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명운이 걸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현재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이 2.1명이라는데, 우리의 현재 출산율은 1.15명에 그치고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285년 후인 2305년에는 한국인구가 500명만 남게 되고, 세계에서 인구가 소멸되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니 심각한 문제이다.
결혼한 부부가 최소한 2명은 낳아야 되는데, 1명밖에 안 되니 인구가 급감될 수밖에 없다. 통계에 의하면 현재 서울의 30대 여성 가운데 대졸자가 40.5%인데, 그 중 4명 중 1명은 결혼하지 않은 채 혼자 산다고 하며, 결혼해도 아기를 낳지 않은 경우가 7명 중 1명이란다.
합계출산율이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뜻하는데, 2005년 1.08명까지 떨어졌다가 2007년 ‘황금 돼지해’의 영향 등으로 일시적으로 1.25명으로 높아졌는데 2008년(1.19명)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편,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결혼을 늦게 하면서 산모의 평균 출산 연령도 2005년(30.22세)에 30세를 넘어선 뒤 매년 높아지는 추세란다. 통계청은 24일 이 같은 내용의 ‘2009년 출생통계 잠정 결과’와 ‘인구동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태어난 출생아 수는 44만 5200명으로 전년에 비해 2만 1000명 줄어 2년 연속 감소했다. 30대 후반(35~39세) 산모의 출생아 수는 6만 1000명으로 전년보다 1000명 늘어났지만, 다른 연령층은 전년보다 줄어들었다.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늘어나는 양육비, 특히 과다한 사교육비 감당이 어렵다는 데 있다. 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결혼을 포기하거나 늦추는 현상도 생겨 저출산율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먹고 살기도 힘 드는데 결혼은 무슨 결혼이냐?’는 풍조가 생겼으며, 결혼을 해도 양육비가 부담스러워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살아가는 것이 편하다는 여성 수가 증가일로라고 하니 강 건너 불 보듯 할 일이 아니다.
청년실업과 경제 불황의 여파는 초혼의 평균 연령이 남자 31.4세, 여자 28.3세로 높아지는 현상으로 바뀜으로써 출산율 저하를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등, 대책 강구에 분주하다. 그러나 저출산율을 회복하려면 캠페인만으로는 실효를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니, 직접 당사자에게 혜택이 갈 수 있는 세금혜택, 출산장려금 지급 등을 파격적으로 단행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한국 인종의 소멸을 면하기 어려운 위기에 있다.
오늘날 과학문명의 발달로 인해 눈에 보이는 물질문명을 소중시하고, 눈에 잘 안 띄는 정신적 면을 경시하는 방향으로 가치관이 급변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의 의식 구조를 보면 인생의 행복을 물질의 풍요에서 얻으려는 경향이 짙다. 가족이나 결혼, 출산과 양육 등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는 극도로 소홀시 한다.
심지어 일부 젊은이들 가운데는 삶의 목적이 마치, 인생을 엔조이하는데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래서 내 인생을 즐기는 데 걸림돌이 되는 아이를 굳이 낳을 필요가 없다는 사고방식까지 가진 이가 허다해지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다. 자식은 인생의 희망이요 꽃인데, 꽃을 보고 아름다움을 못 느끼는 것은 정신적 불구자다. 참으로 무서운 세상으로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조물주의 신묘한 섭리에 따라 생명을 부여받아 부모로부터 탄생되는 것이니, 그 은혜를 중히 여겨 보존함은 물론, 또 다른 생명체를 탄생시켜 차세대를 이어가게 할 의무까지 부여받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기왕 태어났지만, 나의 인생 향락에 장애가 되는 자식 따위는 낳지 않겠다는 것은 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배은망덕한 이기주의적 발상인가?
오늘날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10위권에 들 만큼 급성장한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만이 인간의 행복은 아니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피를 나눈 가족과 뿌리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나만이 편안한 인생을 즐기겠다고 날뛰는 것은 인간성을 상실한 천벌 받아 마땅한 행위로 지탄받아야 할 것이다. 인간의 일차적 행복은 부모･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가정의 뜰 안에 숨 쉬고 있음을 바로 인식해야 한다. 부모 자식 간의 인간관계는 가장 순수하고, 가식 없고, 허물없는 아름다운 관계다. 여기서 샘솟는 정이야 말로 인정(人情)의 최고 꽃이다.
오늘의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문제는 지금부터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민족이 멸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그 대책으로는 세금 감면 혜택도 필요하고, 출산 장려금 지급도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것은 인간 본연의 사명감에 입각한 국민의 의식 개혁이 선행되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자식은 결코 내 인생을 엔조이 하는데 걸림돌이 아니고, 삶에 희망을 주고 디딤돌이 되는 존재다. 자식은 나의 분신이요, 후계자인 동시에 민족의 계승자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는 국민의 의식개혁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 병 수
한국수필문학가협회 부회장
69호
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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