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人云此水(고인운차수) 一歃懷千金(일삽회천금)
試使夷齊飮(시사이제음) 終當不易心(종당불역심)
吳隱之의 五言古風短篇 <貪泉>
<古人들은 이 물을 두고 말씀하시기를, 한 번 마시면 천 금을 탐낸다 하였네. 시험삼아 백이․숙제에게 마시게 해보자. 끝내 그들 마음 바뀌지 않으리.>
탐천은 중국 광주성 10리 밖 석문(石門) 옆에 있는 샘이다. 이 샘의 물을 마시면 끝없는 탐욕을 일으킨다 하여 탐천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백이․숙제는 중국 은나라의 처사(處士)로 형제간이다. 무왕(武王)이 은을 치려하자 이를 말렸으나 듣지 않으므로 주나라의 곡식 먹기를 부끄럽게 여겨 수양산(首陽山)에 들어가 고사리와 풀뿌리를 캐어먹으며 살다가 굶어죽었다. 깨끗한 청백리를 말할 때 이 형제를 예로 드는 것은 흔한 일이다.
晉書 券 九十 良吏列傳에 의하면 광주에 부임하는 자사(刺史:知事)들은 하나같이 재물에 눈이 멀어 부정한 짓을 하다가 발각되어 관직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조정에서는 그 폐단을 막기 위하여 청렴결백하기로 유명한 吳隱之를 보내었다. 吳隱之는 짐짓 탐천을 찾아가 물을 마시고 모두(冒頭)의 詩를 지었다고 한다. 그는 광주의 자사로 근무하면서 자신의 청조(淸操)를 더욱 빛나게 하여 청백리의 표상이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尸子>에도 탐천과 비슷한 도천(盜泉)이란 이름의 샘이 나온다. 도천은 山東省 泗水縣 東北에 있는 샘으로 그 샘의 물을 마시면 도적의 마음이 불꽃같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어느 더운 여름 날 공자가 이 샘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목이 몹시 말랐다. 갈증이 아주 심했지만 샘의 이름이 흉악하다 하여 공자는 물마시기를 거부하였다고 한다. 불의와 도심(盜心)을 싫어한 점은 공자나 오은지 두 분 모두 다르지 않았다고 하겠다.
오은지는 공자의 이러한 일화를 잘 알고 있었다. 흉악한 것을 피하는 것은 소극적인 자세이고, 악에 도전하여 일전불사(一戰不辭)의 결의를 행동으로 실행하는 것은 적극적인 태도이다. 그것이 청백리가 가야할 바른 길임을 알았기 때문에 오은지는 의식적으로 물을 마시고 시를 짓지 않았을까. 백이․숙제는 탐천을 마시게 되더라도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구(詩句)는 자신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요즘 수돗물은 탐천수로 만들었는지 전국의 인물들이 철저하게 오염된 것 같다. 어깨에 힘께나 실린 잘난 사람들의 엉덩이를 두드리면 한결같이 먼지를 풀풀 날린다고 한다.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도청(盜聽)수준은 고사하고, 겨우 노랑신문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내 코에도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으니, 도척의 시대가 재현되는 것 같아 두렵다. 吳隱之가 시를 지어 청렴결백을 다짐했듯이 이 땅의 글발 센 돌멩이들도 신문이나 방송에 <깨끗한 공직수행을 약속함> 이런 양심선언을 글로 써서 발표하면 어떨까. 보통 사람들의 생각에도 못 미치는 그 잘난 뻔뻔한 사람들 제발 고개 좀 숙일 줄 알았으면 좋겠다.
깨끗하다고 큰소리치며 도덕군자처럼 행세하던 풋내기들의 심각한 돈독 오염은 이 나라를 절망의 나락으로 밀어 넣는 듯하여 암담하기 짝이 없다. 도청과 도천은 발음마저 어찌 그리 비슷한가. 도청의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노하우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바람결에 출세한 설익은 정치인들도 도천의 샘물을 많이 마신 듯하여 나라가 걱정스럽다. 관행, 떡값, 합법적 정치자금, 비자금, 무기명 채권, 당선 축하 금, 대권 보험금, 입막음 돈, 기업인들의 피 묻은 돈, 싸늘한 감옥 바닥에 앉아있는 기업인들 어금니가 남아있을까. '웬수같은 그놈의 돈' 국 쏟고······ 뺌 맞고······. 권력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나타나는 떼강도 복면 같은 시꺼먼 돈 돈 돈 돈. 돈(money)은 돌고(go round) 도는(revolve) 돈(mad) 불알 깐 돈(豚:돼지:pig)이라 했던가.
안명수
14호 (2005.10.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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