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4. 9일 필자는 북한에 입국하기위하여 중국 단동시에 머물고 있었다. 북한의 ‘감자농사혁명’에 필요한 씨감자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마침 그날 남북한 당국에서 역사적인 6.15남북정상회담 개최를 동시에 발표하여 감개무량하였다.
3일간의 신의주에 체류하면서 북한의 생활실태를 다소나마 엿볼 수 있었고 제한적이지만 안내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내 새마을운동 보급의 필요성을 직감했다.
압록강다리를 건너올때 궁핍한 북한주민들의 생활이 떠올라 눈물이 절로 났다. 주민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북한주민들을 위해서 새마을운동의 경험전수와 새마을조직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우선 당장 필요한 것이 삽이나 곡괭이 일것으로 짐작이 되었지만 북한의 자존심도 고려하면서 새마을정신을 상징할 수 있는 도구가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에 리어카가 떠올랐다.
그렇다! 밀며 끌어주는 협동의 산물이며 작업능률을 배가 할 수 있는 새마을초창기 시대적명물이 아닌가? 라는 생각에 스스로 무릎을 치게 되었다.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중심이 된 통일손수레보내기 국민운동본부가 발족되었으며, 1차 모금목표를 10,000대분 10억5천만원으로 정하고 전국의 새마을지도들이 1구좌(5,000원)이상씩 권유키로 하였다.
그해 7. 20부터 10.31까지 100일 모금운동을 펼쳤는데 뜨거운 호응 속에 총1,502,250천원을 모금하여 목표액의 143%를 초과달성했다.
또한 국내에서 손수레를 제작할 경우는 단가도 비싸려니와 운송비가 과다하므로 중국 청도에 소재하는 리어카 전문제작업체에서 제작하여 평양까지 철도 수송키로 하였다.
제작비와 운송비가 절약되어 약6억원만 지출되고 나머지 성금은 이후 대북한 새마을지원사업의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었음도 큰 성과였다.
손수레와 함께 고장시 교체용 타이어와 수리용 부품 등 30.752점도 함께 북한에 인계되었다. 당초 협상과정에서의 북한측 인사들은 그저 시큰둥했었다. 왜냐하면 북한에는 리어카가 없어서 그 실효성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실제 이를 사용해본 북한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쌀을 다섯 가마니나 실어도 거뜬하다면서, 수선부품과 심지어 공구까지 함께 보내준 새마을측의 세심한 배려에 진심어린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
이후에도 추가요청이 잇달아서 몇 차례에 걸쳐 전달한바 있다. 통일손수레 보내기 운동의 성공적인 결과에 힘입어 새마을중앙회는 대북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그전에는 주로 여러 단체와 연대사업으로 젖염소보내기, 겨울나기 의류지원, 농업자재(비닐, 파이프)지원 등에 소규모로 참여하는 정도였다.
2001년도부터 손수레 외에도 분무기, 경운기, 이앙기, 콤바인 등 영농기계장비를 지원하는 한편 북한농촌의 소득증대를 위해 산란종계장을 신축해주고 씨감자지원과 비닐하우스용 자재를 대규모로 지원하였다.
새마을운동 대북지원사업의 1차 목표는 북한농촌의 재건이며 이에 필요한 기초자재를 지원하되 새마을중앙회가 지정하는 몇 개 지역에 집중 지원하여 시범화하는 방식이다.
통일새마을운동은 농촌근대화의 경험전수와 주민의식 개혁이라는 점에서 매우 필요한 통일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북한에서도 새마을운동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매우 큰 것으로 추측된다. 2000. 10월 북한경제시찰단이 방한할 때 새마을중앙회 방문을 깊이 검토한바 있다.
북한지역에 새마을운동을 보급하는 일은 대북협력사업의 효율화와 통일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매우 전략적 방안이기도 하다.
우선 새마을운동방식에 의한 소규모 북한지역개발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열악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물론 훼손된 산림 복구와 소하천정비사업 등에 당장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다.
새마을운동 방식으로 기초자재(철근, 콘크리트)가 지원되면 북한 농촌전역에 큰 변화바람이 불 것이다. 잘 짜여진 북한의 행정체계와 주민협동체는 매우 양호한 새마을운동추진 기반이다.
이어서 각종생산기반사업의 추진과 소득증대 프로그램들이 뒤따라야 되겠다. 사업성격에 따라 노임 사업 또는 마을도급방식이 병행되면 마을별 경쟁의식이 고조될 것이며 성공사례의 확산도 빨라질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민들의 의식개혁과 교육을 통해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정신을 생활화하면 누구나 잘 살수 있다’는 새마을의 교훈을 심어주는 일이다.
정부에서 직접 지원하는 예산이나 물량의 10/1이라도 통일새마을운동사업비로 할당하여 추진된다면 민간교류의 확대라는 명분과 함께 그 성과는 분명 3배 이상으로 나타날 것임을 새마을운동의 경험과 실적은 증명하고 있다.
정갑진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부원장>
12호 (2005.8.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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