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닷컴 버블대신 5년간 미국경제를 떠받쳤던 주택거품(Housing Bubble)의 붕괴가 시작되었다. 미국 부동산가격의 60%를 차지하며 지난 5년간, 경우에 따라선, 2배 가까이 오른 (전국적으로는 53%) 보스턴, 워싱턴, 마이애미, 샌디에고, 푀닉스, 라스베가스, 새크러멘토 등의 양안지역의 거래는 2006년 들어 11%에서 25%(전국평균은 6.8%) 감소하였다. 시카고,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도 그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전망은 두가지이다.
1/4분기 GDP 성장률이 5%였고 올해 예상소득증가율이 4%인 점을 감안하면 과거 불황기의 버블붕괴처럼 가격이 폭락하기보다는 연착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년간 거품지역의 지가는 10에서 15% 떨어진 후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난 5년간 주택붐과 주택담보대출(mortgage)로 끌어 쓴 가계소비가 GDP 성장의 1% 포인트를 차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기업과 정부의 지출이 줄거나 제자리일 때 거품의 붕괴는 경기하강으로 이어져 소득증가는 멈출 것이고 부풀려진 지가는 수년간에 걸쳐 30%정도 하락할 것이다.
어느 경우든 예상되는 가격하락은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다. 90년대 후반 네덜란드의 기록적인 호황은 매년 수십%씩 오르던 부동산 인플레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3년 부동산 인플레가 0%로 멈추면서 매년 수십%씩 증가하던 주택담보대출 역시 줄었고 이는 가계소비의 급감으로 이어졌다. 소비가 위축되면서 침체된 네덜란드의 경기는 아직까지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부동산 거품이 터진 영국과 호주 역시 같은 과정을 밟고 있다. 2003년 이후 부동산가격이 오르지는 않아도 떨어지지도 않은 네덜란드의 경기침체를 볼 때 미국의 부동산가격 하락이 소폭에 그치더라도 그 영향은 클 것이다.
최근 미국의 부동산 인플레는 소득이나 인구의 증가와 같은 수요증가에 의한 것이 아니다. 최근의 소득증가율은 물가상승률과 비슷하게 지가가 올랐던 1950년에서 1973년의 소득증가율보다 현저하게 낮으며 베이비붐 세대가 가정을 꾸리기 시작한 70년대와 80년 대초보다 가구수요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그 상승폭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1998년부터 2002년의 임대료상승률은 물가상승률을 상회했지만 그 이후론 물가보다 낮았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으로 지가가 오른 것도 아니다.
2000년대 초부터 일본과 독일을 뺀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부동산 인플레가 시작되었다. 80년대 초반이나 90년대 초반에는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서 불황이 시작되고 지가도 내려갔다. 그러나 2000년대 초의 경기침체는 닷컴 버블과 같은 주식시장 붕괴로 시작되었고 인플레 우려가 없었기 때문에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의 여지가 많았다. 금리가 사상최저치로 내리면서 대출이 기록적으로 증가했고 늘어난 유동자금의 투자처로 주식대신 부동산이 매력적인 대안이 되었다. 최근의 부동산 붐은 14개국이란 관련된 나라의 숫자와 (물가를 감안하면) 기록적인 인상폭에서 유래가 없는 것으로 2003년 이코노미스트지는 사상최대의 금융거품이라 규정하였다.
OECD 국가의 GDP에서 건설과 부동산 부문의 비중은 15%로 추정되지만 갈 데 없는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2001년 이후 신규고용에서 주택관련산업의 비중은 40%에 달했다. 그러나 부동산 인플레의 효과는 그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닷컴 버블이 터진 후에도 부동산, 주식 등을 합한 가계의 자산가치는 2000년 초 주가하락 이전 수준을 유지했다.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1999년 $5조5천억이던 가계의 자산가치는 2003년 3/4분기에 $4조5천억이었다. 자산가치가 유지된 것은 주가손실을 상쇄한 부동산 인플레가 원인이다. 그러나 주식보다 부동산의 소유가 더 보편적인 것을 생각하면 주식거품은 부동산거품의 효과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2004년 상위 1%가 채권 70%, 주식 51%를 보유한 반면 전체가구의 52.2%는 한 장의 증권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유형자산의 2/3를 차지하는 부동산은 상위 1%의 지분이 13%에 불과하고 전체가구의 70%는 자기 집을 갖고 있다.
역사적으로 부동산거품은 언제나 대출거품이었다. 지난 6년간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가치가 $5조(가구당 $7만) 증가하면서 1999년 $4000억이었던 개인가용소득(Personal Disposable Income)은 2003년 $8조3천억으로 늘었다. 경기가 출렁이더라도 집값이 계속 오를 경우 사람들은 경기를 낙관적으로 본다. 주가변동이 극단적이고 단기적인 것은 당연하게 보지만 경험상 집값은 안정적이고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1970년부터 집값은 6% (표준편차 4.8%)가 올랐지만 주가는 15% (표준편차 33.4%) 올랐다.
집값이 영원히 오르고 이자율이 0에 가깝다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오른 집값을 현금화하는 것이 이득이다. 집값은 또 오르니까 그때 다시 대출을 받으면 이전 빚을 갚고도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생긴다. 지난 6년간 주택소유자의 1/3이 대출을 대출로 돌려 막는 식으로(refinance) 집을 현금지급기처럼 쓰면서 자산가치 증가분 $5조의 반을 소비한 결과 GDP는 지난 5년간 0.5% 포인트씩 추가로 성장하였다 (자산효과, wealth effect).
대출금이 수익을 낳는 자산에 투자되었다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은 주식투기, 콘도구입, 주택 리모델링, 신용카드 상환, 여행, 고급승용차, 컴퓨터 등에 소비되었다. 빚잔치가 영원할 수는 없다.
오르기만 한다는 집값은 (물가를 감안할 때) 1890년에서 2004년까지 매년 0.4%씩 미미하게 올랐을 뿐이며 떨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미국 지가총합의 4배에 달하던 일본의 지가는 1991년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14년이 지난 후 정점에 달했던 1991년 수준의 64%로 폭락하여 버블 이전 가격보다 낮아졌으며 최근에 거품이 꺼진 영국과 호주에서도 집값은 떨어졌다. 미국만 예외일 이유는 없다. 미국전체의 지가가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초 보스톤, 뉴욕, 샌프란시스코에서 거품이 꺼질 때처럼 과열된 지역의 폭락은 가능하다.
2005년 인플레 방어를 위해 금리가 오르면서 시작된 거품붕괴의 원인은 처음 집을 구입하는 사람이 구입하기엔 집값이 너무 올랐기 때문이다. 다단계 판매처럼 거품은 피라미드에 들어올 사람이 더 이상 없을 때 무너진다. 고용이 증가하는 지역에선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지만 일자리가 넘치는 노스 버지니아와 샌디에고부터 거품이 무너지고 있다. 새로 일자리를 얻은 젊은 구매자들이 부담하기엔 집값이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단계 판매처럼 이제 모든 손해는 게임에 마지막으로 끼어들어 가장 비싸게 집을 산 사람의 몫이다. 그러나 거품붕괴의 후폭풍은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몰아칠 것이다.
과거 주식 거품이 무너진 후의 경기하강 정도는 평균 4%였지만 부동산 거품이 무너진 후 경기는 평균 8% 하강하였다. 주식보다 부동산의 영향이 더 큰 이유는 3가지이다. 첫째 소유가 더 고르게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주식보다 부동산의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더 크다. 둘째 가격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주식을 살 때와 다르게 집을 살 때 대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 과도한 부채를 떠안은 이는 경기가 어려워지면 바로 소비를 줄이게 마련이다. 셋째 집값이 떨어져 담보가치가 대출금을 밑돌면 은행이 부실화되어 신규대출이 줄어들어 경기하강으로 이어진다. 집값의 80%를 초과한 대출이 90년대 초보다 많은 점을 생각하면 그 영향은 더 심각할 것이다.
고유가, 금리인상, 인플레 등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거품이 꺼진 후의 역자산효과(reverse wealth effect)와 결합될 경우 그 파괴력은 심각할 것이다. 지난 20년간 세계경제는 미국의 소비가 떠받쳐 왔다. 그러나 미국이 더 이상 그런 일을 할 수 없을 때 다른 OECD 국가에선 이미 거품이 터졌거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터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총대를 맬 것인가?
이석우 (cura_lee@hotmail.com)
25호 (2006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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