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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천상의 소리: Cocteau Twins


아름답지만 비현실적인 콕튜 트윈즈(Cocteau Twins)의 음악은 흔히 ‘천상의 소리’라 불린다. 기분 좋은 꿈을 꾸는 것 같지만 듣고 나면 기억나지 않는 멜로디, 뜻이 통하지 않는 가사, 아름답지만 흐릿한 윤곽의 사운드. 이런 음악을 달리 뭐라 말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은 미묘한 부조화의 효과음이다.

속삭이듯 엷으면서 맑은 고음의 보컬, 리즈 프레이저(Elizabeth Fraser)는 아름다운 음색의 소유자이다. 미드템포가 대부분인 이들의 곡에서 느릿하게 리듬을 타는 그녀의 음성은 우아하다. 그러나 영어, 불어, 화란어, 게일어 그리고 임의로 만든 단어가 뒤섞인 그녀의 가사는 말이라기 보다는 암호에 가깝다. 주류 팝과 달리 이들의 음악에서 보컬은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감정을 그리는 악기이다. 곡의 정서에 따라 환희에 떨기도, 슬픔에 젖기도, 침잠하기도 하면서 다채롭게 변하는 프레이저의 연극적 음색이 가사보다는 곡의 메시지를 더 잘 말해준다.

그러나 수시로 위치가 바뀔 뿐 아니라 강한 에코가 걸리는 리드 보컬은 음악의 초점이 되기에는 존재감이 불분명하며 리드 보컬과 백 보컬(리드 보컬이 다른 음색으로 녹음된 것) 사이를 빈번하게 왕래하는 멜로디는 위치감을 더욱 모호하게 만든다. 하지만 모호한 것이 멜로디 진행만은 아니다.

보통 화음과 리듬섹션은 멜로디 진행에 추진력을 주기 위해 보컬 가까이 자리한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에서 화음과 리듬 섹션은 멀리서 들릴뿐더러 각 섹션은 서로 거리를 두고 진행되어 멜로디 진행으로 통일되는 일반적인 곡의 흐름과 달리 곡의 포커스가 모호하다. 결과적으로 이들 음악의 풍경은 미묘한 불협화음으로 인해 윤곽이 흐릿하다.

이러한 모호성은 정서적 효과를 위한 장치이다. 미묘한 부조화로 초점이 일그러질 때 역설적으로 그 곡은 하나의 전체로서 들리며 나른하면서 기분 좋은 백일몽을 꾸는 것 같은 느낌을 만들며 이러한 몽환적 효과음을 ‘드림 팝(Dream Pop)’이라 부른다.

1979년 스코틀랜드에서 결성되어 1997년 해산할 때까지 이들이 실험한 부조화의 사운드는 슈게이즈, 노이즈 팝, 스페이스 락, 트립합 등 90년을 전후한 다양한 스타일의 출발점이 되었다. 주류 팝과 달리 그러한 스타일에서 가사와 멜로디는 더 이상 음악의 메시지가 실리는 곳이 아니다. 메시지는 불협화음의 효과, 즉 무드에 있었다. 하지만 무드가 강조되면서 곡의 뼈대가 되는 멜로디 라인의 중요성은 과소평가된다.

그러나 콕튜 트윈즈는 무드와 멜로디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대다수의 후배들과 달리 그 균형의 축이 될 뛰어난 보컬이 있었다. 콕튜 트윈즈의 음악에서 가장 먼저 다가오는 것은 그녀의 연극적 설득력이 만드는 분위기이다. 사람의 음성은 어떤 악기보다 감정을 담기 쉬우면서 강한 호소력을 가진 수단이며 3,4분에 불과한 곡에 중심을 잡아줄 가장 좋은 매체이다.

그들에게 한 수 배운 수많은 후배들이 콕튜 트윈즈의 전성기인 80년대와 우리 사이에 놓인 20여 년을 메워갔고 잊혀져 갔지만 콕튜 트윈즈는 그들이 이룬 무드와 보컬의 매력적인 균형으로 끊임없이 기억되고 사랑 받고 있다.

추천음반: Treasure (1984)

이석우 cura_lee@hotmail.com

12호 (200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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