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OECD국가의 고성장률, 고생산성, 저실업, 저인플레는 오일쇼크이래 수십 년간 이어온 세계경제의 장기불황이 끝나고 40년대에서 60년대까지 지속된 장기호황이 다시 시작되는 신호로 여겨졌다. 그러나 2001년 가을 미국증시에서 닷컴 버블(또는 인터넷 거품)이 무너지면서 90년대의 호황을 가능케 했던 IT부문의 한계가 드러난다. 1996년 600에서 2000년 5000까지 올랐던 나스닥 지수는 2002년 800까지 폭락한다.
그러나 1999년부터 2000년까지 경기과열을 우려한 6번의 이자율 인상으로 경기하강이 시작되면서 투자자들은 시장의 실상에 주목하게 되고 주가는 실제가치로 조정된다. 1997년에서 2001년까지 이어진 IT, 특히 인터넷관련 주가의 급등은 시장의 실수요보다는 미래수익에 대한 근거 없는 기대에 기초한 거품에 불과했다. 튤립(17세기), 철도(19세기), 라디오(1920년대), 트랜지스터(60년대), IT(80년대) 등 주식이 거래된 이래 신기술과 거품은 오랜 친구이다. 그러나 닷컴 버블이 터진 후에도 주가와 무관하게 인터넷의 경제적 비중은 오히려 늘어났으며 IT산업이 경제의 미래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2003년 ‘와이어드(Wired)’지의 오릴리(O’Reilly)가 제안한 ‘웹 2.0’은 아마존, 구글, 야후, 이베이 등 닷컴 버블 이후에도 살아남아 인터넷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을 분석한 것으로 윈도우 등의 OS 대신 웹을 ‘플랫폼’으로 하는 프로그램(AJAX: 박스 참조)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형성된 인터넷 문화에 기반한 사업모델을 제시한다.
인터넷 상의 문서를 보기 위해 만들어진 초창기 웹(Hypertext)은 서버의 정보를 수동적으로 읽는 것에 불과했다. 링크를 클릭하면 서버가 데이터를 준비하여 사용자에게 정보를 보내고 브라우저는 바뀐 정보에 따라 페이지 전체를 다시 로딩한다. 텍스트와 같이 정보량이 작은 경우 이러한 데이터의 일방적인 흐름이 문제 될 것은 없지만 은행예금조회, 인터넷 상거래와 같이 정보가 양방향으로 흐르는(interactive) 경우 문제가 된다. 지하철 역 주변의 지도를 검색한다고 하자. 원하는 지역을 보기 위해 화살표를 움직여 해당 위치가 포함된 새 지도를 요청하면 서버에선 갱신된 지도를 보낸다. 그러나 동쪽을 보려는데 실수로 서쪽을 클릭했을 경우 다시 왼쪽으로 한번 드랙하면 되는 데스크톱용 지도 프로그램과 달리 웹에선 원하는 지역을 보기 위해 다시 두 번 클릭하고 두 배를 기다려야 한다.
광대역망이 보편화되면서 인터넷 상거래 등 웹의 활용도와 인터넷 사용시간이 늘어나면서 사용자들은 웹이 데스크톱 사용환경처럼 빠르고 직관적일 것을 바라게 되었다. 자바애플릿, 자바스크립트, DHTML, FORM 태그 등 AJAX로 총칭되는 기술은 서버와 브라우저의 일방적인 데이터 흐름을 양방향으로 바꾸어 데스크톱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이며 그로 인해 가능해진 싸이월드, 위키, 블로그, 웹 메일, 포드캐스팅 등은 닷컴 버블 이전과 이후의 사업모델을 가르는 기준이다.
버블 붕괴 이후 인터넷 시장의 리더는 독자적인 데이터베이스에 기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다. 넷스케이프로 대표되는 닷컴 버블 이전의 인터넷 회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80년대 소프트웨어 회사의 사업모델을 따랐다. OS 시장을 지배하여 PC 시장을 장악한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넷스케이프의 전략은 브라우저 시장을 지배하여 인터넷 시장의 표준을 장악, 고가의 웹서버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전쟁에서 넷스케이프의 패배는 브라우저든 웹서버든 프로그램은 경쟁제품으로 얼마든지 대체가능(commodity)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러나 구글로 대표되는 2000년대 인터넷 회사의 사업모델은 프로그램과 같은 유형화된 제품이 아니라 검색과 상품, 고객정보 등의 특화된 데이터베이스를 기초로 한 ‘서비스’이며 데이터의 통제가 시장지배력의 원천이다.
아마존은 경쟁자인 Barnesandnoble.com과 마찬가지로 서지정보(ISBN)를 Bowker에서 제공받는다. 그러나 기본정보를 그대로 사용하는 Barnesandnoble.com과 달리 아마존은 책표지, 목차, 샘플 페이지를 더하고 사용자 리뷰 시스템을 구축하여 소비자는 물론 학자, 사서들의 표준이 된 ASIN이란 독자적인 데이터베이스로 경쟁우위를 갖게 되었다.
1995년 맵퀘스트(MapQuest)는 미국 온라인 지도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서비스를 시작한다. 그러나 현재 이 시장의 리더는 맵퀘스트의 데이터를 라이센스 한 구글맵(Google Maps)이다. 구글이 우위를 점한 것은 라이센스 한 데이터 위에 누구든 거리이름, 상가정보, 범죄율, 전염병 분포 등의 데이터를 더하여 수정, 확장(mashup)할 수 있는 API 때문이다. 그 결과 맵퀘스트와 달리 구글 맵에선 동네 어디에 스타벅스 체인점이 있는지 검색할 수 있다. Craigslist 사이트의 직관적이라 할 수 없는 리스트 방식의 부동산거래정보를 구글맵 위에 시각적으로 알기 쉽게 정리한 Housingmaps.com은 매쉬업의 좋은 예이다.
윈도우가 LINUX나 OS2보다 성능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윈도우의 폭넓은 호환성은 폭넓은 사용자층을 의미하고 이는 더 많은 개발자들이 윈도우 기반의 제품을 만들 것이란 의미이다(network effect). 90년대 초 넷스케이프가 브라우저를 무료로 나눠준 것은 그들의 제품을 인터넷의 윈도우로 만들려는 전략이었다. 제품의 가치가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하는(Metcalfe’s Law) 것은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이다. 경매는 참여자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판매자가 많을수록 공급이 늘어나 가격은 낮아져 더 많은 구매자를 끌어들이고 늘어난 수요는 더 많은 판매자를 끌어들인다. 미국의 이베이와 한국의 옥션이 온라인 경매의 표준이 된 것은 가장 많은 사용자가 있기 때문이다.
뉴스 사이트의 가치는 기사의 질에 비례하지 사용자의 수에 비례하지는 않는다. 검색엔진의 가치 역시 검색결과의 질에 비례하지 누가 얼마나 그 엔진을 사용하는가 와는 무관하다. 후발주자인 구글이 손쉽게 야후를 제쳤던 것은 구글의 검색결과가 우월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색결과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후 도입된 페이지랭크(PageRank)와 같은 시스템은 누군가 구글의 데이터베이스를 검색을 할 때마다 구글이 더 똑똑해지도록 의도된 것으로 더 많은 사람이 구글을 사용할수록 구글의 가치는 높아진다. 누구나 내용을 편집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페디아(Wikipedia) 역시 편집자가 늘어날수록 기사의 질은 올라가 위키페디아의 사용자가 늘어나고 이중 일부는 다시 편집자가 되어 기사의 질을 높인다.
나눌수록 더 많이 얻는 참여문화와 웹상의 정보교류를 쉽게 만드는 AJAX란 웹 2.0의 두 기둥은 90년대에도 있었던 것이 지금 보편화된 것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웹 2.0이란 새로운 이름이 필요한 것은 지금에 와서 가능해진 두 기둥의 시너지가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우리 앞에 퍼펙트 스톰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석우 (cura_lee@hotmail.com)
25호 (2006년 6월 26일)
AJAX
AJAX(Asynchronous Javascript + XML)에서 서버/클라이언트의 정보는 상호독립적으로 움직인다(asynchronous). 기존의 웹 정보는 HTML형태로 태그가 정형화되지 않은 문서 안에 자연어 상태로 담겨 있어서, 사실상 유일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screen-scraping이나 구글의 PageRank같은 독자적인 메타데이터 추출 방식이었으나, 정보가 자바스립트와 XML로 생성되기 시작하면서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형식으로 바뀌어갔다. 구글 맵의 경우 원하는 부분으로 지도를 드랙하면 AJAX 엔진은 서버에서 지도 전체를 다시 받는 대신 받아놓은 정보와 필요한 정보를 조합하여 지도를 다시 그린다. 이러한 비동기적 접근법은 브라우저에 그려지는 인터페이스와 데이터의 분리에서 출발한다. 인터페이스의 렌더링은 사용자의 브라우저에 다운로드된 AJAX 엔진에 맡겨지며 엔진은 서버의 API를 호출하여 필요한 정보를 불러들인다. 일단 웹 페이지의 인터페이스와 데이터가 분리된다면 AJAX 엔진이 복수의 API를 호출하여 독립된 서버의 정보를 재조합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서버의 데이터베이스가 API와 데이터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클라이언트가 서버의 데이터를 수정, 확장(mashup)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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