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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역사도 모르면서 공부도 안하는 총리

일본의 요미우리(讀賣)신문이라면 누구나 아는 바처럼 우리에게는 약간은 떨떠름한 신문이다.

일본 보수주의를 대변하는듯한 논조로 우리의 심기를 가끔은 불편하게 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독도는 일본땅이라거나 일본 평화헌법의 골간이라 할 수 있는 전쟁금지조항인 9조를 개정해야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한 것들이 그것이다.

그런 신문의 회장이자 주필인 와타나베(渡邊恒雄)가 일본의 고이즈미(小泉)총리를 향해 우리가 평소에 들어 보지 못한 쓴 소리를 했다고 하는 외신 기사를 보고 나서 고이즈미총리의 반응이 자못 궁금하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지켜봤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일본 정치의 성숙도를 어느 정도 가늠케 해준다는 생각이 든다.

와타나베는 뉴욕타임스와의 한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총리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고이즈미가 야스쿠니참배가 무엇이 잘못된 것이냐고 어리석은 말을 하는 것은 역사나 철학을 모르면서 공부도 하지 않고 교양도 없기 때문이다. 가미카제 특공대가 천황폐하만세를 외치면서 용기 있게 기쁘게 떠나갔다는 것은 모두가 거짓말이며 그들은 도살장의 양들과 같이 모두 고개를 숙인 채 비틀거리며 끌려갔고 어떤 사람들은 제대로 서있지도 못해서 헌병들에 의해 강제로 비행기 안으로 밀어 넣어졌다.”

이와 비슷한 말을 우리나라 유수(有數)의 언론인이 똑같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대통령을 향해 말했다면 과연 그 반응은 어떻게 되었을까?

예를 들어 보면 이렇다
<“상당히 유식한 한국국민 중 미국인보다 더 친미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는 게 제일 걱정스럽고 힘들다”고 주장하는 것이 뭐가 잘못된 것이냐고 어리석은 말을 하는 것은 역사나 철학을 모르면서 공부도 하지 않고 교양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이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보아서는 틀림없이 노대통령은 명예훼손으로 그 언론인을 고발하거나 홍보담당자를 통해 공개 사과를 요구하거나 또 다른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대통령의 지침대로 하니까 외교가 잘된다고 하는 외무부장관에“박정희는 고교교장, 노무현은 대학총장”이라고 평가해내는 능력을 갖춘 홍보수석에“제 청춘을 바친 통일부에서 차관으로 봉사할 기회를 주신 대통령님께 한없는 감사를 드리는” 통일부 차관과 같은 영명하고도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오죽이나 잘 대응해 나갈 것인가 해서 하는 말이다.

이쯤해서 필자는 서슬이 퍼런 전제군주정치 시절에 율곡(栗谷 李珥)이 선조(宣祖)에게 어떻게 했는가를 한번 기억해 내고 싶다.(전세영: 율곡의 군주론 참조)

율곡이 홍문관 부제학으로 있을 때 선조의 잘잘못을 따지며 군주가 갖추어야할 덕목들을 세세히 적어 올리자 선조는 속된 표현으로 핏대를 올린다.

너무 고상하게만 말하지 말라, 내가 무식해서 네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없다고 말이다. 왕이 비빈(妃嬪)들에 둘려 싸여 여자와 내시의 말만 듣고 일 처리하는 것을 보고 율곡이 여자와 내시의 말만 믿고 정사(政事)를 보면 어떻게 하느냐고 비판하자 왕은 “네가 어찌 경솔하고 방자하게 말이 많기가 이렇게까지 하느냐고”고 윽박지른다.

북방오랑캐를 막으려면 많은 장수를 길러야한다고 주장하는 어떤 신하의 진언에 대해 선조는 율곡을 빗대어 빈정거린다.
“조정에 대언자(大言者)가 많은데 무슨 걱정이냐? 그를 시켜 오랑캐를 막으면 되지 않느냐?”고 말이다.
율곡은 이 말을 듣고 곧바로 선조에게 항변한다.
“성인을 사모하면서 왕도(王道)를 논하는 사람을 놓고 큰소리나 치는 사람으로 치부한다면 그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이어 율곡은 왕에게 간(諫)한다.
“학문을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좀 묻기라도 하라”고.
이에 선조는 또다시 빈정거린다.
“뭐 아는 것이 있어야 물을 것이 있지. 나는 아는 것이 없으니 물을 것도 없다. 아래에서 강론하면 내가 듣기나 하겠다”하고 돌아앉는다.

이 뒤에 율곡은 관직에서 물러나 한참동안 조정에 나타나지 않자 선조는 간곡하게 율곡에게 청(請)을 한다.
“그대는 어찌 물러가서 오지 않는가? 너무 겸손하지 말고 이제부터 다시는 물러가지 말라!”

정치가 이 정도라도 돼야하지 않을까 싶어 하는 얘기다.      

22호 (2006.3.28)


김중위(金重緯)_)_kzw21c@hanmail.net
정당인, 수필가, 전 국회의원
한나라당 서울 강동을지구당 지구당위원장, 전 환경부 장관 제1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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