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문제로 일본이 늘 시끄럽게 하기에 필자는 오기가 나서 15대 국회 때 『독도 등 도서지역 생태계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입안하여 입법화 시킨 적이 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일반 법률로 아예 못 박아 놓자는 속셈에서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본이 무슨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칭)의 날을 정해 놓고 또 법석이다.
무슨 낌새만 있으면 독도문제를 들고 나오는 일본이야 원래가 속성이 그러하니 그렇다 치고 독도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벌써 조선조 개국 초부터 있어온 일인데도 일본의 독도문제 제기에 대응하는 우리의 방식은 어제 오늘이 늘 비슷하니 이것 참 한심한 노릇이다.
일본은 영문으로 된 지도첩을 바탕으로 전자 지도첩까지 만들어 온 세계에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면서 선전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이런 영문 지도첩 하나 안 만들고 있었다니 이거야 말로 조영남이 말한 대로 독도문제를 다루고 있는 전략에서 일본은 한 수 정도가 아니라 몇 수 위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더구나 일본은 그 영문 지도첩에서 독도와 울릉도 사이에 줄을 긋고 일본국경이 지나가도록 하였단다. 그리고 일본은 독도가 시마네 (島根)현에 속한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한 1905년을 기념해 또다시 100년 만에 그 시마네 현으로 다케시마의 날을 정한 것을 보면 일본은 아예 독도가 자기네 땅인 양 기정사실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선전포고도 없이 남의 영토를 지도로, 문서로, 선언으로 소리 없이 침탈한 것으로 밖에는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전율할 일이다.
한글로만 된 지도첩을 가지고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아무리 소리 높여 주장해 본들 이를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밖에는 없는 것이 아닌가?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일본의 고이즈미 수상의 참배문제를 놓고 우리끼리만 핏대 올리고 삿대질 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보도를 통해 보면 일본 사람들은 우리의 삿대질에 눈 하나 깜짝도 안하는 것 같다. 왜 그럴 수 있는 것인가?
우리가 세계여론에 호소한 바 없기 때문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에 대한 세계인들의 인식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우리의 노력이 부족한 때문이다.
만약에 독일의 역대 수상들이 지금처럼 아우슈비츠에 가서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히틀러 기념관을 세우고 그의 초상화 앞에서 매년 추모제를 지낸다면 세계는 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상상해 보자. 일본 수상이 2차 대전 전범사당에 참배하는 것이 독일의 그러한 가상적인 사실과 무엇이 다른가를 국제사회에 줄기차게 물어도 일본수상은 계속해서 당당히 참배할 수 있을까?
모든 국제관계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여론이나 협력은 무시할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것으로 하기 위해 얼마나 엄청난 외교적 노력을 하였는가는 샌프란시스코조약 하나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전후 처리를 위해 마주 앉은 미국과 일본은 한국이 되돌려 받아야 할 영토로 6차 회의 때까지만 해도 독도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7차 회의 때부터 일본의 집요한 로비로 독도를 조약체결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합의를 본 그간의 사실만 보아도 국제적 협력관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우리는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샌프란시스코회담 당시 이미 영국정부가 독도는 한국영토임을 확인시켜 주었으나 조약에서 빠지게 된 것에서 이 조약의 당사자인 미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가도 우리는 충분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특히 1965년 한일수교협상 당시에는 미국이 독도를 한.일 공동소유로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까지 했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것을 보면 미국은 독도문제에 있어 일본 편들기 입장에 있는 것으로도 보여진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을 변화시키는 작업은 미국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종횡으로 미국을 한국의 말에 귀 기울이도록 로비하는 것이 대단히 긴요하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들리는 얘기로는 미국말 잘하면서 미국보다 더 친미적인 사람들 때문에 문제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장차 이 일을 어찌 할꼬!
6호 (2005.5.31)
김중위 (金重緯)
정당인, 수필가, 전 국회의원
한나라당 서울 강동을지구당 지구당위원장, 전 환경부 장관 제1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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