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홍(深紅)의 안타레스(Antares)
그는 잠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막막하던 그 무엇인가가 어둠을 뚫고 한꺼번에 그 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의 오싹한 흥분을 느끼며 그 자리에 그렇게 서 있었다.
“글쎄요.”
그는 애매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굶주린 맹수가 피냄새에 반응하듯, 그는 작지만 격한 동작으로 시선을 돌려 그를 쏘아보았다. 그 속에 스며든 회의의 기색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이.
“무슨 뜻입니까?”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는 싹싹하게 손을 내저어 보였다.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이 일이 당신의 그 분에게 과연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
사내는 입을 다물고 가볍게 팔짱을 낀 채 그를 바라보았다.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그게 무슨 말인지 어디 설명해 보라는, 차라리 위엄에 가까운 강요가 느껴졌다. 이 일을 하는 사람은 원래 나다. 당신은 그저 나를 대신해 작은 심부름을 하는 것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내 뜻일 뿐, 당신의 뜻이 아니다... 그러니, 나를 납득시켜라.
“별 일 아닙니다.”
그는 변명이라도 하듯 미소지어 보였다.
“제가 하는 일은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차피 잊혀질 것을, 조금 빨리 잊게 해드릴 뿐이지요. 다시 말하면 제가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그 분 혼자서도 충분히 정리하고 잊을 수 있는 일일 것이라는 겁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마주선 사람을 바라보았다.
“뭐든지 그렇지만 억지스러운 건 좋지 않습니다. 이렇게 굳이 오신 것을 보니 그 분이 마음을 정리하는 속도가 너무 더디거나, 혹은 당신이 보기에는 무용(無用)할 뿐일 추억을 버리려고 하지 않으시는 모양이군요.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아픈 기억이라 해도 그건 그 분의 추억입니다. 다른 사람이 함부로 나서서 그 가치를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닐 텐데요.”
“......”
사내는 피식 웃었다. 예상은 했지만, 끔찍한 미소였다. 끔찍하리만큼 매혹적인 미소였고, 동시에 끔찍하리만큼 싸늘한 웃음이었다. 보석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의 하나는, 대체로 보석은 그 보석을 소유한 사람의 여러 가지를 대신 설명해 주는 경우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다른 물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소지품을 가만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반 이상은 짐작해 낼 수 있다. 그는 문득 아까의 그 베레타 권총을 떠올렸다. 그리고 지금 눈앞에 떠오른 이 사람의 오싹 소름이 끼칠 만큼 차가운 미소를. 닮았다. 그는 신음하듯 입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게, 당신 나름의 모토인 모양이군요.”
그는 나직하게 말했다. 그 목소리 끝에는 폭발 직전의 가벼운 긁힘이 배어 있어 듣는 사람을 긴장하게 했다. 오히려 눈 앞에 총구를 들이대던 아까보다도 지금, 훨씬 더 뭔가를 잘못 건드린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며 긴장감에 가빠오는 숨을 골랐다.
“좋은 태도입니다. 틀린 생각은 아니지요.”
어쩐 일인지, 사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수긍했다. 무엇이 그렇게나 흡족한지, 연신 새삼 감탄했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가볍게 팔을 벌리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동장은 비길 데 없이 여유롭고 온화해 보였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욱 불안하게 느껴져 한동안 그는 마주선 사람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사내는 고개를 들고 턱을 위로 쳐들었다. 순간 온화했던 표정이 싸늘하게 얼어붙고 칼날 같은 살기가 그 얼굴 위를 스쳐갔다.
“옳기만 한 생각인 것도 아니군요.”
집의 넓이는 살고 있는 사람들간에 존재하는 마음의 거리에 반비례하는 법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정말로 그런 건지도 모른다. 서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집은 넓지 않으면 안 된다. 좁은 집 때문에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자주 얼굴을 마주쳐야 한다는 것은 분명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텅 비어버린 거실 위를 지나갈 때는 일부러라도 발 소리를 크게 내는 버릇이 생겼다. 그렇게라도 해야 이 괴물같은 집의 존재감에 짓눌려버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양부(養父)는 집에 없다. 아마도 늦을 것이라 한다. 뭐, 그 인간이 있을 곳이야 어느 정도는 뻔하니까. 그는 경멸하듯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그는 그랬다. 물 좋기로 유명한 룸살롱에서도 남의 손이 덜 탄 새 것만을 골라 물건 고르듯 제 앞에 늘어서게 한 후, 옷을 모두 벗기고 속옷만 입혀놓고 춤을 추게 하곤 했다. 그리고 개중에 마음에 드는 아이의 팬티를 들추고 속에 제 손 가는 대로 휘갈겨 쓴 수표 한 장을 꽂아 주곤 했다. 그 장면은 어째서 그런지 늘 역겨웠다. 그래서, 그러고 나면 으레 큰 인심이라도 쓰듯 너도 하나 골라보라는 듯한 눈짓을 해 오곤 했지만 오늘은 기분이 안 내킨다는 둥 술이나 더 마시고 고르겠다는 둥 하는 궁색한 핑계를 대고 미루어 보내기가 일쑤였다. 그러고 만대도 뒷탈 같은 것은 애시당초에 없었다. 혼자 재미 보기가 무안하니 권하는 것일 뿐, 애초에 자신을 생각해서나 챙겨서가 아니었으니까. 지금도 어느 구석에 처박혀 그런 분탕질에 정신이 없겠지. 어쩌면 지금쯤 벌써 한 게임 뛰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는 몹시 더러운 것이라도 본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역겹다. 젠장.
쏴아아. 어딘가에서 물 소리가 난다.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듯한 그 물 소리는, 더러더러 무언가에 방해를 받는 듯 그 소리가 고르지 못했다. 무언가 하여 고개를 돌려본다. 욕실 쪽이다. 반쯤 열린 문 틈으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퍼뜩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그는 한달음에 욕실 앞으로 달려가 노크를 하는 것도 잊은 채 확 문을 잡아채 열었다.
“......”
욕실 안에서는 그러나,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저 한 젊은 여자가 세면대 앞에 붙어서서 무언가를 빨고 있을 따름이었다. 누군가가 그토록이나 격렬하게 달려들어 문을 열었는데도 그 여자의 얼굴에는 그 어떤 놀라움의 기색도 떠오르지 않았다. 귀라도 먹은 것일까,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듯한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베이지색 리본으로 검은 머리칼을 추슬러 묶은 뒤로 희고 가는 목덜미가 얼핏 드러나 보였다. 우선은 자신이 걱정했던 그런 일이 아닌 것이 다행스러웠고, 둘째로는 그래도 조금은 무안했던 탓에 그는 목소리를 늦추어 짐짓 이름을 불러 보았다.
“...선아.”
“......”
그제서야 그녀는 천천히 손을 멈춘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문지방 너머 선 사람을 바라보았다. 허공에서 두 사람의 메마른 시선이 잠시 마주치고 지나갔다. 쏴아아. 잠그지 않은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 소리만 더욱 요란하다.
“아아.”
그녀는 무표정하게 중얼거렸다. 그 짧고도 기묘한 대답은 이제야 그를 알아보았다는 긍정의 표시인 것 같기도 했고 일말의 안도감인 것 같기도 했다. 그녀는 유달리 검고 맑은 눈을 깜박이며 더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거기 그냥 그렇게 서 있었다.
“뭐하니?”
귀에 거슬리는 물의 소리는 계속 울린다. 세면대 위로 차오르는 물냄새가 이곳까지 난다. 욕실의 희뿌연 불빛 아래 서 있는 그녀는, 본래도 그러했지만 제법이나 가녀리고 수심에 찬 얼굴이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오빠, 저것 사 줘 라는 말을 했고, 덕분에 두 번 물을 것도 없이 그 자리에서 값을 치르고 안겨줘 버린 베이지색 니트 스웨터 위로 받혀진 그 얼굴은 저러다 금새 뭉개지기라도 할 듯 희미해 보였다.
“아아.”
그녀는 다시 한번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그 별 것 아닌 감탄사로 퍽이나 많은 말을 대신하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에 듣는 이로서는 그녀의 그 조그만 중얼거림의 어조에 퍽이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걸레 빨고 있어.”
“뭐?”
그는 대번에 미간을 찌푸렸다.
“다들 어딜 갔길래 네가 이런 걸 하고 있어?”
“아니, 뭐, 그냥.”
그녀는 변명하듯 중얼거렸다. 입술이 달싹거린다.
“더럽길래.”
“선아.”
“더러워서. 그래서.”
히히. 그녀는 문득 소리내어 웃었다. 순간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다. 하얗고 조그만 얼굴. 그 속에 자리잡은 평온하다 못해 죽어있는 듯한 검은 눈동자 속으로 천갈래 만갈래 균열이 일어나는 것을 본다. 처음 있었던 일도 아니지만, 어쨌든 또다시 눈 앞이 캄캄해진다.
“더럽잖아. 나처럼 말이야.”
히히. 히히히. 그녀는 실성한 듯 입가로 비실비실 웃음을 흘리며 그를 건너다보았다. 창백한 얼굴 위로 떠오르는 그 웃음은 소리부터 모양까지 하나도 그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설마, 또.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는 성큼 큰 걸음을 딛어 욕실 안으로 들어서서는, 어깨까지 들썩이며 히죽히죽 웃고 있는 그녀의 양 어깨를 꽉 움켜잡았다.
“뭐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었니?”
“......”
“설마, 또?”
“......”
“그 개새끼가, 또?”
“......”
순간 거짓말처럼, 그의 손에 어깨를 잡힌 그녀의 눈동자에 눈물이 괴었다. 천천히 눈을 깜박이자 욕실의 불빛 아래 더 빛나 보이는 눈물 한 방울이 거짓말처럼 뺨을 타고 아래로 구른다. 긍정의 대답보다 더 폐부를 찔러오는 그 표정 앞에, 그는 잠시 망연하여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오빠.”
그제서야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그 목소리는 아까처럼 건조하지도 않았고 바스라질 듯 허망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떨고 있었다. 유난히 까만 눈을 깜박일 때마다 눈물이 쏟아져 창백한 뺨을 하염없이 적셨다. 씨발. 상스러운 소리를 내뱉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순간 그녀는 상처받은 짐승 같은 신음 섞인 울음을 터뜨리며 그의 품 속으로 몸을 내던졌다.
“......”
차라리 악을 쓰며 울기라도 한다면. 부르르 떨리는 어깨의 느낌이 팔을 타고 전해져 오지만 정작 밖으로 새어나오는 울음 소리는 미약하기 그지없었다. 이미 절망해 버린 것일까. 이미 체념해 버린 것일까. 그녀는 숨이 넘어가는 듯한 소리를 내며 그저 하염없이 눈물만 쏟을 뿐, 제대로 흐느끼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지켜보면서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가만히 보듬어 안아 어깨를 쓸어주는 것 밖에는.
“오빠...”
자세히 듣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을 것 같은 목소리로, 그녀는 띄엄띄엄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나 그냥... 죽고 싶어...”
거기까지 이야기를 끝냈을 때, 그는 저도 모를 격정에 파르르 입술을 떨고 있었다. 삭일 수도 죽일 수도 없는 격렬한 분노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져, 그는 가만히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대 피시겠습니까.“
주머니를 뒤져 담배갑을 끄집어내어 내밀었다. 그리고 제법이나 선뜻, 포는 손을 내밀어 담배 한 가치를 끄집어내어 입술에 물었다. 가늘게 떨리는 그 손가락의 경련이 예사롭지 않다. 그 한가지의 움직임만으로도, 그는 말로 하지 못한 말을 퍽이나 많이도 쏟아내고 있었다.
“그것 참.“
그는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손가락에 든 담배가 타들어가는 것도 잊은 채 입술을 잘근잘근 씹어대는 그 옆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말 한마디 꺼내는 것만으로도 그 묵은 상처가 죄다 터뜨려진 건지 왼쪽 뺨 위로 가느다란 경련마저 일고 있었다. 어쩌면, 이 일의 진짜 희생자는 그녀가 아닌 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억지로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하는 이 사람이.
“화가 나시겠군요. 스스로에게.“
그는 차분히 말했다. 무슨 뜻이냐는 듯한 시선이 되돌아오는 것을 본다. 별로 어렵지도 않은 추측의 일단에 불과했던지라,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나 담배 한 가치를 끄집어내어 물고는 불을 당겨 붙였다.
“당신은 강하신 분이니까. 충분히 그 아가씨를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한 분이니까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럴 수도 없다는 것이.“
“......“
훗. 한참만에야 그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왼쪽 어금니 사이로 필터를 깨문 채 빈정대듯 중얼거렸다.
“강하다, 글쎄요. 그런 꼴을 보고도 아무 짓도 할 수 없는 게 강하다고 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눈매는 차분하게 굳어졌으나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처음 집 안으로 들어섰을 때 보았던 뒷모습에서 느낀 냉혹한 위압감과는 너무도 다른 격정은 새삼 낯설어 보이기까지 했다. 그는 연민하는 듯한 눈으로 그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채 파르르 떨리고 있는 반쯤 타들어간 담배를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살인이라는 건.“
그는 조용히 말했다. 방법은 없다. 그의 죽음 밖에는. 이런 종류의 일이 다른 결말로 끝이 나는 것을 그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죽이거나, 죽어야 한다. 그것 뿐이다. 가해자든 피해자든, 어느 한 편이 죽기 전까지는 그 악순환은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 또한 그 사실을 알기에 저토록이나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쉽습니다.“
그는 내뱉듯이 말을 꺼냈다. 그러고는 짐짓 소파 뒤로 몸을 젖혀 깊숙이 등받이에 기댔다.
“난 그걸로 먹고 사는 인간이니까.“
“......“
이런. 그는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킬러였나. 그러고 보니 아까 그 베레타는. 그는 가만히 눈을 깜박였다. 아무리 시절이 어지럽다고는 하지만, 총기의 사용(私用)이 법으로 금지된 이 나라에서 그런 것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얼핏이나마 본 그 현란한 총 다루는 솜씨는 그 사실에 제법 강한 반증이 되어 주었다. 아무래도 그냥 해보는 말 같지는 않았다.
"늘 생각합니다. 죽이면 끝난다,라고. 별 거 아니니까. 사람이란 거 생각보다 약해 빠진 짐승이니까. 기회는 많고,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그런데 문제는.“
그는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뜻대로 안 된다는 겁니다.“
“......“
후우. 그는 답답한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상처는 학습된다. 끊임없이 학습되어 가슴 속 깊숙이 뿌리를 내려버린 상처는 조건반사적인 패배감으로 자라난다. 이 사람 또한 끊임없이 양부에게서 패배를 학습하고 자라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 흔적은 저렇게나 자라난 지금까지도 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을 것이겠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아니어서, 그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그 애는 그 놈을 친아버지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무슨 뜻입니까?“
“제가 그놈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드러내놓고 양자라고 말하고 다니니까요. 하지만 그 애는.“
말하기도 싫다는 듯 그는 짙은 미간을 험악하게 찌푸렸다.
“어쨌든 호적상으로는 그 놈의 딸입니다. 부인이 낳았으니까. 물론 다른 사람과의 사이에서 난 애이긴 하지만 말이지요.“
순간 섬짓한 기분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는 다급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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