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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만사형통(萬事兄通)

이명박 정부가 끝난 후 사람들에겐 어떻게 기억될까?

일본을 통일한 후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는 온갖 전투에서 목숨을 걸고 충성스럽게 자신을 섬겨온 마부(馬夫)를 불러 말한다. “무슨 소원이든지 있으면 말하라! 내가 들어 줄 것이다.” 마부는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낮은 목소리로 대답한다. “저에게 무슨 소원이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거두어 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감사할 뿐인데요. 그러나 굳이 말씀드린다면 가끔 장군님의 귓밥을 한 번씩 빨도록 해주시면 하는 것이 소원입니다.”

히데요시는 흔쾌히 이를 수락한다. 무슨 군중집회가 열리고 있을 때마다 그 마부는 단위에 높이 앉아 있는 히데요시에게 다가가 그의 귓밥을 살짝 빨고 단하로 내려갔다. 그때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그의 주위를 둘러싸고 무슨 귓속말을 했느냐고 아우성이다. 요긴한 몇 마디 말씀을 드렸을 뿐이라고 시치미를 떼고 집으로 돌아오면 언제나 그의 곳간에는 수십 석의 쌀가마가 쌓여 있었다.

무슨 부정한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전 현직 대통령의 가족과 그 측근들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서 생각난 어느 소설에 있는 얘기다.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의 귓밥을 빠는 하찮은 마부도 사람들의 눈에는 권력자로 보여 쌀가마를 갖다 주면서 아첨에 쉴 틈이 없는 세태를 풍자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소설에나 있을법한 얘기는 분명히 아니다. 현실은 그보다도 더 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대통령의 형이나 측근이라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쌀가마를 갖다 주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몇 년 전 사람들은 역대 정권을 <빽> <총> <돌> <물> <깡> <뻥> <신> 이라는 한마디 말로 상징화 시키는 우스갯소리를 만들어 낸 적이 있다. <빽>은 자유당정권을 상징하는 말이다. 자유당시절에 유행했던 은어들을 상기해 보면 금방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가를 알 수 있다.<국물><와이로(뇌물의 일본말)> 그리고 <빽>이 당시의 유행어였으니 말이다.

해방의 감격도 잠시인 채 6.25전란이 일어나자 중국에서 일본에서 귀국한 사람들과 인민군을 피해 피란 온 사람들이 한꺼번에 부산으로 대구로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며 살던 때가 있었다. 한 끼 밥이라도 얻어 먹으려면 눈을 두리번 거리며 연줄 하나라도 찾아야만 하였기에 생긴 말이 <빽>이다.

공화당 정권의 상징어는 <총>이다.

정권의 탄생도 죽음도 총으로 말미암은 역사를 우리는 지금도 가슴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기도 하다. 제5공화국은 <돌>이다. 공화당정권에 연이어 탄생한 군사정권에 대한 반감을 녹여 지도자의 상으로 조각해낸 상징어가 아닌가 싶다. 지도자의 이름과 외모를 합성해 내는 민중들의 예지가 놀랍다.

제6공화국은 <물>이다. 대통령의 우유부단함을 빗댄 것일까? 당시의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불렀던 말이니 새삼 설명이 필요치 않다.

YS정권은 <깡>이라 했다. 왜 <깡>일까? 이것도 지도자의 성품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상징어다. 깡다구 하나로 저항과 타협을 반복하면서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 지도자는 그 밖에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DJ정권을 상징해 주는 말은 <뻥>이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적은 있어도 거짓말 한 적은 없다”는 그의 유명한 말의 대가(代價)가 아닌가 싶다. 이제는 더 이상 대통령에 입후보 하지 않겠다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한 연후에야 비로소 대통령으로 당선 될 수 있었기에 나온 말일게다.

노무현 정권에 대해서는 <신>이라 했다.

사회에는 등신/문화에는 병신/외교에는 망신/민주당에는 배신/386세대에는 맹신/돈에는 걸신/거짓말에는 귀신/김정일에는 굽신.

이제야 왜 사람들이 노정권을 “신”이라 했는지 알듯하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그의 부인과 아들과 형을 비롯해 오른팔 왼팔하는 사람들과 그의 조카사위까지 끼어들어 돈에 걸신들린 사람처럼 난리 법석을 떨었으니 말이다.

그러면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무어라 말하고 있을까? 아직까지는 들리지 않는다. 어느 언론에서는 만사가 대통령의 형을 통해야 한다는 뜻으로 <만사형통(萬事兄通)>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기발하고도 신통한 신조어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형>이라는 상징어로 이 정권은 불리어 지게 될 것인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김중위
고대 초빙교수/ 사상계 편집장/초대 환경부 장관

58호
2009.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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