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은 인식의 그림이다. 따라서 사물의 미학을 형상미로 가꾸어 나가야 좋은 수필이 될 수 있다.
여기에서 수필작가들은 재미있는 수필을 쓰기 위하여 많은 이야기를 필요로 하지만 이야기 그 자체가 곧 수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말은 수필 창작의 구성체가 생활에서 얻어진다고 봐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필을 쓰다보면 작가 자신이 틀 속으로 흡수되면서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 일 때가 있다.
수필을 다른 장르의 글과는 달리 작가 자신이 스스럼없이 자기를 벗기지 않고는 한 줄도 쓸 수가 없는 글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수필은 삶과 문학이 투합되어야 할 것이며 따라서 서로가 분리되지 않도록 실천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각고가 없이는 불가능하리라고 본다.
수필은 우선 흥미가 있어야 한다.
연출자가 아무리 재미있는 연극무대를 꾸민다 해도 관객이 추상적인 무대보다 심미적 가치를 발견할 능력이 생기지 않으면 이것 또한 실패한 무대가 된다. 수필은 궁극적으로 표현하는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 내가 살아온 환경과 인간의 보편성에 그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흔히 지금은 수필시대라 한다.
그러나 어떻게 형상미를 추구해 나가야 하는지 에는 막연한 답을 할 뿐이다. 미국의 유명한 수필작가(E.B.White)는 글을 잘 쓰는 비결은‘인류나 인간(Man)에 대해 쓰지 말고 한 남자(man)에 대해 쓸 것’ 즉 거창하고 추상적 이론이나 일반론보다 각 개인의 삶에서 일어나는 애환에 대해 쓸 때만이 독자들에게 동감을 주는 수필이 된다고 했듯이 수필은 경험으로 글을 쓸 것이 아니라 끈끈한 본인의 체험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문학으로서의 미적 구조를 지녀야 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글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수필은 진정 인간답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심연에 남겨두어야 할 가치로운 문제를 욹어내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수필은 자기 체험인 것을 중요시해야 하며 따라서 그 체험을 장황하게 나열해 놓아 독자를 식상하게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시적인 감각과 소설적인 스토리의 가교역할은 수필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가 쉽지만 수필의 본질은 그렇지가 않다.
가슴이 싸아 하거나 뜨거워지는 인간미가 배어있지 않은 글은 수필의 사명을 다 했다고 볼 수가 없다.
비록 인간적인 문제를 가지고 글을 엮어간다고 하더라도 그 창을 통해 인간의 보편성을 창출해야 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주는 가교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수필은 인간학이라는 명제를 제시해야 하는 글이다. 그렇지 못하고 잡다한 줄거리로 흥미만을 앞세운 글은 수필작품이라 보기는 어렵다.
따뜻한 인간의 온기가 그 주체가 되어야 하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그러나 수필의 취약점은 내 주변의 잡다한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것에 문제점이 있다.
수필은 이야기임을 부인할 수는 없어도 그 이야기 자체가 수필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은 사실이다. 경험에 초점을 맞춘 것은 소설이며 언어의 나열로 심연의 감성을 찍어내 놓은 것은 시다.
거기에 수필은 무엇인가?
수필은 인간학이다. 가장 인간답게 가장 진솔한 작가 자신과 형상미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 수필을 써야하는 우리 모두의 명제인 것이며 가슴에 담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의 경험을 문학적 방식으로 성찰하고 표현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수많은 수필지망생들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글이 수필이라는 얕은 논리로 도전해 오지만 거의가 제풀에 지치게 되는 것도 수필의 본질을 왜곡되게 본 착오 때문이다.
첫째 수필은 내용이 간결해야 한다. 삶의 단면을 잘 그려내는 것이 수필가들의 사명이다.
둘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글이다.
독자에게 무엇인가를 남겨주고 스스로 읽는 동안에 상념에 빠져들게 할 수 있을 때만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
셋째 글은 진솔해야 한다.
재미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심리에 스토리 자체에 작가 자신이 감금되어 내용을 과대포장 한다면 본질이 왜곡되어 신선감이 감소된다.
넷째 수필작품 속에 지식이 포함되어 있으면 더욱 좋다고 본다.
물론 지식을 얻기 위하여 수필을 읽지는 않는다. 주변에 산재되어 있는 정보로 지금은 모두가 상당한 수준의 지식홍수에 빠져있지 않은가.
수필은 진정 인간답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깊이 생각해야할 문제이다. 그래서 많은 수필작가들은 가슴깊이 담아두어야 할 참스러운 문제를 가치 있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가장 행복한 삶은 진정한 자기의 삶을 단면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을 때라고 본다.
수필로서 삶을 잘 나타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삶의 의미를 재해석하거나 삶의 가치를 다지는 방향으로 나갈 때 재미있고 멋스런 수필이 탄생할 것은 과히 어긋난 생각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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