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곳이 있다. 또한 심신을 단련하면서 성장하고 공부한 곳도 있다. 이곳에서 더불어 살았던 사람들의 면면과 산천경개의 모습은 눈을 감고도 훤히 보인다. 현실은 울타리 밖만 나서도 타관으로 낯설고 생소하다.
중. 고등 학생들과 많은 젊은이들이 즐겨 보는 <도전! 골든 벨>은 패기 넘치는 100명의 청소년들이 50문항의 퀴즈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265개 학교가 참여하여 영광의 주인공은 겨우 47명의 학생뿐이다.
한가한 시간이면 고향의 구미시청이나 모교 홈페이지에 종종 들린다. 학창시절의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후배들이 훌륭한 선생님들의 지도아래 밤이 이슥하도록 공부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내 삶의 에너지도 재충전되는 것 같다. 구미시청 홈페이지를 보았다. 제46회“도전골든 벨”이입력되어 있었다. 구미 여고생들이 프로가 생긴 이후 처음으로 골든 벨 쌍둥이 주인공을 탄생시키는 내용이었다. 제48회 <도전! 골든 벨>이 이어졌다. 모교 오상 고등학교가 기획 방송의 대상이었다. 3학년인 후배 박정애 학생이 영광스러운 골든 벨을 울리는 자랑스러운 장면이었다. 오상 고등학교는 유학의 덕목인 오상(五常) 즉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을 교명과 교훈으로 삼아 인재양성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전통 있는 사학으로 발전한 유수의 명문학교다.
오늘 후배들의 <도전 골든 벨>을 울리는 모습을 관전하기 위하여 모교 동문인 집사람과 함께 모니터 앞에 앉았다. 선발된 100명의 학생들이 골든 벨에 도전하였으나 13번째 문제에서 겨우 6명이 남아 골든 벨의 꿈을 접어야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가슴을 졸였는데, 패자부활 전을 통하여 80여 명이 재도전할 수 있게 되어 다소 안심이 되었다. 주인공인 박정애 학생은 41번 문제까지 전선민 학생과 함께 선의의 경쟁을 벌였으나, 42번 문제부터는 홀로 고군분투하게 되었다. 46번 문제에서 절체절명 아찔한 위기의 순간을 맞았으나 주어진 찬스를 최대한 활용하여 학우들이 노란 종이비행기에 띄운 조명탄 같은 메시지에 영감을 얻어 탈락직전에 구출되었다. 마지막 상속 법에 관한 어려운 법률 용어인 50번 문제의 정답“유류분”을 맞히면서 명실공히 철옹성 “골든 벨”의 주인공으로 등극하였다.
박정애 학생은 농업에 종사하는 부모님을 모시는 장녀로, 학교공부와 함께 다양한 독서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하였다. 장래 희망은 도서관 사서가 되는 것이 꿈이라 하였다. 사설 독서실을 운영하고 있는 내게는 무척 흥미로운 언급이었다.
기껏 4,2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면 소재지 시골학교에서 K.B.S.1 TV <도전 골든 벨>의 주인공이 탄생하자, 때마침 개교 60주년을 맞이하는 모교로서는 최대의 경사로 축복을 받은 결과가 되었다. 얼마 전부터 총동창회에서는 후배들을 위한 장학기금 3억 원을 조성키로 한바 있다. 비록 시골 학교지만 대법관. 장관. 여당 대표, 3명의 대학총장 외에 기라성 같은 사회 지도급 인사를 계속해서 배출한 전통이 있다. 그 선배에 그 후배라면서 동문들의 긍지가 대단하였다. 이번 수상소식은 오상인(五常人) 의 긍지를 드높이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실 타래 같이 얽힌 숱한 의문과 모순덩어리도 알고 보면 골든 벨 퀴즈 풀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성싶다. 우리들이 아무리 어려운 난간에 부닥치더라도 골든 벨에 도전하듯이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감추어져 있던 천부적인 재능이 발휘되어 매사가 잘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골든 벨을 울린 박정애 학생의 쾌거도 칭송할 일이지만, 골든 벨 도전에 실패한 후배들도 지금부터 더욱 분발한다면, 박정애 학생 못지않게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캠퍼스가 아닌 세상의 벨을, 학생이 아닌 인생의 골든 벨을 아름답게 울릴 날이 분명히 다가올 것이다.
邦 久 (김 상환)
5호 (2005.4.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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