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여! 세탁소집 아들이 미국의 시장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가. 10만 시민 중에서 한국인은 불과 3,000명에 지나지 않는 소수민족이지만 이국의 넓은 대륙에서 뭉친 대한민국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보여준 것을 알고 있는가.
주인공 당사자는 미국 본토에서 처음으로 뉴저지주 에디슨市의 직선 시장이 된 자랑스런 한국인 崔준호(34세)씨이다. 세살 어린 나이로 부모님을 따라 아메리카 땅으로 이민간 최 당선자, 그의 부모님은 이른 새벽부터 밤중까지 꼬박 20여 년 간 세탁소를 운영했다고 한다.
최 시장의 말이 더 머리에 와 닿는다. “좀 더 잘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정계에 입문했고, 부모님은 나에게 열심히 일하고 남을 위하여 끝까지 봉사하라는 중요한 가치를 주셨다”고 덧붙였다.
젊은이들이여, 지금의 ‘나’를 직시하고, ‘나’를 다독거리기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겨울밤 호롱불 아래서 해진 면내복을 깁고, 옷핀으로 고무줄을 끼워주던 어머니의 손가락을 회상해 보아라. 검정물 들인 광목옷을 입고 골바람 쌩쌩 부는 오솔길을 걸어 통학한 아버지의 부르튼 다리를 잊을 수 있겠는가.
한국의 소록도에서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한센병 환자를 손수 치료한 오스트리아의 수녀 두 분을 알고나 계시는가. 꽃다운 20대에 분단국 한국에 와서 수천 환자의 손과 발이 되어 일흔 할머니가 된 소록도병원의 두 천사의 갸륵하고 거룩한 정성에 대하여 감사할 줄 아는가.
이제 나이 들어 떠나간다는 그 수녀 간호사의 손에는 소록도에 들어올 때에 들고 왔던 해진 가방만 잡혔다는 사실, 본국에서 보내주는 생활비마저 환자들에게 우유와 간식비로 제공하고, 성한 몸이 되어 떠나가는 사람들에게까지 노자를 나눠준 그 수녀님의 사랑의 봉사와 인간적 향기를 맡아보기나 했는가.
우리는 왜 싸우기만 하고 타협은 없으며 슬픔과 눈물만 쏟아내고 웃음과 박수는 없는가. 패거리 숫자로 밀어붙이고, 기울어진 사고와 원한의 복수로 붉은 피를 토하며,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양극화의 극한투쟁으로 불안하게 이어가는 대한민국을 걱정하고 있는가.
진짜로 애달프고 서글픈 일이다. 사학법 개정을 두고 종교계가 반대하니까 그 학교만이 해당 종교인 중에서 개방 이사를 추천한다고 특례규정을 넣겠다는 그런 해괴망측한 변론을 생각이나 해보았는가.
시각 장애인 張호선(53세)씨가 멀고 먼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마라톤에서 달리고 또 달려 완주를 한 뒤, 내 조국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는 것이다. 그는 도로를 달리면서 처음으로 자신 속에 쌓여있는 저력을 느끼게 되었고, 내가 걸어온 인생의 굴곡을 회상하면 오늘의 이 고통쯤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고 다짐하였다.
젊은이들, 당신들은 심각하게 고민을 해보았는가. 현재의 우리는 너무 힘들게 살아간다. 지금 우리 국민은 고달프고 짜증난다. 한바탕 웃어볼 의욕과 용기도 잃어버렸다. 이대로가 연장되고 계속된다면 혹시나 우리의 생존권마저 넘어지고 없어질까 불안하고 겁이 난다.
바다 건너에서 크게 흥행한 ‘호타루’영화의 슬픈 정서를 이해하고 있는가. 학도병으로 출격하는 미쓰야마 후미히로(한국이름-卓경현)의 마지막 유언,
‘오늘이 마지막 밤이니 어머니의 고향 나라 『아리랑』을 부를게요.
아리랑 노랫소리/ 멀리/ 어머니 나라 그리워라/ 부서진 꽃, 꽃.
젊은이들이여,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내 조국 대한민국이 어떻게 해서 오늘에 이르렀는지. 한천노숙 초근목피로 연명한 고희 늙은이들의 피난살이를 상상이나 해 보았는지. 산과 들을 마구 달리는 터널과 고속도로는 누구의 피땀인지.
며칠 전 어느 원로 정객의 뼈아픈 한마디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다.
“5년 동안 또 TV를 끄고, 꼴 보기 싫다고 그렇게 지낼 것이냐.”
허학수
21호 (2006.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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