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방송에 조용기 목사님께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설교를 하고 있었다. 설교 내용 중에 골리앗과 다윗에 대한 이야기를 인용한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목사님의 설교는 흔히들 크다는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골리앗에 대하여 깊이 생각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골리앗(Goliath)은 방랑자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가드 사람이며 브럿셑 군대의 대장으로 키가 3m나 되는 거인이었다. 광택으로 번쩍거리는 투구를 쓰고, 놋쇠 196kg으로 만든 어린() 갑옷을 입은 장군의 위풍은 당당하였다. 다리에는 철판 경갑()을 둘렀고 어깨에는 단창()을 매었는데 창날의 무게가 5.8kg이나 되었다고 한다.
다윗은 거인 장수 골리앗과의 싸움으로 유명하다. 엘라 골짜기에 고리앗의 출현으로 이스라엘군대가 당황하고 있을 때 다윗은 거인의 이마에 돌멩이를 명중시켜 적장을 거꾸러뜨렸다.(사무엘 상 17:4) 소년 다윗이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오거니와 나는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가노라"하면서 종교적인 신념으로 적진으로 나아갔다.
히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이다. 신화에 의하면 일종의 뱀으로 머리가 9개나 된다. 헤라클레스의 12가지 난행()의 두 번째 상대가 바로 히드라이다. 괴물을 퇴치할 때 헤라클레스는 히드라의 머리를 곤봉으로 계속 내리쳐서 떨어뜨리지만, 첫 번째 머리를 죽이면 두 번째 머리가 다시 나오는 식으로 끝이 없었다. 이렇게 여덟 개의 머리를 태웠지만 9번째 불사()의 머리는 죽지 않으므로 무거운 바위 밑에 묻어 버리는 것으로 되어있다.
요즘 컴퓨터 게임에 <히드라랑 골리앗>이 자주 뜬다. 골리앗의 숫자와 히드라의 숫자에 따라 게임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PC 조작에 능숙한 사람은 골리앗 4마리를 컨트롤하여 히드라 8마리를 잡는 신바람 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돈벌이가 최고의 가치인 기업인의 입장에서 보면 진지한 성서의 내용과 그리스 신화의 기묘한 장면을 결합하여 게임 꾼(gamester)들의 흥미에 불을 붙일 수 있으니 쾌재를 외칠 만하지 않은가.
한 때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의 <골리앗 시위>가 언론의 각광을 크게 받은 적이 있었다. 골리앗 시위를 착상한 노조원과 골리앗 게임을 구상한 기업가의 정신적 바탕은 비슷하지 않았을까. 골리앗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흥미를 느끼게 된다. 특히 민속씨름 선수 가운데 유달리 키가 크면 서슴없이 골리앗이라 부른다.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5)이 일본 종합격투기 K-1 진출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그는 구랍 31일 일본 오사카 돔에서 열린 K-1이벤트 무대에 올라 일본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본격적인 적응 훈련에 접어들었다.
K-1은 가라데, 쿵푸, 킥복싱 등 각 장르의 격투기가 한 곳에서 지존 싸움을 벌이는 대회로 최홍만의 성공 여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분분하다. 하지만 최홍만은 K-1을 통해 스타가 되었고, K-1은 최홍만을 통해 이미 유명 대회로 떠오른 만큼 국제적인 거물로 부상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윗이 골리앗을 넘어뜨린 비결이 목사님의 말씀처럼 하나님에 대
한 굳은 신념 때문이었을까. 많은 신도들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전술적 차원에서 곰곰 생각해보면 다윗이 이긴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님도 알 수 있다. 골리앗은 비록 거인이긴 하지만 무거운 무장을 하였기 때문에 뒤뚱거리는 로봇이나 다름없는 상태였다. 전투의 승패는 기동성에 있다. 1:1의 싸움에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쏠 수 있는 민첩성이 없다면 싸움에 이길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총이 없는 당시로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지 않은가.
2005년 3월 11일 조선일보 종합면 상단에 "시민단체들, 골리앗 돼버렸다"는 기사가 큼직하게 실려있었다. 시민단체가 권력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정부의 인적충원 메커니즘의 주요 통로가 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중립성을 상실한 시민단체를 향하여 '뉴라이트'의 핵심 인사들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것은 다소 늦었지만 쌍수 들고 환영할만하다.
안명수
9호 (2005.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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