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이 시간에도 한국의 미래주역들인 고등학교 학생들이 ‘새마을운동이 유신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펼쳐진 운동’쯤으로 왜곡폄훼된 역사교과서를 배우고 익힌다고 생각하니 실로 맥이빠지고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날 정도다.
새마을정신을 생활신조로, 또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신념으로 피와 땀을 흘렸던 수많은 국민들과 새마을역군들을 이렇게 모욕할수 있는가? 그렇찮아도 그동안 새마을운동에 대한 악의적인 평가가 많았으나 일부 인사들의 몰이해와 정치적 입장에 따른 편견이려니 생각하고 언젠가는 정당한 역사적 평가를 고대해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외국인들이 새마을운동의 성과와 교훈을 배우기 위해서 우리나라를 줄지어 찾아오고 있다. 지난 한해 동안만도 우리 연수원을 다녀간 외국인은 총 36회에걸쳐 16개국에 960명에 이른다. 이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연구하고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는 새마을운동을 도외시할 수 없음을 반증하는 사례이다.
우리의 후손들에게도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새마을운동의 큰 공적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알리고 국민적 자긍심을 갖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역사교과서 왜곡 폄훼 서술이 하루빨리 시정보완되기를 바라면서 그 내용을 간단히 살펴본다.
제7차 교육과정에 따라 2003학년도부터 고교 2,3학년이 배우는 심화선택과목의 검정교과서가 민간출판사들이 제작하고 교육인적자원부 심의를 거친 것이 채택되고 있다. 이중 금성출판사가 발행하는 한국･근현대사는 전국 1천4백15개 고등학교 중에서 약50%가 채택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새마을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하는 내용이 실려있었다.
즉 ①잘살기 위해서는 어떠한 희생이나 대가를 치르는 것도 받아들어야 한다는 정신･자세강조 ②새마을운동은 박정희 정부가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장기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수단이 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음 ③실제로 농촌의 생활환경을 향상시키거나 소득을 높이기 보다는 농촌의 겉모양을 바꾸는데 치중하기도 했음 ④새마을운동은 겉으로는 민간의 자발적인 운동이었으나 실제로는 정부가 주도하였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교과서 왜곡관련 시비와 항의가 잇따르자 교과서 집필진들이 2005년판부터는 대폭 내용을 수정, 보완했다. 그런데 ①②③부분은 삭제가 되거나 수정되었으나 ④번째 부분은 그대로 존치하면서 오히려 ‘이 때문에 박정희 정부의 유신체제를 정당화하는데 이용되기도 하였다’라고 결론을 맺으므로서 새마을운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우선 금성교과서는 건국 이래 최대의 국민적 업적으로 평가(98한국갤럽, 국민의식조사)되는 새마을운동을 반페이지에 불과한 지면할애로 사실상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또한 새마을운동 관련내용은 산업화 도시화의 어두운 그림자로 그려진 빈민집단, 달동네, 광주대단지사건 등을 다룬 이후 심각한 농촌문제 부문에서 언급되었는데 서술의 전후내용들이 정책의 실패로 투쟁, 갈등의 원인이 되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도대체 사회변화에 왜 침울한 사회문제만 강조되는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사회발전, 농촌발전이 이루어졌다면 보다 긍정적인 언어로, 엄연한 역사적인 성과로 기술되어야 마땅하지 않는가.
아직도 금성교과서는 새마을운동이 관주도식 운동임을 강조하므로써 주민공동체운동으로서의 역사적 성과를 부정하고 독재정권의 동원식 반민주운동으로 폄훼하고 있다. 1970년 4월에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1972년 10월 유신과는 2년 이상의 뛰어넘을 수 없는 엄연한 물리적 시간차가 있을 뿐만아니라, 농민･서민 대중들이 주체가 된 한맺힌 가난에 대한 장엄한 도전의 운동이었다. 박대통령이나 정부(행정)의 역할은 농민들의 가슴에 쌓여있던 불섶에 성냥불을 당겨준 것과 같은 동기부여와 지원의 의미가 크다. 어디까지나 새마을운동의 주역은 민간인이며, 운동의 확산도 결실도 민간인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참여와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이 새마을운동의 본질적인 의미이다. 따라서 겉으로는 정부의 강력한 시책운동으로만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운동의 주체인 농민과 주민의 폭발적이고도 자발적인 잠재력의 결집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국민운동 또는 지역사회개발 운동의 세계적인 모형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민간 자발성 문제는 예를 들어 마을에 아름다운 숲을 가꾸기 위해서는 하늘의 비도 외부환경(정부지원등)도 중요하지만 마을내부 주민들의 정성과 일손 그리고 주민들의 생각과 협동노력등 주민참여가 관건인 것이다. 그렇기에 새마을운동은 주민중심, 주민주도, 주민참여운동이 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요컨대 자발적이지 않고 그렇게 장기간 신바람나게 운동이 전개될 수는 없는 것이다. 설사 박대통령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이 운동을 정권이 이용하려 했던지와는 관계없이 새마을운동은 전국민에게 감동과 열기를 신바람처럼 일게 하여 오늘날 이만큼 살수 있도록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 역사적 진실이다. 자라나는 우리 후세들이 이러한 역사적 경험과 교훈을 귀중하게 배우고 깨달아야 하는 것이 역사를 배우는 당위성일 것이다.
丁甲鎭 <새마을운동중앙연수원 부원장>
5호 (2005.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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