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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도청 조성으로 사라지는 예천 `비접골' 마을

마을배경 마지막 단체사진.."어디로 가야할지 막막"

2월24일 오후 예천군 호명면 금릉1리 비접골 마을에서는 10명의 주민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봄나들이철도 아닌데 마을 주민들이 모인 것은 앞으로 사라질 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준다는 얘기에 잠시 시간을 낸 것.

경상북도가 안동대학교에 의뢰해 수행하고 있는 '추억의 고향지(誌)' 제작 때문이다.

대부분 80, 90대 어르신들이라 그런지 사진 촬영 내내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몇 년 있으면 이 마을에 도청이 들어선다고 하는 얘기는 들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이날 사진을 찍고 나니 '정말떠나는가 보다' 싶은 듯 이내 숙연한 분위기로 변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양숙이(91) 할머니는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라며 시름에 젖은 모습이었다.

양 할머니는 약 70년 전에 이웃한 의성에서 이 마을로 시집와 평생 농사 짓고 자식 키우며 살아왔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이런 저런 고생을 많이 했지만 늙어서도 형편이 펴지 않아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바랄 것도 없는데 얼마 안 있으면 마을을 떠나야 한다고 하니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지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정종학(84), 장점순(85) 어르신 내외 또한 이 마을 토박이로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왔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전에서 욕심없이 살다보니 그럭저럭 먹고 살 형편은 됐지만 5명의 자식 가운데 둘을 일찍 보낸 게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61년 전에 신혼 살림을 시작했던 이 마을에서 인생의 황혼을 보내고 또 시간이 흐른 뒤에 마을 근처에 같이 묻히고 싶지만 평생 정들었던 마을이 없어진다고 하니 마음이 착잡하다.

정 할아버지는 "마을이 개발된다고 하는데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라며 "정들어 살던 이웃들이 뿔뿔이 흩어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라고 말했다.

마을 모습이 날아가는 나비와 같다고 해서 비접(飛蝶)골로 불리는 이 마을 10가구 주민들은 경북도청 신도시 조성으로 앞으로 3-4년 안에 마을을 떠나야 할 처지다.

그러나 주민들 상당수가 평생 마을에 정착해 살던 80대 이상 노인이어서 그런지 쉽사리 다른 곳에 가서 살 수 있을지 이만저만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마을 이장 임윤환(71)씨는 "비접골에 사시는 어른들이 대부분 연로하셔서 건강이 가장 걱정스럽다"라며 "아무쪼록 고향 마을을 떠나셔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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