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사 최초의 신생국(new nation) 미국은 대통령제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국가 통치제도를 만들어내고 지금까지 수백년동안 큰 변화 없이 유지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여러 우여곡절을 거치긴 했지만 약간의 내각제를 가미한 대통령중심제를 꽤나 오랫동안 유지해오고 있어 이제는 우리 고유의 정부형태로 자리매김 되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도를 운영하는 문화풍토가 미국과는 너무나 달라서 언제나 대통령제도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는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와는 관계없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책과 국정방향이 큰 변화를 겪지 않는데 비해서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엄청난 변화를 겪어 왔기 때문에 대통령제에 대한 시비가 끊임없이 일어났던 것이 아닌가 한다.
건국초기부터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임기 4년의 중임제도가 헌법적으로 명시되지 않았어도 단 한번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대통령 스스로가 중임이상의 연임을 고집한 적이 없는 전통 때문에 그 제도가 생명력과 정통성을 지니게 된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대통령마다 장기집권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연유 또한 그 시비의 단초가 되었다 할 것이다.
이런 저런 사례들로 미루어 보면 대통령제도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이라 할수 있는 정권의 안정성과 정책의 효율성이라는 것도 문화적이고도 제도적인 장치에 의해서 보장되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한사람의 인격과 능력에 의해 겨우 그 장점이 담보될 뿐임을 여실히 증명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과연 한 사람의 유·무능이나 인격이나 식견이나 철학이나 기호(嗜好)에 나라의 운명을 맡기는 제도를 언제까지나 계속 고집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특히 미국은 중임제이기 때문에 4년임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선거를 통해 평가를 받지만 우리나라는 단임제여서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할 기회가 전무(全無)하다. 이것은 곧 대통령의 무한 책임을 오직 역사에만 맡길뿐 현실적으로는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대통령제의 속성이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면 별로 할 말이 없지만 대통령이 유능하면 나라가 부흥되고 대통령이 우둔하면 나라가 쇠락할 수밖에 없는 체제임을 알고서도 마냥 속성에 따라 역사를 흘려보낼 수는 없지 않나 싶다.
대통령은 선출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항상 명철하고 항상 지혜롭고 항상 균형잡힌 사고의 소유자만이 당선되리라는 법이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하는 사람과, 이 땅에 공산당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맥아더동상의 철거운동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소주세에는 관심이 없으면서도 재벌 2세 한사람의 상속문제에 대해서는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사람과, 서울대학 신입생의 60%는 강남사람이라는 편견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그 반대되는 사람 등등.
시대마다 각기 다른 여러 형태의 성격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대통령직을 수행해야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가 어떻게 나라를 망치게 할런지도 모를 경우를 생각해서라도 현재와 같이 현직대통령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제왕적(帝王的) 대통령중심제에서 현직대통령이라도 무능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임기중이라도 선거를 통해 교체하는 대통령책임제도를 창안해 내자는 생각이다.
필자는 여기서 진부하게 내각제를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단임제를 고수하더라도 중간평가를 할수 있는 길을 열어놓거나 임기중이라도 탄핵이외에 내각제처럼 국회의 대통령 불신임결의와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으로 맞서는 제도를 통해 대통령의 책임을 더욱 무겁게 요구하는 체제를 구축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세상에 이런 대통령제는 없다. 그럼에도 이런 궁여지책(窮餘之策)을 내 놓을 수밖에 없는 심정을 사람들은 알기나 할런지!
13호 (2005.10.10)
김중위 (金重緯)
정당인, 수필가, 전 국회의원
한나라당 서울 강동을지구당 지구당위원장, 전 환경부 장관 제1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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