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인사말이 유행했었다. 어떤 기업체에서 내보낸 광고문안으로서 깜찍한 여성의 구김 없고 절실한 기원(祈願)이 담긴 이 메시지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을 안겨주면서 국민적 공감을 일으켰다. 그렇다.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부자라는 물질적 풍요를 이루기 위해서는, 또한 그 부(富)를 행복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먼저 정신적 풍요를 다져야 한다.
새마을운동은 가난을 몰아낸 운동이다. 새마을운동은 땀 흘려 부자되기 위한 운동이다. 5천 년의 유구한 역사는 가난과 궁핍의 연속이어서 우리는 이를 ‘한맺힌 가난’이라고 표현해 왔다. 오죽하면 ‘나랏님(임금)도 가난은 구제 못한다’는 속담이 있었겠는가. ‘보릿고개’라는 말이 백성들에게는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처절한 단어였으며 가난을 숙명처럼 여겨온 무지렁이들은 희망도 자신감도 없이 무기력하게만 살아온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공적(公敵)에 도전한 것이 새마을운동인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가장 큰 교훈은‘못사는 것도 내 책임이다’는 국민적 자각과 ‘나도 땀 흘려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신념과 자신감을 묶어 낸 것이다.
즉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각(정신)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본질이 희망갖기 운동, 생각바꾸기 운동, 바른 생각 실천하기 운동인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에서 추진해온 주거환경 개선운동, 소득증대운동은 궁극적으로는 새마을정신을 함양하고 실천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일 뿐이며, 가장 소중한 것은 근면, 자조, 협동의 새마을 3대 정신을 더욱 깊이, 그리고 더욱 튼튼하게 갈고 닦는 일이다.
먼저 근면정신을 살펴보자.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리되 작은 부자는 부지런함에 달려있다’고 했다. 서양 속담에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했고, 근면은 덕행의 근본이라는 말도 있다. 특히 우리 나라와 같이 좁은 국토, 부존자원이 없는 특수한 여건 속에서 근면은 생존의 기본적인 원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찬란한 인류문화는 땀 흘려 일해온 근면정신의 소산이라 하겠으며, ‘근위무가지보(勤爲無價之寶’라 하여 근면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배와 같은 가치를 지닌다고 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근면정신을 대변해 준다. 근(勤)자는 끈질기다는 뜻이며, 면(勉)자는 힘쓴다는 뜻이다. 따라서 근면은 단순한 부지런함이나 일시적인 노력이 아니라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하게 끈질기게 쉬지 아니하고 힘써 나간다는 의미이다. 불굴의 정신과 ‘계속은 힘이다’는 말과 같이 꿋꿋이 정진하는 것이 근면정신의 실천 모습이다. 이는 개척정신이요, 요즈음의 벤처정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한 근면은 근검(勤儉)과 통한다. 알뜰정신, 절약정신은 부지런함에서 나온다. 분수를 지키고 검소한 사람만이 부(富)를 이룰 수도 있고 지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부지런함, 꾸준함, 알뜰함이 근면정신의 핵심이며, 근면정신은 금은보화가 가득한 ‘부자라는 창고’의 울타리 문을 열 수 있는 자동감응식(?)열쇠인 것이다.
다음은 자조정신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자기의 일은 자기 스스로 선택해서 하고 결과에 대하여 자기가 책임을 지려고 하는 자조정신이 있으면 모든 일은 기필코 이루어진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자조정신은 주인정신이다.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외부의 환경과 어려운 여건을 타개하고 한계를 극복하는 정신이야말로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라 하겠다. 자조정신은 자립정신이다. 남의 힘으로 일어선 자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우리 사회에 만연하는 연줄대기는 자조정신의 결핍에서 유래된다. 민족의 자주성과 주체성도 결국 자조정신에서 비롯되어 개인과 사회의 존속과 번영도 크게는 자조정신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자조정신은 자신에의 도전이며, 자신에의 도전은 바로 스스로 지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다. 자조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무슨 일이고 ‘하면 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도전을 계속하면 ‘해서는 안될 일이 없다’는 자신감을 누구나 확인 할 수 있다. 권리와 주장이 넘쳐나는 세태속에서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는 자조정신이 더욱 강조되어야겠다.
새마을운동의 추진원리 중에 중요한 것의 하나는 ‘우수마을 우선지원의 원칙’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장학제도와 비슷한 원리로서 잘하는 사람을 더욱 지원하여 선의의 경쟁심 유발과 함께 자조정신을 북돋우기 위함이다.
근면과 자조정신! 이 두 가지의 정신은 육중한 ‘부자라는 창고’의 이중문을 손쉽게 열 수 있는 맞춤식 열쇠라 할 수 있다.
끝으로 협동정신이 중요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가 희구하는 부귀영화도 혼자서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인생의 모든 가치 있는 것들은 남의 배려와 도움으로 얻어지는 법이다.
인간 사회의 협동은 삶을 영위하는 방식이요, 곧 삶의 지혜이기도 하다. 협동을 통해서 일의 능률을 높이고 공통의 목표를 달성할 뿐 아니라 협동의 과정 속에서 단결과 화합을 도모할 수 있으며 협동의 결과 이룩한 성과에 보람과 긍지를 갖게 된다. 함께하면 기쁨이 두배가 되는 것이다.
옛말에 대인(大人)은 저마다의 처지가 같으면서도 화(和)를 이룩할 후 있지만(不同內和), 소인배들은 처지가 같으면서도 화(和)를 이루지 못한다(同內不和)고 했다. 협동은 바로 화합정신이다.
가난을 벗어나 어느 정도 물질적인 충족이 이루어지면서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병은 상대적 빈곤과 갈등이다. 얼마전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밍겨」라는 어떤 농부의 책이 출간되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킨 바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 혼자만 잘살겠다는 생각만으로는 정당한 부자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남과 더불어 잘살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에게 돌아온 대가는 정당한 땀의 대가인가를 항상 되씹어 볼 때만이 우리는 청부(淸富)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생이 바뀌며 인생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잘살고 못사는 것은 팔자(운명)가 아니고 내 생각(정신)에 달려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근면(개척정신), 자조(주인정신), 협동(화합정신)을 시대정신으로 가다듬어, 우리 모두 부자가 되고 우리 나라를 일류국가로 만들어 나가자
정갑진<새마을운동연수원 부원장>
3호 (200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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