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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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아름다운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지난 3월 26일은 30대 초반의 나이에 그렇게도 높은 이상과 폭넓은 식견과 깊은 철학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뛰어난 필력(筆力)과 담대함으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순국의 길을 택한 안중근 의사의 100주년 기일(忌日)이었다. 바로 그날 하필이면 안 의사 못지않게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도 있을 46명의 꽃 같은 젊은 해군병사들이 수몰(水沒)되는 안타까운 초계정 천안함 침몰 사건이 터졌다.

실종된 상태에 있는 병사들 한사람 한사람이 나라 안보의 기둥이었고 가정적으로는 희망이었다. 둘도 없이 소중한 생명이었다. 실종자가 살아 돌아오기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그 가족들의 마음과 같은 심정으로 우리들 또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이 터지고 그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군과 정부의 안이하고도 서투른 방식은 우리들의 분통을 터뜨리고도 남음이 있었다. 사고의 원인조사는 물론이고 구조(救助)의 기동성이나 민첩성 내지는 장비의 동원능력이나 활용능력에 이르기 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깊은 자괴심에 빠졌다. 세계경제 대국 몇 위에 속한다고 자부하면서 또 우리의 막강한 국방력에 안도 하면서 지내 왔던 하루 하루의 생활이 모두 허상이었던가 싶은 심정으로 정부에 대한 원망이 불꽃을 튀길 시점에 우리는 의인(義人) 한준호 준위의 죽음을 맞이했다.

바로 그 순간 지금까지 가슴속에서 불타오르려던 분노의 심지가 일순에 잦아드는 것을 보았다. 그의 죽음이 자괴심으로 위축되려던 우리들의 마음에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다. 국민의 자존심도 되살려 놓았고 군의 서투름도 덮어주었으며 실종자가족의 억울한 슬픔도 줄어들게 만들고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도 수그러들게 하였다. 얼마나 위대한 살신성인(殺身成仁)이요 얼마나 아름다운 죽음인가?

그러나 돌이켜 보면 그의 아름다운 죽음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통곡의 소리도 있었음을 우리는 안다. 한 준위의 시체가 들어 있는 관이 지나가는 길목에 서서 그가 평소에 즐겨 불렀다는 군가 UDT의 노래를 전우애에 넘치는 눈물에 담아 부르는 동료대원들의 일그러진 얼굴을 우리는 보았다. 누가 이 모습을 보고 눈물 흘리지 않은 사람이 있었겠는가? “우리는 사나이다. 강철같은 사나이 나라와 겨레 위해 바친 이 목숨~~”

한없는 자부심과 용기를 불러 일으켜주던 이 노래가 위대한 한 사람의 아름다운 죽음 앞에서는 왜 그렇게도 슬픈 장송곡처럼 들렸는지 필자도 모른다. 유족과 같은 심정으로 그를 애도하는 물결이 백령도 앞바다의 출렁임처럼 끊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이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 물결인가 싶었다. 그 이름 들어 본적도 없다. 언제 한번 만나 본적도 없다. 대화를 나눈 적은 더더욱 없다. 그러나 그는 우리들의 영웅이었기에 몇 시간이고 기다려 가면서 까지 그의 영정앞에 나아가 명복을 빌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분들이 어디 그들뿐이었던가? 그 실종자 가족들의 마음 씀씀이는 또 어떠했는가? “내 자식 하나 살리려고 남의 자식을 사지(死地)로 보낼 수 없다”고 하면서 실종자 구조작업을 중단하기를 요청했던 그 마음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아름다운 사람들은 또 있다. 쌍끌이 어선 선원들에 대한 얘기다. 실종자 구조 작업이 지지부진 한 채로 도무지 묘수가 나오지 않았던지 해군은 충청도 앞바다에서 주꾸미 잡이를 하고 있는 어선 한척에게 협력을 요청했던 모양이다. 인도네시아 선원 2명과 우리선원 7명이 탄 ‘금양 98호’는 낯선 바다 백령도 앞에 다달았다. 평소 어로(漁撈) 경험이 없는 해역이지만 그들은 이것도 나라 위해 하는 일이겠거니 하고 열심히 천안함 수색작업에 참여하였다가 침몰하였다. 주인 없는 빈소만 차려졌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의 빈소를 찾아 애도 하는 사람하나 없었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가족이 없었기 때문이다. 배를 타면서 살다가 어느덧 나이 들고 보니 가정을 꾸릴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외로운 영혼이니 더더욱 가엽지 않은가? 나라를 위해 죽은 사람들, 나라가 위로해 주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참으로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도 이 기회에 있다고 말해 두는 것이 좋을 것같다. 정치하는 사람들 말이다. 남의 빈소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은 사람은 누구이며 천안함 침몰사건이 조작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 사건은 절대로 북한이 한 짓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 사람은 또 누구인가?


김중위
고대 초빙교수/ 초대 환경부 장관


70호
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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