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는 무엇입니까?
제가 음악계에서 일할 때는 물론 몇 년간 인터넷 포탈 사이트의 지식검색 코너에서 여러 가지
질문을 접하면서 사람들이 아는 음악에 대한 상식이 많은 경우 잘못되어 있는 것을 보아왔고,
설마 이런 것을 알고 싶어할까 하는 아주 시시콜콜한 내용을 묻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코너는 제가 받은 질문 중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 왜지? 멀까? 먼데? 라며 궁금해 할만한 질문부터 ‘시시콜콜’하면서 재미있는 질문까지, 제가 들어온 질문 중 도움이 될만한 혹은 재미있는
혹은 몰라도 전혀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문들에 대해 제가 답변을 드리는 형식으로 글을 진행할 것입니다.
평소에 궁금해 하셨던 음악관계의 질문, 이런 거 질문하면 바보 취급 당할까 차마 묻지 못했던 부분, 이런 것들이 있으면 저의 e-mail, 혹은 신문사의 독자코너에 질문을 올려 주시면 제가 답변도 드릴 예정입니다. 제가 모든걸 아는 박사는 아니지만, 여러분의 궁금증 해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앨범 하나 만드는데 대강 얼마나 들지요?
적게는 수백 만원에서 많게는 몇 십억 원까지 들기도 합니다만 평균적으로는 8000만~1억 원정도로 보면 됩니다. 이 금액에는 단순히 앨범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금액만이 아니라 교통비, 식대 등 앨범을 만드는데 사용된 부수적인 금액까지 포함된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아시는 분은 “B급 스튜디오에서 보컬 정도만 녹음하고 CD1000장 정도 프레스 하면 1000만원도 안들던데요?” 라고 반박하실 겁니다. 맞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백에서 몇 십억이라고 말한 겁니다. 엿장수 맘대로 금액이 달라지는 것은 앨범의 품질과 작업방법에 따라 예산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제가 참여한 모 가수의 앨범작업에 들어간 비용을 계산해 보겠습니다.
스튜디오, 엔지니어 렌탈비 : 녹음작업기간 한달 정도면 약 3~4천만 원
작사, 작곡, 편곡 비용 : 1~4천만 원
연주세션맨 비용 : 1~2천만원
앨범자켓 사진 촬영, 편집, 프린트비용 : 수백~2000만원
교통비, 식대, 회식, 부자재 등의 부대비용 : 수백~천만 원 정도
합산하면 간단하게 1억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물론 이는 몇 년 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라 더 비싸지거나 더 저렴해진 부분도 있기 때문에 세부명세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 지금도 총지출 규모는 비슷합니다.
만약 여기에 유명 히트 작,편곡가의 곡을 받는다면 곡당 1000만원 이상하는 경우도 있고,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을 앨범자켓으로 한다면 그 금액은 더 늘어나며, ‘더 좋은 품질의 소리를 녹음하고 믹싱하고 싶다~~’라고 해서 외국의 스튜디오에서 유명 엔지니어와 작업을 한다면 그 금액은 더 올라갑니다.
그러나 요즘은 컴퓨터가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세션맨을 불러 연주하는 부분과 편곡작업의 대부분을 미리 개인의 PC에서 할 수 있기 때문에 녹음스튜디오 렌탈은 보컬녹음과 믹싱, 마스터링 정도로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여기다 앨범사진이나 기타 등등의 작업에서 비용을 줄여 수천만 원 정도의 수준에서 끝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형 기획사나 가수는 스튜디오 렌탈 비용에 너무 많은 금액이 들어가니 소형이라도 개인 스튜디오를 만드는 분들도 많고, 근래 국내 음반시장이 위축되면서 예전처럼 음반의 판매에서 많은 이익을 볼 수 없으니 많은 제작비용은 더 많은 리스크라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앨범의 제작비는 점점 저렴해지는 추세입니다.
TV에서 보면 가수들이 스튜디오 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녹음을 하는데 장비가 어마어마하더군요. 그게 전부 다 필요한 장비입니까?
물론입니다... 필요도 없는데 하나에 몇 백 만원씩 하는 마이크, 한대에 수천 만원에서 몇 억 하는 콘솔, 이런 장비를 비싼 돈 들여 사용할 이유가 없지요.
스튜디오를 처음 구경하시는 분들은, 스튜디오 안의 장비와 불빛에 보기만 해도 질려 버리신다고 하시고 어떤 분은 무슨 우주선보다 만지기 힘들어 보인다는 말씀들도 하십니다만…… 알고 보면 장비의 수만 많지, 이해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간단히 이야기 하면, 집에서 듣는 미니 컴퍼넌트 오디오와 구성면에서는 거의 같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미니 컴퍼넌트의 연결이나 구성을 이해 한다면 스튜디오 장비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TV등에서 보면 작업하는 무슨 많은 램프들이 반짝거리고, 스위치나 볼륨 등이 무수히 많은, 넓고 큰~~기계 앞에서 엔지니어나 아티스트가 스위치 같은 거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걸 보셨을 겁니다.
이 큰 장비가 스튜디오 장비의 핵심과 중심인 콘솔(CONSOLE)이라 부르는 장비입니다. 이 장비를 중심으로 거의 모든 기기를 연결하고 제어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콘솔은 믹서라고도 불리는데 스튜디오나 라이브에 사용되는 사이즈가 큰 믹서를 콘솔이라고 부르며 이것보다 작은 사이즈의 장비는 믹서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 입니다).
이 콘솔을 중심으로 연결하는 장비들을 스튜디오 에서는 크게 네 파트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입력장비(마이크나 신디 등 녹음할 음원장비)
2) 녹음장비(멀티트랙 레코더,하드레코더, DAT등등)
3) 모니터링장비(스피커, 해드폰 등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비)
4) 외부장비(주로 리버브, 딜레이, 컴프레서, 코러스 같은 사운드 이펙터 장비)
이것을 미니 컴퍼넌트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입력장비(CD, 마이크, 라디오 등 )
2) 녹음장비(카세트, MD데크)
3) 모니터링장비(스피커, 해드폰잭)
4) 외부장비(미니컴포넌트 안의 DSP모드, AUX단자)
이렇게 비교하니 약간 이해가 되시나요? 미니 컴퍼넌트보다 부분적으로 세부화되고 전문적이어서 그렇지 이치는 스튜디오 장비도 거의 같다고 이해 하시면 됩니다.
진짜로 MP3가 우리나라 음악시장을 죽인 주범 입니까??
흠......이 이야기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업계 관계자의 이해가 걸린 문제라 상당히 민감한 주제입니다만 맞아 죽을 생각을 하고 말을 해보겠습니다.
불법이든 유료이든 MP3가 우리나라 ‘음반시장’에 영향을 준거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진짜로 MP3 만이 국내 ‘음악시장’을 죽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MP3가 우리나라 ‘음반시장’에 영향을 주었을지는 몰라도, 전체 ‘음악시장’과 "음원사업"의 규모는 오히려 더 늘거나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러면 가수나 업계 관계자, 매스컴이 "MP3가 우리나라 음반시장을 죽이고 있으니 여러분들도 동참해서 불법 MP3를 근절하자~~~"며 이효리’까지’ 나오는 공익광고를 때리며 시위하고, 여론 몰이를 하며 MP3를 단속하는 ‘마녀사냥’을 하는 건 왜 그럴까요?
‘음반시장’ 하나만 놓고 우리나라 음악시장이 곧 없어질 것처럼 떠들며 위기감을 조성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느껴집니다.
제가 왜 그렇게 보는지 이해하기 쉽게 음반시장 규모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표1, 2004년이후의 통계는 관련자료의 부족으로 부정확 합니다). 표만 보면 한창 때의 4분의1 수준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언뜻 보면 “아이고~~정말 MP3 나쁜 거구만......”이라고 생각할 만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음반시장’ 하나만 봤을 때 이야기입니다.
표1 음반시장규모 (단위:억원, 한국음반산업협회)
1995 3,760 1997 4,035
1998 3,530 1999 3,800
2000 4,140 2001 3,733
2002 2,861 2003 1,833
2004 (약) 1,000 2005 (약) 8~700
음반판매가 음악을 만들어 판매하고 이윤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판매가 있고, 노래방의 라이센스, 핸드폰의 벨소리 등등, 음악을 파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노래방 라이센스 비는 대부분 작사, 작곡자에게 돌아갑니다).
인터넷이 활발하지 않았던 2000년 이전에는 우리나라 전체 음악시장의 대부분(약 85%정도)은 음반시장이었으니 당시 우리나라 음원시장의 규모는 노래방 라이센스 등을 전부 합쳐봐야 5000억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음반시장이 위축되면서 다른 판매방법의 시장이 커집니다. 온라인 MP3시장을 보면 2000년 450억, 2001년 911억, 2002년 1,345억, 2003년 1,850억, 2004년 2,014억 원이고 2005년에는 2,500억은 가뿐히 넘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두 시장의 판매액을 더해보면 음악시장의 규모는 작아진 것이 아닙니다(표2, 추정치).
표2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의 합산 (단위: 억원)
2000 4,500 2001 4,600 2002 4,200
2003 3,600 2004 3,000 2005 3,500
규모가 큰 노래방 저작권시장의 액수는 관련자료를 구하기 힘드니 빼더라도 무선통신회사의 핸드폰 벨소리, 인터넷, 핸드폰 노래방, 그리고 인터넷의 개인홈피, 스트리밍 서비스 등등의 판매량이 년간 약 1000억원 이상은 되므로 이런 금액까지 합하면 2000년 이후의 음악시장의 규모는 2000년 이전 수치인 5000억을 넘는 수치가 간단하게 나옵니다.
소비자가 음반은 안 사지만, 예전에 음반을 사던 것과 비슷한 금액을 본인도 모르게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음악 컨텐츠를 구입하는데 썼다는 말이 됩니다. 언론에서 떠들어대듯이 ‘시장이 반토막 났다’, ‘단군이래 최대의 위기’는 아닙니다.
그러면 왜 ‘음반경기가 나쁘다 나쁘다’고 떠드는 걸까... 간단합니다. 머니와 파워의 이해관계 때문입니다. 음악시장 이익의 대부분이 나오던 음반시장은 음반회사들이 점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온라인 판매와 같은 새로운 판매방식이 개발되었지만 음반회사들은 이에 적응, 선점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음원의 권리는 음반회사에게 있지만 새로운 시장의 유통이윤의 대부분을 무선통신회사, 인터넷 음원판매자 들에게 내어주게 되었습니다. 정작 음원의 권리는 음반회사가 갖고 있으면서 이윤의 대부분을 온라인 유통업자에게 주어야 하는 불합리한(?) 이윤분배 구조에서 예전의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이 재편되면서 예전의 음반회사와 대형 기획사가 희생자가 되었지만 예전의 대형 기획사에 치어 음반사의 파워게임에 희생당하던 소형 기획사, 인디밴드 들은 오히려 자신의 권리를 더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온라인 유통과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인터넷을 이용한 PR방식을 환영하고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전의 미디엄 사이즈 피자를 한 조각 남기고 다 먹다가 사이즈는 라지로 커졌지만 그 중에 2~3 조각 먹을까 말까 하니, 예전의 배부르던 시절을 생각하며 자기 몫을 뺐어 가는 MP3를 우리나라 음악시장의 바이러스인양 여론을 몰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언론에서는 절대로 ‘음악시장’의 위기라는 말은 안 쓰고 ‘수치적으로 보이는 ‘음반시장’의 위기’라는 측면을 어필하고 ‘음반시장의 위기로 음악 제작자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온라인 무선통신 음원판매업자와의 불합리한 계약관행과 이윤분배’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며 CD를, 음반을 많이 사고 ‘MP3는 몸에도 해로우니 듣지 말라’고 합니다.
음반회사의 불평은 음반 제작자들이 음반회사의 투자에만 기대는 국내 제작환경에서는 200% 맞는 말입니다. 음반회사는 돈을 못 버니 새로운 투자를 할 수 없고 새로운 음반을 제작하고 신인을 발굴하는데 인색 할 수 밖에 없으니 모험을 하기 보다는 일본음악 리메이크나, 예전 음악모음집 같은 음반만 만드는 형편입니다. 스타를 거느리던 대형 기획사는 스타의 이름으로 펀드를 모집하여 음반제작비를 조달할 수 있지만 영세한 기획사나, 신인들은 음반회사의 투자위축으로 질 좋은 음반을 제작하기 힘든 금액을 투자받거나 아예 제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신인부재’, ‘들을 것이 없다~’라는 소비자의 불평만 나오게 되고 이런 상황은 다시 음반판매에 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영화사에서 조달되던 영화의 제작비는 공동투자나 펀드 시스템으로 넘어간 지 오래입니다. 영화도 불법 동영상이 심각할 정도로 나돌고 있지만 1000만이 넘게 보는 영화도 있습니다. 국내 음반은 30만장 팔리면 대박이라고 합니다. 영화처럼 100~200만장 팔릴 음반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MP3가 우리나라 음악시장을 황폐하게 만든 주범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권력을 누리기만 하고 미래에 대한 투자와 준비를 하지 못한 음반업계 자신의 죄가 더 큽니다. 지금은 피자조각 놓고 밥그릇 싸움하고, MP3 마녀사냥하며, 저작권 더 받기 위해 싸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울 때 일수록 투자를 하라고 했습니다. 여러 음반사들이 예전의 우군인 기획사들을 다시 인정하고, 기획사들도 예전 음반회사의 잘못을 용서하고, 서로 뭉쳐서 투자하여 좋은 음반과 아티스트가 나올 수 있는 토양을 이제부터라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문화는 컨텐츠 사업입니다. 누군가는 컨텐츠를 만들어야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으로 팔든 말든 할 수 있습니다. ‘돈 없으니 투자 못한다!!!!’라며 언제까지 다양해지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어 가지 못하고,
예전의 관행을 답습하며 그 나물에 그 밥인 댄스음악만 만들어서는 점점 더 힘들어지기만 합니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타파하고 투명한 유통과 경영, 공정한 이윤분배, 그리고 다양한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과 아이디어를 만들지 않으면 정말 우리나라 음반시장은 아니 음악시장은 외국 대형음반사나 투자가들의 ‘그들만의 시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문영민: 스튜디오 엔지니어 은퇴 후 현재는 인터넷에서 초보 음악인들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일을 하고 있음 makesound@naver.com
28호 (2006.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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