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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우애”(友愛)의 정치철학에 기대해 본다.

친구는 사과할 줄 안다

언론인 출신으로 활발한 연구와 저술활동을 벌리고 있는 김진현 씨는 수년전에 “일본친구들에게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을 펴낸 적이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일본의 잘못된 역사인식과 잘못된 역사교육 그리고 과거 역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 없이는 어떤 한일관계도 개선될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일본 천황의 역사선언이 있어야 비로소 일본은 세계의 지도적인 국가로 우뚝 설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천황의 선언이 아니고서는 일본은 어떤 변화 어떤 혁명도 할 수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다음과 같은 선언내용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태평양전쟁의 궁극적 책임은 아버지 히로히토(裕仁)천황에게 있었다고 말하고 그를 대신하여 아키히토(明仁)천황인 자신이 전쟁책임을 인정한다고 선언한다. 둘째 야스쿠니문제를 해결할 만한 방안을 제시한다 등등이다.

필자는 기왕에 일본천황이 선언을 한다면 이에 덧붙여 왜곡된 역사교육과 역사인식의 공유(共有)를 위해서 천황 스스로가 적극 앞장서겠다는 선언과 더불어 진심어린 사과의 천명과  피해 당사국 국민에 대한 위무(慰撫)활동을 위한 칙사파견이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겠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지 60년도 훨씬 넘은 지금에 와서 까지 일본의 전쟁책임론과 함께 종군위안부문제와 세균실험피해 보상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일본이 편협하고 비인도적이고 발전적이지 못하다는 뜻밖에는 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이런 차원에서 지난 9월 15일 이명박대통령이 한•일통신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일관계가 과거에만 얽매일 수는 없지만 미래로 향해 가야한다고 하여 과거문제가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 일왕(日王)이 내년 중이라도 방한 한다면 한일관계에 가로놓여 있는 모든 문제는 종지부를 찍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피력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모든 한•일간에 가로 놓여 있는 과거사 문제는 일왕에게 그 책임이 있는 것이고 일본의 문제는 그가 아니고는 아무도 풀어나갈 수 없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년이 또 한일이 강제 합방된 지 100년이 되는 해라는 사실도 우리에게는 일왕의 방한에 큰 뜻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때에 일본에서는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 전후 최초의 정권교체다. 좀처럼 변할 것 같지 않던 일본유권자들도 드디어 선거 혁명을 이루어 냈다. 무려 50여년이 넘는 자민당정권이 무너지고 민주당의 하토야마(鳩山由紀夫)내각이 출범한 것이다.

하토야마는 자신의 정치 철학인 “우애”(友愛)를 바탕으로 동아시아공동체구상을 발표하고 야스쿠니신사도 참배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는 자신의 조부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가 일찍이 범유럽을 주장하면서 반(反)히틀러와 반 스탈린운동을 펼치던 오스트리아의 귀족 쿠덴호프 칼레르기(Nikolaus von Coudenhove-Kalergi)의 주장에 심취하여 정립한 철학 “우애(友愛)”를 자신의 정치철학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우애란 정치의 방향을 판단하는 나침반이며 정책결정의 판단기준이다. 이는 우리가 목표로 하는 ”자립과 공생의 시대“를 지지하는 시대정신”이라고 까지 설명하고 있다. 우애가 이끄는 국가의 목표는 동아시아공동체의 창조이고 아시아 공동통화의 실현에 있다고 서슴없이 말하고 있다.

우애(fraternity)란 무엇인가? 형제애요 동포애요 인인애(隣人愛)요 인방애(隣邦愛)다. 한마디로 인간애(人間愛)가 아니겠는가?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와 사랑을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고 정치를 해나가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얘기다.

그의 우애철학이 사실이라면 그의 우애정치는 국내적으로는 복지정책으로 이어질 것이요 우애외교의 대상으로서는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 한국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취임이후 맨 먼저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말한 뜻도 그래서 이해할만 하다.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이제야 한•일관계가 우애의 정신으로 서서히 그 매듭을 풀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일까?  일왕의 방한도 그래서 기대해 본다.

김중위
고대 초빙교수/초대 환경부 장관

63호
2009.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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