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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식량과 에너지 생산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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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는 바이오 에너지는 우리 농업의 위기를 타개할 길이 될 수 있다.
먼 미래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농작물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중요한 산업이 되고 있다. 유채나 콩, 해바라기 등에서 경유를 대체할 바이오디젤을 뽑아내고, 옥수수나 고구마, 보리, 밀, 사탕수수 등에서는 휘발유와 섞어 쓸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얼마 전 멕시코 서민들이 때 아닌 식량난을 겪었다. 옥수수를 원료로 만드는 그들의 주식인 ‘또띠야’ 값이 갑자기 두 배로 뛴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옥수수 주산지인 멕시코에서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또띠야를 먹을 수 없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이 사례에는 중요한 식량 주권 문제가 담겨 있다. 미국과 FTA 체결로 옥수수를 주로 생산하는 멕시코 농업과 농민은 급속히 미국의 거대 자본에 예속되었고, 저렴해진 미국산 옥수수에 밀려 멕시코의 옥수수 생산은 결국 기반을 잃었다. 그 결과 주식인 또띠야마저 미국계 다국적 기업이 공급하는 옥수수에 의존하게 되었는데, 바이오 에너지 개발 영향으로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처럼 바이오에너지 생산 문제는 총성 없는 치열한 식량전쟁을 예고한다. 에너지 생산을 위해 인류의 생명줄인 식량을 놓고 싸워야 할 상황인 것이다. 석유 자원 절약, 대기 오염과 지구 온난화 완화를 위한 바이오 에너지 개발은 이제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국가적 차원의 과제가 되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10년 안에 휘발유 소비를 20% 줄인다는 강력한 바이오 에너지 생산의지를 천명했다.
옥수수 가격 상승은 우리나라에도 사료값 인상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상황은 절박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바이오 에너지 원료의 생산에 체계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바이오디젤 원료 상용화가 이뤄져 7월부터 바이오 디젤 혼합 경유가 시판될 예정이라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가 절대 식량 수입국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맞는 바이오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추진한다면 농산물시장 개방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우리 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바이오 원료의 국내 생산은 농가소득 증대와 고용 창출은 물론 석유 수입 대체효과, 대기오염 감소 및 온실가스 감축 등 사회적 편익과 가치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 에너지화는 우리 농촌을 자연 순환형 모델로 발전시킬 수 있다.
핵심 과제는 생산성이다. 아무리 바이오 원료의 국산화가 우리 농업의 희망일 수 있다 해도 국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수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하루빨리 바이오에너지 원료 국산화 전략을 구체화하고 생산성 높은 품종과 생산기술, 농기계 개발 등 종합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에너지작물 직불제를 도입해 에너지작물과 목표가격 차이를 보전해주는 등 에너지작물 생산의 경제성 제고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생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 한미 FTA 관련 농업 대책도 기존의 사고에서 접근하지 말고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바이오에너지 원료 국산화는 우리 ‘농업을 식량과 에너지 생산업’으로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유휴 농업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권갑하
시인, 농민신문 논설위원
No.35
2007.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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