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은 경제만 아니라 우리의 국민성을 바꿨다
지난 19일 연세대에서 열린 박정희대통령 30주기 국제학술대회에서 호주국립대 김형아 교수가 “새마을운동이 한국인의 국민성을 바꿨고, 경제기적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왜냐하면 그는 1974년 유신체제가 싫어서 호주로 떠났으나, 박정희시대를 연구하다보니 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실토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마을운동은 경제적 성과 못지않게 정신적 교훈이 매우 중요하며, 국가의 산업화뿐만 아니라 민주화의 진전에도 직접적으로 공헌했다는 사실이 재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새마을운동은 국민의식을 근대화시켜 조국근대화의 이념을 제공했다. 새마을운동을 통해 수많은 농촌지도자가 양성되었고 민주적인 토론문화가 성숙되어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착에 이바지했다.
비교적 진보주의적인 학자인 한도현 등도 “새마을운동은 생활 민주주의, 한국적 민주주의, 직접 민주주의의, 실천 민주주의, 현장 민주주의를 실현했다.”고 지적하면서 마을단위 주민들의 자율적인 의사결정과 공동사업추진 과정을 높이 평가한바 있다.
새마을 사업에 직접 투입한 시간보다 의논하기 위한 회합시간이 더 많이 필요했고 그 장소 확보를 위해 마을회관이 우선적으로 건립되기도 했다. 새마을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들의 민주주의 역량과 자치능력이 크게 향상 되었다.
첫째, 농민들이 공공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토론참여방법에 대한 훈련과 함께 자치능력과 공공관리 능력이 신장되었다.
둘째, 새마을지도자의 충원유형이 동양적인 엘리트 충원방법으로 부활되었다. 신망이 있는 인물을 주위에서 추대하는 형식이 보편화되었다.
셋째, 마을공동기금과 농가저축으로 지역사회의 재정적 기초가 형성되었으며, 새마을사업추진을 위한 잦은 공동문제의 토의를 통해 지역의 자치능력이 개발되었다.
새마을운동 추진을 통해 농민들의 의식구조도 크게 바뀌었다. 과학적 합리주의와 자조ㆍ협동의식이 고조되었다. 미신을 타파하고 의례를 간소화하며 새로운 영농기술도입과 협업체제를 과감히 수용했다.
새마을운동을 통하여 농민들의 생각과 태도에 1970년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큰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정부기관이나 관련 공무원들을 유용한 자기들의 협조자로 보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서부터 비롯된 관청에 대한 횡포와 착취의 선입견이 아직도 잔존해 있었던 것이다.
둘째, 만일 외부에서의 기술지원과 물자협조 등의 제안이 있을 경우에, 이를 앞서 수용하고 협동해서 활용하여야 한다는 적극적인 태도가 형성되었다.
셋째, 대다수의 농민들은 이제 경제작물의 재배로 도시인 못지않은 경제적 수준을 누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농민으로서의 긍지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농민들의 긍정적인 의식변화는 농촌새마을운동 추진에 있어 활력소로 작용하게 되었다.
또한 새마을운동은 농민들의 지위를 크게 향상시켰다. 여성들의 역할과 위상이 제고되고 유능한 새마을지도자는 공직에 발탁되었으며 사회적으로도 그 경력이 공인되었다.
농촌에서의 새마을운동 성공은 모든 국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도시와 직장에서도 농촌새마을운동을 지원하는 한편, 자체의 개선과제를 해결하기위해서 새마을운동을 펼치게 되었다.
새마을정신은 사회의 기강이며 기업의 윤리로 발전했다. 근면한 생활, 자조하는 자세, 협동하는 기풍이 개인이나 조직의 성장과 국가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시대정신으로 자리 잡았다.
공익과 능률, 실질과 행동이 존중되는 풍토가 조성 되었다.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의식과 행동양식이 개발되었다. 운명론과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무기력을 탈피하여 활기를 찾게 되었다.
국민적 자신감이 회복되고 도전 정신이 확산되었다. 국가근대화를 통해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는 개발욕구가 결집되고 진취적인 국민상이 정립되었다.
그리하여 새마을운동은 범국민적인 의식개혁과 국민들의 잠재력을 결집하는 국민정신운동으로 발전되었으며 국민의 총화를 이룩하고 국력을 조직화한 국민 참여형 국가건설운동의 성공모형이 되었다.
이와 같이 새마을운동을 통해 주민들의 민주적 자치능력이 배양되고 농민들의 위상이 강화 되었으며 국가경제발전운동에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새마을운동이 우리사회 민주화의 진전에 기여한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갑진
새마을운동역사연구원 원장
64호
200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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