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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오키나와의 향기: 夏川りみ(Natsukawa Rimi)


한 세대에 한번 나올 만한 재능, 미소라 히바리(美空ひばり) 이래 최고의 가창력이라 평가되는 나츠카와 리미(夏川りみ)의 출발은 그리 순탄한 것이 아니었다. 노래자랑대회 상금털이로 불리던 꼬마가 12살에 프로 등용문인 NTV 가요대상에서 대상을 차지한 후 16살에 엔카(戀歌) 가수로 당당히 데뷔한다. 그러나 도쿄는 오키나와(冲繩) 출신의 천재소녀에겐 만만하지 않았다.

쓸쓸하게 고향으로 돌아와 동생의 스낵 바에서 일하는 틈틈이 손님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지역 라디오 프로 진행을 맡는 등 음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다 28살 되던 2001년 발표한 싱글 ‘淚そうそう(눈물 언제까지나)’가 오키나와 지역 차트를 석권한 후 2002년 본토에서 재발매 되어 123주 연속 차트 100위권에 랭크 되어 J-Pop 사상 역대 2위의 롱셀러를 기록한다. 이후 3년 연속 ‘일본 레코드 대상’의 금상과 최우수가창상 수상, NHK ‘홍백전’ 3회 연속 출장이란 기록을 만든다.

나츠카와 리미의 첫 데뷔와 재 데뷔 사이에 바뀐 것은 그녀의 음악 스타일이다. 첫 데뷔 당시 그녀는 다른 오키나와 출신들과 마찬가지로 섬 노래, 즉 오키나와 민요(島唄)가 아닌 더 큰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주류의 스타일을 선택한다. 오키나와 민요를 팝에 접목하려는 시도들은 매니아의 음악에 머물 뿐 주류시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90년대 세계적으로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90년대 후반 일본에서도 오키나와 붐이 본격화된다.

오키나와 민요를 말할 때 흔히 아름다운 ‘꺽기’를 언급한다. ‘꺽기’는 동아시아 음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법으로 멜로디 라인의 직선운동에 상하진폭을 주어 복잡성을 더하는 장식음을 말한다. 북이나 사미센(三線) 정도의 단출한 반주 또는 무반주로 불리는 판소리, 시조창 민요 등의 단성음악이 다성음악에 뒤지지 않는 깊이를 갖는 것은 바로 멜로디 라인에 더해지는 복잡한 장식음 때문이다. 특히 장단에 맞춰 한 음절에 여러 음을 할당하여 화음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오키나와 민요의 장식음 기법은 화려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기법은 기본 리듬과 그 변형을 이해해야 하며 멜로디 라인의 움직임에 집중 할 것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그 전통의 작법을 먼저 이해해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2000년을 전후한 오키나와 3세대 음악가들은 오키나와 민요의 꺽기 기법을 멜로디 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수단으로 재해석한다. 그들의 꺽기는 멜로디 라인에 굴곡을 만들어 복잡하면서 아름다운 움직임을 유도하는 것으로 반주가 단순하고 보컬의 음역이 높을 수록 효과적이다. 맑고 자연스러운 고음을 구사하는 나츠카와 리미의 음색은 이런 기법과 잘 어울리며 미성의 알토와 소프라노의 이중창에 기타와 사미센(三線)이란 단순한 편성의 야나와라바(やなわらばー)의 음악은 이런 기법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킨 예이다. 그러나 나츠카와 리미와 달리 야나와라바의 음악엔 오키나와 민요의 정서가 결여되어 있다.

오키나와 음악의 첫인상으로 흔히 ‘슬픔’을 말한다. 찬란한 태양과 비취색 바다가 있는 남국의 낙원이란 이미지와 달리 오키나와의 역사는 가난, 본토의 착취와 차별로 점철되어 있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한 손엔 술병을, 다른 손에 사미센을 들고 내일은 행복할거란 춤을 추던 ‘노래의 섬’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음악은 삶의 비애를 묻고 위안을 채우며 고통을 달관하는 수단이었다.

오키나와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민요의 커버가 많은 나츠카와 리미의 음악엔 그러한 정서를 표현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적인 따듯함과 편안함으로 승화시키는 매력이 있다. 그렇기에 음악의 취향을 떠나 아이에서 노인까지 폭넓은 지지를 받는 것이다.

오키나와 민요의 재해석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성공적으로 보여준 나츠카와 리미는 오키나와 3세대의 대표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그녀의 한계이기도 하다. 더 넓은 청중을 위해 오키나와 스타일에서 멀어질수록 그녀 음악의 질은 낮아진다. 첫 앨범 ‘南風’ 이후 그녀의 앨범은 음악적으로는 다양하지만 그녀 재능의 반도 살리지 못하는 어정쩡한 곡들이 많아진다. 그녀의 미래는 음악적 방황을 멈추고 어떤 음악적 비전을 보여줄 것인가에 달려있다.

추천앨범: ‘南風 (2002)’

20호 (2006.2.10)

이석우 cura_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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