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자 소망한다. 그러나 인간 그 자체가 불완전한 존재이고 보니 뜻한다고 다 이룩되는 것은 아니다. 성공과 실패의 연속선상에서 일희일비(一喜一悲)를 곱씹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그래서 옛 성현들의 말 가운데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후회 없는 미래를 살아가도록 계율하는 명구들이 많이 있다. 저 유명한 주자십회(朱子十悔)를 비롯하여 철인?문호들의 참회록 등은 아직 인생 초반에 머물러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많은 교훈이 되어지리라 믿는다.
그런데 어떤 일의 초기단계에서 오는 단순한 실패와 후회는 그 자체가 교훈이 되어 보다 큰 불행을 예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때로 영영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저질러 인생을 파국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참상을 볼 적에는 참으로 안타까운 연민의 정을 금할 수 없다. 아무리 일세를 풍미했던 권문세도가라 하더라도 이름 없는 시골 나뭇꾼 신세를 부러워 할 경우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옛날 진나라의 재상 이사는 천하의 대권을 잡아 영화의 극치를 누렸던 인물이지만, 그가 정적에게 잡혀 끝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에는 애통해 하는 자식을 향해 다음과 같은 후회막급의 말을 남겼다.
『내 일찍이 시골에 묻혀 누렁이(黃狗)와 더불어 사냥이나 하고 살았더라면 오늘 이런 참변은 면했을 것이다. 결국 내 욕심이 나를 망쳤구나... 너만은 절대로 이 아비의 천철을 밟지 말아다오.』
이와 같은 이사의 황구지탄(黃狗之嘆)은 오늘날 까지도 「후회의 대명사」로 남아 널리 세간에 회자(膾炙)되고 있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도 이런 황구지탄을 읊조리며 「내 욕심이 나를 망쳤구나」하고 후회의 눈물을 뿌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여기서 우리는 어떤 단순한 성패에 따른 후회보다는 또 다른 차원의 인생의 근본 문제를 곱씹게 된다. 즉,「자신의 이득만을 탐내는 자는 반드시 화를 입게 된다」는 교훈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명작「부활」은 자신의 순간적인 실수로 저질러진 한 여인의 파국 앞에서 그에게 보상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네오돌프(남자 주인공)의 진정한 후회를 그리고 있다. 진정한 후회란 뉘우침을 뜻하며 진정한 뉘우침은 자신이 저지른 허물을 통해 착한 마음을 회생하는 개과천선을 말하는 것이니, 이 톨스토이의「부활」은 곧 후회의 미학(美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에서 체험하는 모든 단순한 후회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미래지향적인 의지에 접목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후회 없는 인생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학문을 익혀 교양을 쌓고 인격을 도야하는 일도 따지고 보면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예비책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일찍이 프랑스의 작가 스탕달이 주창한「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교육은 후회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한 말도 바로 이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라 하겠다.
후회를 배워 다시는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을 영위한다는 것, 이것은 곧 역사를 배우는 까닭이며, 특히 우리 젊은이들에게는 금과옥조와 같은 계훈(戒訓)이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도착(倒錯)된 가치관에 매달려 맹목적으로 달려 왔다. 돈만 있으면 무조건 잘 사는 것으로 생각했고, 남을 밀치고라도 윗자리에만 올라가면 무조건 출세영달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세월의 이끼 속에 파묻혔던 진리가 숨쉬는 날 그간의 모든 바벨탑의 영광은 후회와 탄식으로 탈바꿈하지 않았던가.
물질위주의 사회발전은 끝내 환경오염을 심화시켜 인류의 생활터전을 위협하고 있다. 또 무분별한 출세주의는 그 인간을 오히려 파멸의 낭떠러지로 추락시키고 있다. 이러한 오늘의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우리는 이제라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을 참 후회를 배워 새로운 가치관을 정립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젊은이들이 주인공이 될 미래시대에는 다시금 똑 같은 후회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마음을 다잡아나가야 하겠다.
김병권_bkkim31@hanmail.net
20호 (2006.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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