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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비전의 상실: Tori Amos

“분노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힘의 원천이다.” 기복이 심한 삶을 살아온 토리 애모스(Tori Amos)에게 삶의 아픔은 자신을 단련시켜주는 수단이며 그녀 음악의 힘이다. 토리 애모스의 앨범엔 강간, 실연, 3번의 유산 등 그녀의 불행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모호한 은유로 말해지는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는 불가해한 수수께끼와 같다. 게다가 피아노 반주임에도 어떤 락 음악보다 공격적인 그녀의 음악은 편안함이나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멀미가 날 것 같은 정서적 동요와 음악적 불안정성 아래에는 누구나 숨기고 싶은 아픔의 조용한 중얼거림이 있다. 그러한 정서적 호소는 그녀와 청자 사이에 서로 비밀을 공유하는 것 같은 사적인 친밀감을 만들어 컬트적인 팬을 거느리고 매 앨범마다 수백만 장이 팔릴 수 있게 해왔다.

초기 앨범의 자기고백적 내용 때문에 케이트 부시(Kate Bush), 자니 미첼(Joni Mitchell)과 비교되는 그녀의 음악은 90년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전형이 된다. 그러나 토리 애모스에게 음악은 회고록이 아니다. 그녀에게 음악은 감정배출의 수단도 남의 이해를 구하는 것도 아닌 자신을 알기 위한 수단이다. 삶의 어두운 면을 바라보는 것은 자기 영혼 속에 사는 괴물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과거에 매달린 것은 그것으로 얻는 것이 있기 때문이고, 얻었으면 다른 주제로 넘어가야 한다. 종교, 신화는 물론 가부장제, 성차별 등 시간이 갈수록 그녀 음악의 주제는 넓어지고 음악적으로도 복잡해진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는 자신이 변할 때 사람들이 그 변화를 좋아할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은 음악을 재생산하면서 같은 시간에 살려고 한다. 그러나 “음악은 그 아티스트의 특정 시간의 산물이며 그것을 반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러나 그녀의 음악이 변할수록 초기 앨범의 특징이던 과감한 솔직함 역시 줄어들고 그녀 음악의 캐릭터는 토리 애모스 자신이 아닌 가공의 인물들이 되어 청자와 공유하는 정서적 직접성이 엷어지면서 그녀는 자신의 팬들과도 멀어진다. 그러한 경향이 최고조에 달한 ‘Beekeeper(2005)’가 발매되었을 때 수많은 혹평들은 그러한 단절감 때문이다. 어떤 이는 개인적 불행이 승화된 초기 앨범과 같은 음악을 들으려면 누군가 그녀의 딸을 죽여야 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린다.

2살에 피아노를 칠 수 있었고 5살에 피바디 음대에 전액장학생으로 입학했으며 데뷔 이래평단은 물론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온 토리 애모스의 음악이 변해온 방향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다수가 데뷔 앨범 ‘Little Earthquake (1992)’을 그녀 음악의 최고봉으로 꼽는 것은 그 이후 그녀의 음악이 그만한 파워가 없다는 뜻이며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해되기 어려워진다는 의미이다. “사랑과 커뮤니케이션만큼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은 없다.”고 말하는 그녀이지만 그녀 음악의 방향은 반대로 가고 있다.



복잡성과 모호성은 다르다. 깊이 있는 예술작품은 볼 때마다 새로운 의미가 드러난다. 그것은 의미의 중층성을 만드는 복잡성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후기 앨범들은 넓어진 주제와 스타일을 구체화하고 묶어줄 정서적, 음악적 비전이 결여되어 있으며 복잡한 것이 아니라 ‘모호’하다.

뛰어난 연주자는 악기의 일부가 되어 음악이 악기로부터가 아니라 그 자신으로부터 흘러나오게 한다. 그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연주자가 자신의 연주에 불어넣는 느낌과 감정 때문이다. “자신조차 감동시키지 못하는데 남을 감동시킬 수는 없다”는 토리 애모스의 말처럼 감동은 연주자가 불어넣을 비전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녀의 후기 앨범들이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그녀가 자신의 음악에 불어넣을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추천앨범: Little Earthquake (1992)

25호 (2006.6.26)

이석우 cura_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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