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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외눈박이의 정치

때는 21세기인데 한국의 정치는 아직도 20세기를 살고 있다

백성들이 모두 소경들이어서 그런지 정치인들이 모두 외눈박이다. 소경들의 나라에서는 외눈박이가 왕노릇을 한다더니 그와 비슷한 꼴로 외눈박이 정치인들이 국민들을 우롱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니면 국민들은 모두 두 눈이 똑바로 박혀 있는데 정치인들만 외눈박이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인가? 국민은 한마음으로 8.15를 경축하는데 정치인들은 갈라져서 한쪽은 중앙청으로 또 다른 한쪽은 백범기념관으로 가서 따로히 기념식을 가졌다. 어느 쪽 외눈박이가 어느 쪽으로 갔는지는 보도되지 않아 자세히 알 수가 없다. 다만 광복절을 지키자는 쪽은 백범묘소로, 건국절도 함께 기념하자는 쪽은 구(舊)중앙청으로 갔다던가?

분명히 금년은 광복 63주년이요 건국60주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8.15는 광복과 건국을 함께 기념할 수밖에 없는 경축일이다. 광복 없이는 건국이 있을 수 없고 건국 없이는 광복이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인데도 정치인들은 무슨 연유로 제각각의 기념식을 가졌는가? 한마당에서 만나 광복과 건국의 감회를 뜻있게 장식할 수도 있었을텐데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보도에 의하면 한나라당의 일부 정치인들이 8.15를 광복절이 아니라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에 반발해서 민주당사람들이 백범묘소로 달려갔다는 것이다. 엄연한 광복절을 제끼고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이나 건국기념일은 안중에 없이 광복절만 기념하자는 주장이나 하나같이 어울리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광복절과 건국절을 한날 한시에 기념한다고 하여 광복절의 의미나 건국절의 의미가 희석되는 것인가?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대체적으로 건국절을 주장하는 세력들은 북한에 대항하여 세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굳건히 하기 위해 나온 주장이고 광복절만 주장하는 세력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가기로 한 헌법정신에 따라야 한다는 인식의 토대위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좀 더 축약하면 건국절 옹호논자들은 우남(雩南) 이승만정신을 높이 받들자는 사람들이고 광복절 옹호논자들은 백범(白凡) 김구정신의 계승자들이라 보면 쉽지 않을까도 싶다.

그러나 솔직하게 말하면 우남 정신이나 백범 정신에서 항일독립정신과 애국정신과 홍익인간의 건국정신에서 어떤 차이를 우리는 발견할 수 있는 것인가! 백범을 보나 우남을 보나 어느 한 분 예외 없이 한평생을 구국 일념으로 살아온 분들이다. 그리고 공산주의를 받아드릴 수 없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도 한 치의 차이를 우리는 찾아 볼 수 없다. 백범은 “나의 정치 이념”이라는 글에서 “시방 공산당이 주장하는 소련식 민주주의란 것은 독재정치 중에서도 가장 철저한 것이어서 (중략) 만약 이러한 정치가 세계에 퍼진다면 (중략)그런 인류의 큰 불행은 없을 것이다”라고 설파하고 있다. 우남과 백범은 해방 후에도 굳건한 동지로서 반탁(反託)운동에도 함께 앞장섰던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유엔총회의 결의를 바탕으로 한 남한만의 단독정부수립에 우남은 따랐고 백범은 끝까지 통일정부를 고집하였을 뿐이다.

백범의 그 고집은 대한민국정부수립을 반대해서가 아니라 통일정부 수립에 대한 집념이었을 뿐이다. 1941년에 백범의 주도로 제정 반포한 <대한민국 건국강령>에서도 이미 대한민국은 복국(復國)의 과정을 거쳐 건국되어야할 미래의 나라로 설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8.15를 건국기념일로 보는 것은 백범에게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고 여겨진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우남의 단독정부 추진을 누가 감히 잘못되었다고 폄훼할 수 있을 것이며 어떤 난관을 무릅쓰고서라도 끝까지 통일정부를 세우려고 애썼던 백범의 민족정신을 누가 감히 저평가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남의 탁월한 건국정신과 백범의 끈질긴 민족정신이 결국은 우리의 통일의 기반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면서 광복절이냐 건국절이냐로 싸워 무슨 이득을 보겠다고 광복 63주년과 건국60주년의 8.15기념행사도 따로 했던 것인가? 오래 오래 후회될 일이었다.

김중위
전 사상계 편집장/전 환경부장관, 국회의원


51호
2008.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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