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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탄허스님과 시애틀 추장

지난 겨울 기후변화에 대한 코펜하겐회의가 끝나기가 무섭게 세계적인 기상이변이 일어났다. 온난화가 아니라 오히려 폭설과 한랭(寒冷)으로 유럽이나 미국에 있는 수많은 도시가 마비될 정도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심지어는 100년만의 폭설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그 원인을 놓고 전문가들의 진단은 엇갈린다. 그러나 어떻게 진단을 하건 지구 온난화 현상이나 한냉화(寒冷化) 현상이나 기후변화이기는 마찬가지이니 논외로 치자.

기후변화 얘기가 나올 적마다 필자의 기억 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는 한분이 있다. 탄허(呑虛)스님이다. 벌써 40년도 더 전에 그를 찾아간 젊은 우리들에게 멀지 않은 장래에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빙양이 녹아 바닷물의 양이 늘어나면서 지구 축의 기울기가 변하고 지각변동이 일어난다는 예언적인 얘기를 자주 들려주곤 하였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다소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의 그러한 미래예측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구 기울기의 각도는 현재 21.8도에서 24.4도로 점차 변화하고 있고 지구의 평균기온도 점차 올라가고 있다는 연구 보고가 그의 예언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기울기가 변하면 적도(赤道)의 위치도 변하고 태양과의 접촉면도 변하는 것은 물론 기후도 자연히 변하게 마련일 것이다.

탄허 스님은 불경을 현대어로 번역하는데 앞장 선 학승(學僧)으로 유명한 분이기에 그런 말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분이다. 그러나 일자무식의 야생(野生)으로 살아온 사람이면서도 앞으로의 인류는 자신들이 버린 쓰레기더미 속에서 숨이 막혀 죽을는지도 모른다고 외치면서 모든 생명체가 한 형제임을 선포한 인디언도 있음을 본다. 미국 북서부의 한 지역에서 누(累)천년을 늑대의 울음소리와 벗삼고 계곡에 흐르는 달빛에 옛 조상이야기를 길어 내던 인디언들의 추장 시애틀에 관한 얘기다.

1850년대 중반, 미국대통령 피어스는 어느 날 그에게 편지를 보내어 그의 영토를 팔라고 요청한다. 지금의 워싱턴 주 일대다. 자손대대로 살면서 대지를 소유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그 대지를 자기에게 팔라는 편지를 했으니 인디언의 입장으로는 그것이 얼마나 기상천외한 일이었을까?

하늘이 무너지고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지만 시애틀추장은 추장답게 몇 번의 심호흡으로 자신의 감정을 가다듬고 나서 이렇게 외마디 절규를 퍼 붇는다. “아니, 나보고 저 청량한 공기를 팔라고 하는 것이요? 흐르는 시냇물에 반짝이는 햇빛을 팔라는 것이오? 나 그런 거 가져 본적이 없소. 어떻게 그런 것을 사고 팔수 있다는 말이요?”

가슴속에서 흘러 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시애틀은 냉정하게 말한다. “그러나 당신이 사자고 했으니 안팔 수도 없게 되었소. 팔지 않는다고 했다가는 또 언제 총을 들고 나타나 내 동족을 전부 죽일는지도 모르겠기에 말이요! 그러나 말이요. 이 땅은 우리조상들의 정령으로 가득 찬 우리 영혼의 땅이요! 이 땅을 소중하게 간직 하시요! 아무리 보아도 당신들은 땅을 원수 대하듯 하는 사람 같소. 나는 당신네들이 만들어 놓은 도시에서 뿜어내는 불빛으로 눈이 아파 죽을 지경이요. 당신들이 내다버리는 쓰레기가 내뿜는 악취를 맡으면서 당신들은 언제인가 죽을는지도 모를 일이라 생각하오. 인간이란 말이요, 늑대의 울음소리와 더불어 살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아니요. 늑대가 사라진다면 인간도 사라지게 마련이요. 저 숲속에서 풀벌레의  날개 짓으로 들려오는 아름다운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인간은 도대체 무슨 존재란 말이요? 그것들은 모두 우리와 한 형제인 것을 왜 당신들은 모르오? 그들을 사랑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그들이 사라지듯이 사라질 것이오!” 그렇게 해서 오늘의 시애틀 시(市)는 그를 기념하는 도시가 되었다.

탄허 스님은 남들이 갖지 않은 예지(叡智)로 지구의 기후변화를 예측하였고 일자무식의 시애틀추장은 환경오염의 폐해와 생물다양성을 주장했다는 사실은 여간 경이로운 사실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이야 무엇이라고 주장하건 어떤 경우에도 인간은 지구를 떠나 살수 없는 존재이기에 앞으로의 인간은 과연 얼마만큼 지구친화적(親和的)으로 살 것인지 자못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중위(金重緯)
고대 초빙교수/ 초대 환경부 장관

69호
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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