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영국의 가디언 지는 ‘다이도 인구학(人口學)’이란 기사에서 다이도(Dido)를 듣는 사람을 이렇게 비꼰다: ‘중산층, 30대 중반, 예전만큼 음악을 듣지는 않지만 친구가 왔을 때 고상하고 유행을 아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함.’ 기사에서처럼 다이도는 하나의 트렌드였다. 데뷔 앨범, ‘No Angel (1999)’은 2001년 영국 최고의 베스트셀러였으며 20개국에서 차트 1위로 8백60만장(한국에선 25만장)이 팔려 다이도를 최고소득의 영국 여성 아티스트로 만든다. 그녀의 음악은 테이스터스초이스 광고 등에 쓰이는 등 한국에서도 익숙하다.
물론 많이 팔린다고 좋은 음악은 아니다. “깨끗하다, 부드럽다, 편안하다, 달콤하다,” 등이 약간 허스키한 그녀의 음색을 말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다. 그런 음색이 드문 것은 아니다. 그녀는 Sarah McLachlan, Alanis Morissette, Sinead O'Connor, Beth Orton 등과 비슷하게 들린다. 그녀가 셀린 디온 같은 경이적인 가창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그녀의 음역은 중저음에 머물며 고역으로 올라가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다이도는 음악으로 말하는 법을 안다.
약속장소에 나오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는 애인, 다른 여자와 놀아난 애인에게 대한 분노, 아침에 침대에서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은 바램 등 다이도는 구체적인 사건을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그러한 다양한 스토리에는 사랑하고 좌절하며 고통 받지만 다시 일어서는 용기를 가진 일관된 캐릭터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다이도 자신이다. 그러므로 그녀의 음악에는 다이도란 삶의 진실이 갖는 호소력이 있다.
그런 이야기는 스토리와 감정을 충분히 음미하도록 차분하게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미드 템포의 리듬과 완만한 피치 변화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러한 스토리 텔링만으로는 음악적으로 단조롭다. 그러나 오빠가 조직한 트립합 그룹, Faithless의 일원이었던 다이도는 스토리 텔링의 배경으로 강한 비트감을 강조한 드럼, 겹겹이 레이어링된 사운드스케이프를 더하여 세련되면서도 팝적인 감각의,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든다.
사라 브라이트먼이 리메이크한(La Luna, 2000) 데뷔앨범의 ‘Here With Me’를 보자. 이 곡은 떠나려는 애인을 붙잡으려는 줄거리로 조용하게 시작해서 감정이 고조되어 폭발하는 플롯이다. 보통 이러한 감정선의 진행은 보컬이 이끈다. 브라이트먼 역시 이 곡을 그렇게 해석한다. 그러나 이 곡의 피치 변화는 완만하기 때문에 보컬이 감정선의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 브라이트먼은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빈번하게 비브라토를 더해 멜로디 라인에 변화를 준다. 그러나 멜로디 라인을 단순하게 만들어 가사와 감정전달에 집중하려는 원래의 의도만 망가질 뿐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브라이트먼의 리메이크는 다이도의 원곡보다 평면적이며 음악적으로 재미가 없다.
그에 비해 다이도는 멜로디 라인의 평면성을 입체적인 레이어링으로 극복한다. 먼저 비트감이 강조되어 존재감이 강한 드럼을 곡 전체의 베이스 라인으로 깔아 연속성을 만든다. 그 위에서 전경의 보컬과 여러 층으로 레이어링된 배경의 반주 사이를 곡의 포커스가 빈번하게 이동하면서 점진적인 감정 변화를 이끈다. 그 결과 브라이트먼보다 음악적으로 흥미롭다.
차분한 스토리 텔링과 재미있는 음악적 구성, 두 가지의 조합이 다이도가 누리는 세계적인 인기의 비결이며 약점이다. 그녀는 기술적으로 독창적이지는 않지만 새롭고 독특한 접근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런 음악이 대부분 그렇듯 다양성이 부족하다. 그녀의 곡 하나 하나는 뛰어나지만, 그것이 앨범으로 묶일 때가 문제로 동일한 공식이 적용되어 그 곡이 그 곡 같아 보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구체적인 스토리는 다르지만 곡의 기본정서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다양성의 부족은 1집과 2집(2003)에 공통되는 것으로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다이도의 미래가 있다.
이석우 (cura_lee@hotmail.com)
8호 (2005.6.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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