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의 이념은 ‘잘살기 운동’이다. 잘산다는 것은 물질적 풍요와 함께 정신적 윤택을 지향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넉넉하게 잘살기’가 우선 목표이지만, 생활윤리와 삶의 방식에서‘보람 있게, 즐겁게, 떳떳하게 잘 살기’가 더욱 강조된다. 또한 ｢잘살아보세!｣라는 케츠프레이즈에는 개인의 간절한 염원과 더불어 나라와 민족의 번영에 대한 강한 도전의식이 담겨있다. 그래서 새마을운동은 단순한‘부자 되기 운동’이 아니라‘더불어 잘사는 공동체운동’으로서의 의의가 큰 것이다. 새마을의 어원적 의미에서도 <새>는 새로운, 더 좋은 이라는 뜻이며 <마을>은 지역과 생활공동체를 말한다. 즉 새마을운동은 공동체의 혁신을 통해 함께 잘살아보자는 공동체도약운동인 것이다.
새마을운동이 지향하고자하는 최고의 가치나 운동의 궁극적 목표(이념) 는‘잘살기 운동’으로 요약되지만, 그 본질은 애향심을 기초로 한‘지역사회개발운동’정신계발을 중요시하는‘의식개혁운동’시대적 과제해결을 위한‘국민운동’이다. 또한 새마을운동은 주민운동, 생활운동, 실천운동, 봉사운동으로서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새마을운동의 기본적인 성격들을 새마을운동의 정체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35년의 새마을 운동사를 살펴보면 10년 주기로 개별특성들이 다르게 부각되고 있음을 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 새마을운동은 당초 국가시책으로 출발하여 국민운동으로 발전하게 되었으며 추진체제 및 성과, 역점방향등을 고려해 볼 때 크게 3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1970년대의 초기 10년 간이다. 이때는 1970. 4. 22일 새마을운동 제창일로부터 민간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새마을운동중앙본부가 창설되는 1980. 12. 1일을 기점으로 설정되는 정부 시책기(1970~1980)이다. 흔히 이시기를 정부주도기 또는 관주도기라고 하나 운동의 실질적인 주체는 마을주민이었으며 다만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되었다는 점에서 정부시책기, 정부기획기 또는 정부지원기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초기 새마을운동의 특징은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정신이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세계적인 주민 참여형 지역사회개발운동 모델로서 정평이 나있다. 새마을운동의 정체성은 마을 가꾸기이며 애향운동이라는 측면의 강조는 초기 새마을운동이 마을단위로 큰 성과를 나타내었기 때문이다.
새마을운동의 중기는 80년대로서 새마을운동의 주관부서인 내무부의 새마을과가 국민운동지원과로 부서명칭을 바꾸는 1988. 12. 31일이 상징적인 기 점이다. 정부의 공식기구에서 새마을의 명칭이 사라진다는 것은 정부의 시책으로서의 비중이 줄어듬을 뜻한다. 즉 중기(1981~1989)는 운동과 사업의 주체는 새마을운동중앙본부가 되고 정부는 재정 및 기술지원의 역할을 분담한 시기로서 민관공조기라 말할 수 있다. 이때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가 국가적 과제였으며 새마을운동은 범민족 올림픽추진위를 구성하여 질서･친절･청결운동으로 대표되는 선진 시민의식함양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였다. 이른바 장외올림픽을 훌륭히 뒷받침하는 국민운동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이처럼 중기 새마을운동은 한국의 대표적인 국민정신 운동으로서 자리매김한 시기로 정리될 수 있다.
90년대 이후 최근의 새마을운동은 순수민간운동으로 추진되고 있다. 새마을 운동가들이 지역사회와 생활과제를 중심으로 새마을운동의 이념과 정신을 자원봉사운동으로 실천함으로서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하는 사회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가버넌스(협치, 공치)의 시대를 맞이하여 새마을운동 추진조직도 NGO로서 국내최대 최고의 자원봉사단체로 거듭나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새마을운동은 정부시책기, 민관공조기, 민간주도기를 거치면서 시대별로 지역사회개발운동(초기), 국민정신운동(중기), 자원봉사운동(최근)의 성격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 세가지 성격은 새마을운동의 실체를 구성하는 핵심요소들이며 실제로는 이러한 요소들이 한데 어울려 현장 활동으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 또한 새마을운동이 다른 사회운동과 차별화되는 추진 방법론적 특성인 주민중심, 실천중시, 생활과제운동의 속성도 새마을운동의 중요한 정체성이라 말할 수 있다. 시대와 상황이 변하더라도 소금이 짠맛을 잃어서는 안 되듯이 새마을운동도 그 정체성을 잘 살려야 국민들의 사랑을 회복할 것이다.
정갑진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부원장)
7호 (2005.6.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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