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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열린 마음으로 함께 미래를 열어야

‘만사가 노무현 탓’이 되면서 현정부가 쏟아내는 정책은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비판부터 한다. 정부의 고용주인 국민이 믿음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의 비전을 세우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무조건 부정부터 해서는 안될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4년이 되었다. 연초부터 정부는 대규모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건강투자전략’ ‘(2017년까지) 340만 호 장기임대주택 정책’ ‘병역단축과 학제개편’ ‘2단계 국가균형발전 정책’ 그리고 ‘고령화종합정책’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이다. 이에 대해 “1년 남은 정권이 공허한 10년 정책을 남발한다”는 비판도 함께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이 “식물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할 것 다 하겠다”고 말한 것을 의식한 정부부처가 졸속으로 무리한 장기정책들을 내놓는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비판하는 측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면, 그 같은 정책 중 긍정적인 것도 많으나 현 정부가,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노무현이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누가 뭐래도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국가를 경영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지난 4년에 걸친 국가경영의 결과,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닐지라도 앞으로 우리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한 개략적인 방향은 제시할 수 있다. 그것이 현 정부를 선택했던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국가경영의 영속성을 확보해 나가는 길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새로이 출범할 정권이 전임정부의 공과를 살피고, 그들의 정책과 견해를 참고하여 새로운 국가경영의 청사진을 그린다면, 신생정부가 범하기 쉬운 초기시행착오의 비용도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고 신정부의 정치철학과 국가경영의 비전이 손상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고 전임 정권의 모든 것을 백지로 돌리고 ‘새 술은 새 부대’라는 식으로만 한다면 기분은 상쾌하고 의욕은 넘칠 수 있다. 그러나 5년마다 정권이 바뀌는 현행 헌법의 틀 속에서 결국 5년마다 국가경영이 단절될 수 있다.

이건희 삼성회장은 “중국은 쫒아오고 일본은 앞서가고 우리는 샌드위치가 되었다. 5년 후, 10년 후를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고 얘기하곤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 같은 이 회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5년 후, 10년 후 곧 현실로 다가올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한 정부의 문제제기와 해결을 위한 나름대로의 방향제시에 대해서는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인기 없는 대통령과 정부가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너무나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축이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 사실은 계란 같이 매끈하고 예쁜데도 며느리의 발이기 때문에 밉다는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예전 ‘한강의 기적’을 탄생시킨 주역은 근로자와 기업이다. 그러나 날밤을 새면서 큰 틀에서 부국강병의 그림을 기획하고 현장을 독려했던 공직자들의 존재 또한 소중한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우리 공직사회도 미국 못지않게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공직자들은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면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렇다고 정권말기의 인기회복전략에 영합하는 즉흥적 정책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잠시 역사여행을 해보자. 1590년, 그러니까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2년 전, 일본과 껄끄러웠던 조선정부는 일본에 통신사를 파견하여 정세를 살피게 했다. 문제는 사절단의 책임자는 서인이었던 황윤길이고, 부책임자는 반대파 동인의 김성일이었다는 것이다. 귀국 후 황윤길은 전쟁의 조짐이 있다고 보고한 반면, 김성일은 그럴 기미가 없다고 전혀 반대로 보고했다. 이에 동인의 수장 유성룡이 김성일에게 보고의 진정성 여부를 묻는다. 김성일은 사실은 전란의 조짐이 있으나 그대로 보고할 경우 민심이 흉흉해지고, 또 반대파(서인)쪽에서 ‘전쟁가능성’을 운운하니 달리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실토했다.  
  
앞으로 1년은 정권교체기의 정치바람으로 인해 국가운영의 기조가 흔들리기 쉬운 기간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주자들은 ‘미래에 대한 장밋빛 꿈’을 팔며 표 모으기에 여념이 없을 때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을 많이 때리면 때릴수록 표가 된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국민들은 정부를 철저하게 불신하고 있다. 막대한 세금을 내며 정부를 고용한 고용주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는 효과적으로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 이제는 열린 마음으로 함께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박 철 언
한국복지통일연구소 이사장
전 정무장관

No.33
2007.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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