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가끔, 편견과 인습의 사슬에 얽매인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인간이 지배권을 잡으면 그들은 자기들의 위치를 확보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려고 한다.
알다시피 편견은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이며 그것이 지나치면 네편과 내편으로 구분된다. 반면에 칭찬은 좋은 점과 잘한 것을 들추어 누구에게나 공감이 갈 수 있는 찬사와 찬양이다.
그런데 요즈음의 우리 사회는 칭찬보다 편견과 사시(斜視)가 심하다. 다시 말하면 내편은 옳다고 주장하고 상대는 모두 그르다고 인식하여, 결국에는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멸과 저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치판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 구석구석에서 상층을 바라보는 하층도 그러하다.
비뚤어진 눈에는 모든 것이 노랗게만 보인다. 버나드 쇼오는 로댕의 작품을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최근에 수집한 로댕의 작품입니다’고 했더니, 관객들은 지나친 혹평을 하였다. 쇼오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래요. 이것은 로댕의 작품이 아니라 미켈란젤로의 작품이라’고 했다.
인간 세상에는 간에 붙고 쓸개에 붙는 아첨군이 있는가 하면, 빌어는 먹을지라도 고양이 소리는 못 내겠다는 주견파도 있다. 교언영색으로 비굴하게 알랑거리고 노안 비슬(奴顔婢膝)하는 더럽고 치사한 무리들도 많다. 까마귀는 시체를 쪼아대지만 아첨의 떼는 생사람을 먹어치운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버지가 지은 문장을 그 아들이 명문이라고 칭찬한다면 남의 헐뜯음을 일으킬 뿐이다. 정직하게 간하여 잘못을 바로잡아줌은 쓴 듯하지마는 실제로 달고, 아첨하여 받들음은 편안한 듯하나 끝내는 위태롭고 허망한 것이다.
평범한 사실이지만 사람들이란 세력에 모여들고 명예와 이익에는 함께 도모한다. 그러나 모여드는 세력과 함께 하는 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갈라지고 헛수고가 된다는 것도 깨달아야 한다. 한 사람에 대한 특별한 관심은 다른 사람에 대한 무관심을 자아낸다.
우리 총재, 우리 대표가 말했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앵무새처럼 지저귀거나, 한술 더 떠서 첨언 부언하는 현실이 참으로 부끄럽다. 진짜 칭찬은 자화 자찬이 아닌 상대의 칭찬이어야 하고, 영웅 명장은 아군 아닌 적군의 입에서 저절로 튀어나오는 법이다.
이승만과 박정희가 내편이 아니라면 국민의 편이란 말인가. 새마을 운동이 불길처럼 번지고 경부고속도로가 국토를 관통하던 날, 비로소 온 국민은 희망을 안고 살맛이 부풀었으며 기아에서 벗어났다. 암흑의 농촌에서 이웃집 나들이가 불가능한 그 시절, 전깃불이 켜지고 마을 안 길이 넓게 뚫려 자동차가 드나들었는데도 왜 그 사람을 욕하느냐 말이다.
혹자는 어느 누구라도 그 시대에 그런 일을 맡기면 능히 해낼 수 있었다고 억설한다. 정말로 궤변이며 억지이고 편견이다. 독재를 하고 인권을 탄압한 것도 어찌 없을까마는, 그러나 순수하고 정직한 중용의 입장에서 호불호(好不好)를 가감하면 온 백성의 이름으로 찬사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북한 스파이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주제가를 부른 청장이나, 전방에서 철책선 근무를 하는 젊은 병사들을 ‘총알받이’라고 지칭한 교수를 칭찬할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편견과 아첨은 상대를 의식한 갈등의 골을 넓히고 저주의 원인만 제공할 뿐이다. 과거를 들추어 내편을 칭찬하고 네편을 미워할 때는 이미 지났다. 이 나라 국민 모두가 내편이다. 강남 사람이나 강북 사람이나 다같이 서울 시민이고, 도회지나 농촌이나 전부가 대한민국이다.
편견은 아무때 버려도 늦지 않다. 부디 이제는 칭찬과 찬양으로 어깨동무를 해야겠다.
허학수
14호 (2005.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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