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교육의 수장으로 있을 때, 교원의 정년이 한꺼번에 3년이나 단축되었다. 그 당시에 갑자기 쫓겨난 ‘우리’들은 그의 상판대기나 눈초리만 보아도 원한이 솟구친다. 결국 그 사람 때문에 3년 먼저 거리로 내몰린 채 백수건달(白手乾達)이 되었고, 오늘도 내일도 장로(長老-장장 놀고 먹는 노인)라는 별명으로 소일할 뿐이다.
이제 쫓김을 당한 지 꼭 3년이 되는 셈이다. 그렇지 않으면 병술년 새봄에 정든 교단을 물러나 세칭 백수와 장로가 되는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그가 교육장관일 때에 벌어진 교육계의 대란을 회상하면 아직도 상처받은 앙심이 하늘을 찌른다.
인간이란 과거를 망각할 수는 없다. 은혜와 감사는 보은의 길을 알리지만 울분과 악령은 복수의 칼날을 세우기 마련이다. 누가 뭐래도 그는 그 무렵 교육을 개혁한답시고 천벌 받을 짓을 하였으니 사람이면 누구나 이가 닳도록 깨물고 죽도록 패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무른 감도 쉬어 가면서 먹으라고 하였다. 소뿔을 단번에 빼면 피가 나기 십상이다. 어째서 나이 많은 선생은 글을 못 가르치고 젊은 선생은 글을 잘 가르친다고 단정할 것이며, 늙은 교사 한 명이면 젊은 교사 두 명 봉급을 준다는 경제 논리와 숫자적 계산을 들이댔단 말인가.
교육자들의 자기반성이나 연마를 게을리 하거나 단축의 법적 부당성을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몇몇 사람이 빌빌대는 것을 보고는 마치 전체가 허우적거리는 양, 코드가 맞는 학부모와 시민단체를 앞세워 여론몰이를 한데 대하여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는 것이다.
거리에서 투쟁하고 학원에서 난장판을 일으킨 무지막지한 그네들이 정권을 잡은 후, 교육에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논리와 전략 역량을 집약시켜, 다만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퇴출시켰으니 말이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기득권에 대한 불신과 역사에 대한 증오와 저항이었다고 할까.
알다시피 당시의 교육 현장에서 교사는 불순한 시민 단체로부터 시달리고 뭇매질을 당했으며 국가는 교사를 불신하고 푸대접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로 인하여 교사들의 사기가 천길만길 떨어지고, 이해 당사자들의 생계에 대한 불안과 절망은 말할 것도 없이 삶에 대한 최소한의 인권마저 박탈당한 채 길바닥에 내동그라졌었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서 그 계산과 이론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일시에 퇴출된 교원의 자리는 교실 수업의 황폐화를 가져왔으며 전교조의 논리가 교육의 원리인 양 이념화된 학교가 되지 않았는가. 돈타령하던 정부는 사회와 경제를 망쳐놓아 국민의 생활은 그야말로 위기의 극치가 아닌가.
개를 길러 잡아먹는다 해도 때를 기다리는 법이고, 잠가 놓은 대문을 박차고 들어온 거지에게도 한술 밥을 먹여서 보내는 것이 도리이다. 부모 없는 자식이 어디 있고 보수 없는 진보는 어디 있느냐. 세월 앞에 버틸 자 없듯이 나이가 많으면 늙은 놈이 되고, 젊은이는 이내 늙은 놈의 자리를 이어받는 것이 자연의 이법이다. 건국 이래 그 난국을 헤쳐가면서도 이 나라 경제발전의 역군은 누구이며 교육 창달의 주역은 그 누구란 말이냐.
옛말에 맞은 사람은 발을 뻗고 자고 때린 놈은 옹그리고 잔다고 했다. 칼자루 쥔 손을 너무 휘두르면 놓쳤을 때에는 맛볼 것이 자기 피밖에 없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자기 눈에는 피눈물이 흐르게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2006년 3월 1일, 국정 책임의 둘째라는 그분은 신나게 골프를 쳤다. 며칠 전 대정부 질문 때에는 꼴사나운 고자세의 총리가 되어 답변대에 서고, 그때 교원의 권익을 주장한 교총회장은 국회의원으로서 질문자의 입장이었다.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고 했던가. 아직도 당사자인 그가 교원 정년 단축을 교육개혁의 업적이라고 내세운다면, 그는 인간성을 상실한 순간의 세도가이며 순리를 거역한 악인에 불과할 것이다. ‘우리’들은 오늘도, 그와 그의 무리들에게 하늘은 선한 자에게 복을 내리고, 악한 자에게 화로써 벌을 준다고 강조하고 싶다.
허학수
22호 (2006.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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