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사회나 국가를 떠나 살수 없는 한 정치를 호흡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럴 수밖에 없다손 치더라도 호흡하면서 지내야할 정치가 도무지 정신차릴 수 없을 만치 혼란스럽다면 정치혐오증이 생겨 정치가 살아남을 수 가 없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제대로 살려 나가지 못하면 정치의 <쓰나미 현상>으로 정치를 잃어버리는 사태도 올수 있는 것이다.
정치가 살아 나갈 길은 정치의 원칙을 얼마나 지키면서 정치를 하느냐에 달려있다. 원칙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마구잡이로 정치를 하는 요즈음의 현실을 보면 한때나마 정치현장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가 없다.
특히 원칙이 무엇인지를 찾아 정부나 여당에 대한 비판과 견제역활을 해야하는 야당마저 원칙을 잊어버린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 그 안타까움이 한결 더해진다. 유일한 대안세력(代案勢力)으로서의 기대감이 무너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이 벌리고 있는 과거사 캐기와 부패방지활동, 각종 대북사업과 북한 인권문제, 대미외교와 국방정책, 조세정책과 부동산정책, 그리고 최근에 일어난 이적행위자(利敵行爲者)에 대한 구속문제 등에서 보여주고 있는 혼란과 무원칙이 나라와 국민들을 얼마나 피곤하고 피폐스럽게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 두기로 하자. 누구나 다 느끼고 있는 일이고 불안과 당혹감과 두려움이 목구멍까지 차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야당의 경우를 한번 보자!
이회창 총재시절! 당시 여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국민참여형으로 치른다는 명분아래 뒤죽박죽으로 치르고 있을 즈음 한나라당에서도 그를 좇아 비슷한 방식으로 전당대회를 치른 적이 있었다. 이때 필자는 당의 공식회의 석상에서 이회창총재에게 물었다.
“전당대회는 대의원대회인데 여기에 일반시민을 참여시킨다면 표의 등가성(票의 等價性)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전당대회도중에 대의원들은 대의원의 신분을 떠나 일반시민의 자격으로 후보를선출하는 합법적인 형태를 취했으나 이는 결국 대의제(代議制)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일반 당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미국식 전당대회로 후보를 선출하는 제도라면 몰라도 참여정치를 한답시고 대의원과 일반시민을 섞어찌개처럼 섞어버려도 괜찮은 것인가 하는 문제제기인 것이다. 상대당인 집권당이 하니까 우리도 원칙이고 본질이고를 따질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자는 식으로 해버렸으니 얼마나 웃기는 얘기인가?
김대중 정권시절, 자민련이 교섭단체구성에 필요한 인원이 부족하게 되자 당시 여당은 국회의원 몇 사람을 자민련에 꾸어준 적이 있다. 어떤 의원은 “한 마리의 연어가 되어~~”어쩌구 하면서 당적을 옮기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 바도 있는데 이번에는 현역 국회의원을 사퇴시켜 국회의원보궐선거에 입후보시키는 기상천외의 일이 한나라당에서만도 벌써 두 번째로 이어지고 있다 (첫번째는 광명시 보궐선거). 이는 무원칙을 넘어 마구잡이식 법운영이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고서도 어떻게 여당을 견제할 것인가 심히 우려스러울 뿐이다.
또 한 가지 개탄스러운 일은 국회의원후보자 공천을 함에 있어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심사대상에서부터 제외시키면서 대통령탄핵소추를 주도했기 때문에 공천을 해줄 수 없다고 하는 자기부정적인 논리로 당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의 제일 야당의 정치행태가 이렇게까지 퇴보할 수가 있는가 싶어 매우 가슴 아프다.
한나라당이 지난번에 대통령 탄핵소추를 주도해 놓고도 그것은 마치 한나라당이 한 것이 아니라 당시의 원내 지도부가 한 것이고 또 탄핵은 매우 잘못된 것인양 설명을 하고 있으니 자기부정도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그것을 이제와서 부정한다고 부정될 수 있을 것인가? 자기부정은 자기존재의 부정인데 한나라당은 과연 어떻게 자신의 존재를 찾아 나설 것인가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할 것이다.
14호 (2005.10.27)
김중위 (金重緯)
정당인, 수필가, 전 국회의원
한나라당 서울 강동을지구당 지구당위원장, 전 환경부 장관 제1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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