말단행정 발달, 자력갱생정신이 있을 때 새마을자조운동이 성공할 수 있다.
한편 초기 새마을운동과 관련된 통계들은 현시점에서 볼 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만 매우 흥미로우며 당시의 실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1)1972년 통일벼의 보급률이 16%이었던 것이 1977년에는 55%까지 늘어났고 이에 따라 ha당 쌀 수확량은 3.34톤에서 4.94톤으로 거의 50%가 증가되었다.
2)농가소득은 1970년에 824$였으나 1977년에는 2,961$로서 3.6배가 높아졌다. 이것은 연평균 농가소득의 증가율이 23%가 됨을 뜻한다. 1970년대 한국농민들이 신바람난 이유이다.
3)1970년대 초 농촌의 약80%는 초가집이었고 전기가 들어간 마을은 20%에도 미달했다. 또한 마을까지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이 절반이상이었다.
4)전기는 1970년의 20%수준에서 1977년에 와서는 전국농가의 98%수준으로 보급되었다.
5)1976년에는 농가100호당 3대의 전화가 있었다. 이것은 자연부락마다 전화 한대가 가설되었다는 것을 나타내며 마을전화라고 칭하였다. 1978년에는 100호 농가당 7대로 늘어났고 1980년에는 농가전화 보급률이 95%로 늘어났다.
6)1971~1978년 사이의 8개년 동안에 무상으로 지원된 시멘트는 마을당 2,100포대(84톤)였으며 철근은 마을당 2.6톤이었다. 즉 연평균 240포대의 시멘트와 300kg의 철근이 지원되었다. 이것은 1974년도의 시가로 환산하면 마을당 연간2,000$(250만원)수준이다. 또한 한마을의 세대수를 100호로 가정하면 한 농가당 연간 지원된 물자의 금액은 20$가 된다. 2004년 환율기준으로 약25,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7)1971~1978년 사이에 새마을사업으로 개설된 마을진입로와 농로가 43,631km, 마을안길이 42,220km로서 85,851km이다. 이것은 마을당 평균2,601m에 해당한다.
8)이중 마을당 안길은 총1,280m이며 100호 기준으로 농가당 약13m의 안길이 넓어지고 정비된 것이다.
9)1971~1975년간 마을주민들이 새마을사업으로 건설한 교량은 전국적으로 약65,000개이며 마을당 평균2개의 교량이 건설된 셈이다.
10)동력경운기는 1970년에는 2~3개 마을에 1대정도, 1975년에는 마을당 3대정도가 보급되었으며 1986년에는 마을당 21대로 늘어났다.
11)토지소유주들이 새마을사업을 위해 희사한 토지면적은 마을당 평균 약1,700평으로 산출된다. 즉 마을길 1m넓히는데 추가적으로 들어간 토지면적은 평균 0.64평이었다. 마을당 2,700m의 도로를 개발하면 결국 0.64평 × 2,700m = 1,728평이 들어간 셈이다.
12)마을단위로 전개된 새마을사업을 위해 주민들이 제공한 노동일 수는 마을당 평균 약800일에 달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100호 기준으로 볼 때 호당 연간 8일의 노동력이 제공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새마을주거 환경개선사업이 가장 활발했던 1972년은 평균10일, 1973년은 11일, 이후는 7~9일로 나타났다.
위에서 보는 것처럼 초기 새마을사업을 통해 한국의 농촌마을은 초가집이 개량되고 집안까지 경운기가 들어갈 수 있도록 마을 안길이 넓어지는 등 농촌의 인프라가 개선되었으며 전기와 전화가 가설되어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매년 농가소득이 23%씩 증가하여 도농 간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을 위해 정부가 지원한 기초지원금은 마을당 연간 2,000$에 불과했으나 주민스스로가 연간 약8일간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약1,700평의 토지를 희사한 자조적 노력이 있었다는데 새마을운동의 높고도 귀중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정갑진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부원장>
23호 (2006.2.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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