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매의 젖꼭진 두 개
딸린 목구멍은 아배 것을 포함해 열한 개,
어매 방에서 쫓겨난 날
할매의 젖꼭지에는
死海의 소금물도 비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같은 날 알았다.
어매의 것만큼 색시하진 않지만
그 말라비틀어진 젖꼭지가
스페인 침략자들조차 감히 범하지 못했던
17세기 파타고니아를 신나게 뒹굴던
그 개구쟁이 라마새끼들의 자유로운 젖꼭지였음을:
할매 방 한 구석엔 백동쪼가리가
해골바가지처럼 더걱더걱 붙어있던 장이 있었다.
무서워 쭈글쭈글한 젖 속으로 오글오글 파고들었더니,
할매는 웃으며 내 강생이, 내 강생이...
방 천정은 크라운 산도 모양의 문양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천정 한 번 쳐다보고 젖 한 번 빨고
천정 한 번 쳐다보고 젖 한 번 빨다
문득 젖 빠는 것을 잊고 천정만 쳐다보면
뭘 훔쳐 먹은 것처럼 이내 딸꾹질이 새나와
팥죽새알 같은 젖꼭지들을 깨물어 보기도
눈 속에 넣고 눈꺼풀을 껌뻑거려보기도 했지만
어매처럼 때리고 꾸짖기는커녕
빙그레 웃으며 내 강생이, 내 강생이...
그래서 난 소꿉질 할 때도 늘 아배,
누이는 할매라야만 했었다.
이 번 남미여행 땐 크라운 산도를 사들고
팜파 라마들의 젖꼭지를 만져봐야지
-할매요, 젖 좀 주이소하면서.
약력
멕시코 문협 회원
현 울산대학교 교수
스페인어 시집으로
Polo a Polo(1989), La Nieve(1991), El mono danando a si mismo(1997) Los poemas del vago(2002) El espejo vacio(2003)
La tierra mas alta que el cielo(2005) 등과
국내 시집 자해하는 원숭이 (1997), 밥벌레가 쓴 詩(2002) 등이 있고
기타 저서 10 여권 그리고 문학 관련 논문 30 여 편이 있음
14호 (2005.10.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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