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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무당의 음악: Otis Taylor


오티스 테일러(Otis Taylor) 음악은 어둡다. 두번째 앨범 ‘White African (2001)’이 나온 해 블루스 계 최고의 상인 Handy Blues Award, '최고의 신인상 (Best Artist Debut)’를 수상하고 2003년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선정 올해의 10대 앨범으로 꼽히는 등 평단의 극찬을 받아왔다. 그러나 생활의 피곤함에서 일시적인 위안을 얻으려 블루스를 듣는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암울한 테일러 음악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상업적 성공에는 무신경한 그의 음악은 블루스 음악계를 수십 년간 지켜보고 얻은 결론이다. 20대에 전업 음악가의 삶을 접고 20년간 골동품상으로 일했던 오티스 테일러가 본 블루스는 창조성이 고갈되어 화석이 된 음악이다.

누구를 사랑하고 그 사랑에 상처받은 이야기를 얼마나 다양하게 할 수 있을까? 이미 시장엔 지나치게 많은 사랑타령이 있고 모두 그게 그것처럼 들린다. 주제가 달라질 때 열리는 음악적 가능성은 무한하다. 사랑타령 대신 그가 말하는 것은 린치로 죽은 고조부, 가난 때문에 마약을 팔던 어머니, 살해당한 삼촌, 아사한 딸을 안고 얼어 죽어가는 부랑자 등 가족과 이웃의 잊고 싶은 역사이다.

오티스 테일러의 음악은 무당의 푸닥거리이다. 과거의 원혼은 오티스 테일러의 묵직한 바리톤을 빌려 억울함을 호소하고 묵은 감정을 배출한다. 굿판에서 중요한 것은 바뀌지 않는 과거의 사실이 아니라 사연을 들어주고 달래는 것이다.

원혼의 넋두리는 무거울 수 밖에 없고 부드러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 수 밖에 없다. 과거의 구체적 사건을 말하는데도 생략된 것이 많아 이해하기 힘든 가사, 코러스, 브리지, A, B 파트 조차 없는 극도로 단순한 멜로디 라인, 드럼대신 타악기처럼 한 두 개의 코드만 연주하는 기타와 밴조 또는 첼로와 만돌린 외에 화음 섹션은 없다시피 한 음악적 구성은 리듬을 강조하는 대신 멜로디의 논리적 진행을 모호하게 하여 보컬의 정서적 표현에만 몰입하도록 하는 장치이다.

필요한 최소공약수만 남긴 단순한 음악적 구조는 리듬과 보컬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도록 한다. 단순하지만 선이 굵은 리듬이 오티스 테일러와 같은 강렬한 보컬을 만날 때 발휘되는 힘은 청자의 귀를 사로잡는 마력이 있으며 언어의 장벽을 넘어 감동을 전해준다.

블루스는 죽어가는 스타일이다. 전성기의 사운드를 반복할 뿐인 스타일이 살아남을 수는 없다.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은 음악적 재능의 문제가 아닌 시장의 문제이다. 음악 역시 팔기 위한 것이고 그 음악을 사는 사람의 기대에 맞춰진다. 그러나 소비자가 원하는 것만 만들 때 그 스타일은 취향의 함정에 빠진다. 기존 소비자가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음악 자체가 바라는 방향을 우선한 오티스 테일러는 블루스가 21세기에 무엇을 해야 되는가를 말해준다.

추천앨범: White African (2001)

21호 (2006.2.28)

이석우 cura_le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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