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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여성심리학: dorlis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서 거리의 악사는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주위를 밝게 해주는 꽃과 같은 존재이다. 음악이 꿈인 17살의 도리스(dorlis)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찾은 곳은 오디션 장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을 있는 그대로 듣고 즐겨주는 사람이 있는 ‘거리’였다. 무작정 남의 차를 얻어 타고 발길 닫는 아무 거리에나 앉아 그녀가 연주하는 음악은 행인의 발길을 돌리고 귀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몇 년간 정처 없이 전국을 돌며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던 그녀에게 기회가 찾아온다. 고향 오카야마(岡山)의 거리에서 공연할 때 미시아(Misia), 히라이 켄(平井堅), 보아를 키운 프로듀서, 마츠바라 켄((松原憲)의 눈에 띄어 2002년 데뷔하게 된다.

그녀를 발탁한 프로듀서가 주목한 것은 그녀의 독특한 ‘스윙 기타’ 스타일이다. 30년대 스타일인 스윙(swing)의 부활은 90년대 팝의 특이한 흐름이다. 재즈에선 한물간 스윙이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인 댄스 음악이란 점이다. 그러나 블루스처럼 부드럽고 센티멘탈한 스윙이 90년대에 원형 그대로 부활한 것은 아니다. 재현된 스윙의 특징은 디즈니 영화 ‘스윙 키드(Swing Kids, 1993)’의 OST에 잘 나타난다. 이 영화가 정의하는 스윙은 업 템포의 30년대 판 테크노로 락과 재즈의 결합인 90년대의 스윙을 잘 말해준다.

도리스 역시 스윙의 원형에는 관심이 없다. 재즈에선 즉흥연주(improvisation)를 위해 보컬과 화음섹션이 느슨하게 연결되는데 스윙에선 이 틈을 메우면서 머리를 까닥이고 손으로 박자를 맞추면서 발을 구르고 싶은 스윙감을 살리기 위해 리듬 섹션의 비중이 높다. 그러나 도리스의 곡에서 스윙감은 삼바, 보사노바, 탱고 등 라틴리듬의 응용과 보컬, 화음, 리듬섹션의 미묘한 불일치에 의한 긴장관계에 의해 만들어진다. 악기편성에서도 금관악기 같은 재즈에 흔히 사용되는 악기보다 멜로디 표현에 강한 통기타와 현악기가 화음섹션을 이룬다. 이러한 편성은 도리스의 음악이 댄스음악보다는 감상용의 싱어송라이터 스타일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흔히 도리스의 세계에는 ‘독과 꽃’이 공존한다고 말한다. 짝사랑하는 선배의 자전거 옆에 자신의 자전거를 세워놓고는 핸들끼리라도 키스하게 하는 귀여운 소녀가 있는가 하면 애인의 차에서 다른 여자의 냄새를 찾는 의심, 연인의 마음에 도청기를 달아서라도 진심을 알고 싶어하는 불안, 연인과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헤어진 남자의 이름을 말할 것 같아 재빨리 키스로 자신의 입을 막는 여자 등 도리스의 세계엔 여성의 다양한 심리가 리얼하게 그려진다.

사람을 관찰하고 그 내면을 상상하기 좋아하는 그녀가 그리는 여성들은 남자에게 자신을 맞추면서 사랑에 목메는 순애보의 여성과 달리 도리스 음악의 빠르고 선이 분명한 리듬처럼 자기주장이 강하고 안 되는 것은 포기할 줄 아는 쿨한 현실의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들 역시 인간관계에 불안해하는 보통 사람으로 자신감 아래에 깔린 기본정서는 도리스의 나른한 음색처럼 뭔가 불안정하고 냉소적이다.

사랑, 증오, 의심 등 사람이 사람에게 가지는 ‘감정’은 상대에 대한 무지와 추측의 소산이다. 타인의 마음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인지’가 되며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는 ‘사실’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인간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랑은 금방 의심이 되고 다시 증오가 된다. 감정이 가변적인 것은 인간관계의 불안정성 때문이다.

드라마 ‘더럽혀진 혀(汚れた舌)’의 각본가가 신인인 도리스를 지명하여 음악을 맡게 하고, 인디 시절부터 20대 여성의 지지를 받아온 것은 아직 24살이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여성 심리를 읽고 표현하는데 탁월한 통찰력 때문이다.

추천앨범: Swingin' Street 2 (2005)

22호 (2006.3.28)

이석우 cura_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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